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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김 Sep 06. 2022

내 안으로 들어가는 글들에 대하여

누군가에게는 TMI일지 모를 글들에 대한 변명

(2022년 8월 23일에 처음 쓴 글을 늦게 정리하여 올립니다.)


브런치에서 마지막 글을 올린 지 60일이 넘게 지났다는 알람이 왔다.

꾸준한 글쓰기가 되지 않았던 데 대한 변명을 해 보자면, 그동안 아이는 학년이 끝나고 기나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에서 친정어머니와 동생 가족이 런던으로 놀러 왔었다. 그러다 보니 여름의 전반부엔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후반부엔 가족들의 관광을 책임지느라 차분히 글 쓸 시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글을 쓰다 보니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 브런치를 열면서 영국에 온 한국인,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 엄마라면 대체로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느낌과 깨달음을 쓰고 싶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이 기준에 맞지 않는 글들이 많았다.


그런데 냉정하게 판단할 때 나는 혼자만의 세계 안에 상당히 몰두해 있는 편이다.

누군가와 함께보다는 혼자 책 읽고 공상하고 글 쓰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편하다. (그런 이유로 가까운 곳에 지인 하나 없는 여기 먼 영국에서도 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인기가 많았던 우영우, 나도 아이를 재운 뒤 넷플릭스로 이 드라마를 봤다. 덕분에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새삼 확실히 느꼈다. 아, 나의 어린 시절도 자폐 기질이 다분했구나. 어릴 때 테스트를 해 보았더라면 적어도 경계선에 있다는 결과 정도는 받았을 것 같다.


혼자 탐구하고 고민하는 대상은 외부를 향할 때도 있지만 내부를 향할 때도 많다.

‘나는 왜 이럴까? 지금 느끼는 감정은 뭐지? 왜 이것이 불편할까? 나는 왜 저 사람과 다를까?’

만 40년 넘게 그런 질문을 하고 고민하며 살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이해는 꽤 많이 한 것 같다. 진화론, 심리학, 동양철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면서. 나는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고, 타고난 나의 기질과 유년시절의 개인적인 경험이 내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었는지 같은 것들.


그렇지만, 독자로서의 나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두한 듯 보이는 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혹시나 내 글이 그렇게 보일까 봐 염려를 많이 했다. 내 경험만이 특별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우주의 중심은 나’라는 유아기적 자기 중심주의가 행간에 드러날까 걱정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우주의 중심은 각자일 텐데 누가 남의 이야기에 그렇게 관심이 있겠는가? 천진난만한 이기심과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기 인식을 드러내는 것은 더없이 미성숙한 태도 아닌가?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이야기를 줄이고 타인에 대해 진심 어린 관심을 보이고 듣기를 더 많이 하라는 것도 상식 아닌가?

사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20대 초중반까지도 과대망상 기질이 꽤 있었다. 내가 엄청 잘난 줄 알았다. 세월과 함께, 이젠 점차 밸런스를 찾아가는 것 같지만 혹시 아직도 그런 태도가 좀 남아 있을까 봐 염려된다. 그것이 누군가의 눈에 우습게 보일까 봐 조심스럽다.


그런데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그런 자기 검열은 좀 수위를 낮춰 보려 한다.

사람들이든 사회나 문화든 내가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당연하게도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성격적 특성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외부를 바라보며 생각한 것들도 맥락을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끼어들 수밖에 없기도 했다.

나의 정신적인 성숙도와 글의 깊이는 포장할 수가 없다. 오만한 내면을 숨기고 없는 겸손을 가장하더라도, 내면의 열등감을 숨기고 잘난 척을 한다 해도, 소통의 양이 늘어나다 보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레 겁을 먹고 검열을 하지 않아도, 현재 수준이 불완전하더라도 나아지려 노력하는 진심이 전해진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앞으로 있을지 모를 나에 대한 TMI에 대한 사전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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