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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김 Feb 03. 2022

영국 학교의 교복

영국에서 초등학생 아이 교복 준비하기


우리 아이는 올해 한국 나이로 8살이 되었다.

한국에서라면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겠지만 이 곳, 영국의 학제는 Pre-prep 과정이 만 5세 9월부터 시작하므로 우리 아이는 Year1의 2학기부터 다니게 되었다.


아이를 영국에서 학교에 보낸다면, 엄마가 준비해야 할 것은?

그래, 교복이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School uniform, 즉 교복을 입는다.

구입해야 할 교복 리스트만 A4용지로 두 장이었다.


다행히 학교에서 '기증받은 2nd hand uniform이 있으니, 사이즈에 맞는 것이 있으면 우선 이것을 이용하고 없는 것만 구매하면 된다' 고 했다. 학교의 행정 업무 담당 직원이 수령 가능한 중고 교복 리스트를 확인해 주었고, 나머지는 안내된 교복 공급업체의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되었다.  

학교에서 안내해 준 교복 판매 사이트에서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사립학교 재단이 운영하는 몇 개의 학교 교복을 같이 판매하고 있었다. 그 항목들이 어찌나 다양한지. 말 그대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착용하고 휴대하는 거의 대부분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배송은 주소지로 직접 받는 경우 약 만원 가량의 추가 배송비가 있었고, 일주일에 하루 지정된 요일에 학교로 받으면  항목이 몇개든 무료배송이 가능했다. 이렇게 배송된 물건은 하교할 때 받아오면 되고, 업체는 주문받은 전체 물량을 일주일에 한 번 학교로만 배송하면 되니 참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신발이나 양말, 장갑 등은 기성품을 살 수 있었지만, 이것도 학교가 지정하는 색깔로 준비해야 했다. 대부분 네이비 컬러로 준비해야 했고 구두는 검은색, 운동화는 흰색, 겨울 타이즈는 짙은 회색, 스포츠 양말은 흰색이었다. 심지어 여자아이들은 머리띠나 핀 등도 네이비 컬러만 허용되었다.


중/고등학교 때 '스마트' '엘리트' 같은 교복점에서 교복을 맞추고, 학교앞 문방구에서 학교 체육복을 샀던 80년대생 엄마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해리 포터' 의 영향으로, 내게 영국 사립학교의 교복에 대한 로망이 컸음을 인정해야겠다.

꼬마 아이들이 말끔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모습이라니!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눈에서는 하트가 뿅뿅 발사된다.


엄마의 이런 교복에 대한 유난스런 애정을 차치하고서라도, 초등부터 교복을 입는 영국의 방식은 실용적이고 교육적인 면이 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때와 장소에 맞는 복장이 있다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단정하게 입는 버릇을 들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빳빳한 셔츠와 정장바지/스커트가 마냥 편하지야 않겠지만, 유아기를 벗어나 이제 '학생'이라는 신분과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모든 친구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기 때문에 비싸고 좋은 옷을 과시할 일도, 초라한 복장으로 의기소침해할 일도 없다. 교복 공급업체도 한 곳으로 정해져 있고, 교복이 포괄하는 범위가 워낙 넓어 사복이 끼어들 틈이 없다.

블라우스/치마/재킷/넥타이 같은 기본적인 항목과 체육복 외에도 가디건/바람막이/코트도 교복으로 지정되어 있고, 책가방/목도리/털모자/수영가방/수모 같은 것들도 지정된 교복이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입고 걸치는 모든 옷이 교복으로 커버되니, 부모는 아이의 옷에 관한 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아이들은 복장으로 튀고자 하는 욕심을 애초에 가질 수가 없다.

(흠, 이 정도면 너무 개성을 표출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1990년대 한국에서는 교복도 제조업체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같은 학교 교복이라도 브랜드마다 미묘한 디자인의 차이가 있어 적어도 학생들 간에는 쉽게 파악이 가능했고, 아이들은 다들 고급 교복 브랜드를 원했다. 이런 소위 '브랜드' 교복은 뻔한 블라우스조차 더 비싸게 받아 당시에도 말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들이 해 달라는 대로 비싼 교복을 사 줄수밖에 없었다.

그뿐이랴. 겨울철 외투는 어쩜 그렇게 유행을 타는지. 한때는 떡볶이 코트를 입어야 했고 어떤 때는 까만 롱패딩을 꼭 입어야만 했다. 오래전 언젠가는 노스페이스 정도면 괜찮은 편이었는데 요즘엔 몽클레르 정도는 입어야 한단다. 시기마다 브랜드와 아이템은 다를지언정 한국에서 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는 이렇게 늘 존재했다.



