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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김 Feb 03. 2022

떠나는 날

온 가족이 일 년간 영국으로 가기로 했다


영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나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들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미지의 앞날을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결정한 많은 것들을 가꾸는 데 조금씩 더 시간을 쓰고 있었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보다는 내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인식하는 순간들이 조금씩 더 많아지고 있었다.


사실은 그 한계가 끝이라고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남편이 영국으로 약 일 년 장기 출장을 가게 되었다고 할 때,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조건 아이를 데리고 따라가겠노라 선언했다.

남편이 이래서 곤란하고 저래서 곤란하다며 넌지시 만류의 뜻을 전할 때, 딱 잘라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들일 뿐이야.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테니, 오빠도 해결책을 찾아.


나는 휴직계를 내고, 아이의 의무 입학 면제 신청을 하고, 곧 만기가 되는 여권을 갱신하고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고, 조건에 맞는 현지 초등학교를 알아보고, 몇 군데 면담을 하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요구하는 증빙을 마련하고, 교육비자를 신청하고 발급받았다. (참고로 나는 영어 울렁증이 심하다.)

2년을 채워가지만 끝날 줄 모르는 COVID-19 시국이었기에 우리 부부는 코로나 백신 부스터 샷을 서둘러 맞고, 많은 양의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챙겼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그들의 부러움과 응원의 인사를 받고, 막상 무엇이 좋은지 얼떨떨해하며, 우리가 갈 곳 - 영국에 대한 책도 좀 보고, 영화나 드라마도 일부러 좀 찾아보았다.


하필이면 작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물류대란이 이어지고 있던 시기라 선박 편에 짐을 부치는 비용이 너무 비쌌다. 우리는 과감하게 대부분의 짐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낼 곳이 넓은 것도 아니고, 가구/가전/간단한 살림용품까지는 제공되는 아파트 호텔이니. 우리는 캐리어 5개에 정말 꼭 필요한 것들만 나누어 챙겼다.


유럽을 중심으로 오미크론의 유행이 다시 시작되고 있던 터라, 영국행 항공편은 여유로운 편이었다.  

와인과 맥주로 알딸딸한 비행을 마치고, 자!

 

드디어 그레이트 브리튼 섬이다.


과연 이 일 년은 우리 가족에게, 아이에게, 나에게 어떤 시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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