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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김 Feb 06. 2022

영국에서 장보기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는 마트 구경을 간다


장보기는 늘 재미있다.

알록달록한 신선한 채소들, 가지런히 진열된 가공식품, 깔끔한 새 물건들.

1990년대, 한국에 처음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마트에 엄마 아빠를 따라 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는 것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마트 쇼핑은 주말마다 온 가족이 총출동하던 즐거운 이벤트였다.

아, 물론 코로나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마트 쇼핑은 새벽 배송으로 완벽하게 대체가 진행되었지만.


한국에서도 마트를 구경하는 일은 재미있는 일인데, 처음 보는 신기한 식자재로 채워진 영국에서야 말해 무엇하랴. 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근처에 있는 쇼핑몰로 가서 여러 마트를 구경하곤 한다.


아이 학교는 주거지 사이에 있지만, 바로 앞에 공원이 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꽤 큰 번화가도 위치하고 있어 시간을 때우기가 좋았다. 그 번화가에는 M&S, Morrison, TESCO가 있고, 우리 집 바로 앞에는 Sainsbury가 있는데, 각각의 마트들이 나름대로 특색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TESCO는 좀 더 저렴한 PB상품으로 손님을 유인하고 신선식품도 묶음 단위가 살짝 더 큰 느낌이다. M&S는 좀 더 특색 있고 고급스러운 PB상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고 신선식품들도 소포장으로 깔끔하게 판매되는 편이다. 그리고 Morrison은 그 사이 어딘가 포지셔닝이 되어 있고 특히 과일이 싸다. Sainsbury는 편의점처럼 작은 규모로 주거지 가까이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 같다. Waitrose라는 좀 고급스러운 마트도 있는데, 소박한 우리 동네에는 없어서 가끔 다른 동네에서 Waitrose를 보면 여기서만 파는 PB상품을 사 보곤 한다.


길어야 일주일 남짓의 짧은 여행과는 달리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으니 여러 가지를 깊숙이 관찰하고 탐험해 볼 수 있어 좋다. 아니, 사실 외식비가 비싼 영국 생활에서 마트에 익숙해지고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 음식이지만 밖에서 사 먹으려면 1인분에 2만 원은 족히 든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식자재 가격은 저렴하다. 최근 인플레이션 때문에 장바구니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서비스 비용이나 주거비 등 다른 생활비 수준에 비하면 싸다.

‘앗! 닭고기가 1.5파운드. 3천 원도 안 하네. 감자 한 봉지에 천 원이고, 우유 4파인트에 2천 원도 안 되는 걸!’ 나는 계속 한국과 물가 비교를 하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덕분에 학교가 끝나는 시간,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내 손에 들린 시장바구니는 늘 한 보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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