물론, 영국에서도 학교 교복이 싸지는 않다.

학교에서 지정해 준 모든 리스트를 새 것으로 준비하려면 몇십만 원이 훌쩍 넘는다. 평범한 학부모들에게는 최소 11년을 감당해야 하는 교복비도 무시하지 못할 부담일 것이다.

하긴, 나처럼 영국 사립학교에 대한 로망도 판타지도 없고 1년 잠깐 경험하다 마는 것도 아닌, 일반적인 학부모들에게 훌쩍 훌쩍 자라는 아이들의 교복 비용은 영화가 아니고 현실이겠지.


그래서 여기서는 정부 차원에서 각 학교에 2nd hand uniform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로고가 없는 일반 기성품의 항목을 늘리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한다고 한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성품으로 대체할 경우, 30% 정도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비교적 여유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와 달리 학비가 없는 공립학교의 경우 교복 디자인도 상대적으로 심플하고 규정된 항목도 더 적다. 재킷/넥타이 같은 특징적인 항목 외에는 거의 기성품으로 구입 가능한 정도인 곳도 있다.


한국의 유니클로 같은 M&S에는 School uniform zone이 있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블라우스, 셔츠, 타이즈, 후디, 조거팬츠, 구두 등을 판매하고 있었고 회색/검정/네이비 같은 기본 컬러, 기본 디자인의 스커트나 바지, 카디건 등도 팔고 있었다. School uniform 코너의 블라우스나 셔츠 등은 다림질이 필요없도록 가공되었고 대체로 험하게 입어도 버틸 수 있도록 튼튼한 재질로 실용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내가 백화점과 남대문시장, 쿠팡을 뒤져 겨우 사 둔 기본 검정 구두와 회색 타이즈, 니삭스, 흰 운동화는 M&S에 싸고 딱 맞는 물건이 넘치게 많았다. 조거팬츠와 블라우스 등도 미리 비싸게 사둘 필요가 없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다행히 아이도 교복을 좋아했다.

너무 멋져요! 꼭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크 같아요!


영국에 오기 전 해리 포터로 예습시킨 보람이 있구나. (눈물)

학년 바뀔 때마다 어려움을 겪을 만큼 적응이 느린 아이가, 한국인 친구 하나 없는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할지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아이는 '교복이 좋아서' 처음부터 신나서 학교에 잘 가 주었다.


아, 물론. 교복 약발이 지속된 것은 딱 이틀 뿐이었다는 점은 슬프지만...





(+) 참고로 덧붙이는 School uniform List


겨울 시즌, 남녀공용

- Blazer(교복 재킷)
- Coat(재킷 위에 입는, 충전재가 있는 두꺼운 코트)
- Kagoule(바람막이 같은 것)
- Tie(학교마다 특유의 색상과 무늬가 있음)
- Woollen winter hat(학교 로고가 있는 털모자)
- Scarf(해리포터에 나오는 것 같은, 학교마다 다른 목도리)
- Globes(색깔이 지정된 장갑)
- Rucksack(학교 로고가 적힌 책가방)

아래는 여자아이들만 필요한 것들

- Cardigan(학교 로고가 있는 카디건)
- Pinafore(저학년 여자아이들이 입는 멜빵치마, 3학년부터 일반적인 Skirt)
- Blouses(흰 블라우스)
- Winter tights(짙은 회색으로 지정된 타이즈)
- Hair accessories(색깔이 지정된 머리띠나 핀)
(남자아이들이라면, 위 내용 대신 V넥 스웨터, 긴바지, 반바지, 셔츠, 색이 지정된 양말 등이 필요)

(여름에는 Summer dress와 Summer socks 추가)


다음으로 Sports kit list

- Hooded top(학교 로고가 포함된 두꺼운 후드티)
- Jog bottoms(색깔이 지정된 조거팬츠)
- Polo shirt(학교 로고가 포함된 흰색 반팔 폴로티)
- PE Shorts(흰색 운동복 반바지)
- PE Skort(여학생용 운동복 하의, 반바지 위에 랩스커트처럼 둘러져 있다.)
- White socks
- Sports Trainers(색이 'white'로 지정된 운동화. 처음에 Trainers가 뭔지 몰라서 헤맸다는.)
- Swimwear(색이 지정된 수영복)
- Swimbag(학교 로고가 있는 수영가방)
- Swimcap(색이 지정된 수모)


고학년이 되면 풋볼이나 하키 패드, 마우스가드, 크리켓용 운동화와 운동복 등 추가


와, 정말 대단한 리스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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