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통해 얻은 감정과 생각의 자유
약사이면서 한의사 약간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피부 치료하는 병원의 원장, 사랑스러운 두 딸아이의 엄마~!!
대한민국 여느 워킹맘처럼 저 또한 얽히고 얽힌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의 정글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그 어떤 역할도 만족스럽게 잘하고 있지는 못하답니다.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여잡고 있는 그 많은 역할들을 그저 잘 꾸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뿐이죠.
특히 엄마라는 역할의 심판대 위에 나 자신을 세우면 늘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따라다닙니다. 단지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이렇듯 내 자신의 삶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많은 관계들이 피상적인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고, 그 사실은 나를 꾸준히 괴롭혀 왔던거 같아요.
그런데 말이죠. 저는 괴로운 마음이 들기 시작하고 그 마음이 나를 옥죄기 시작하면 그 안에 들어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상황을 바꾸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패턴으로 많이 움직여 왔습니다.
특히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사건이 일어날때 이 패턴은 극명하게 드러났죠. 한의대를 갈 때도 그랬고, 결혼할 때도 그랬고, 처음 개원한 병원을 접을 때도 그랬죠.
그런데 불혹(不惑)이 되면서 내 안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지금은 나는 꽤 편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계기가 있었지만 책과 친해지고 종이에 꾹꾹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면서가 아닐까 싶네요. 그 얘기를 좀 정리해볼까 합니다.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대면할 용기가 생기더라구요. 정말 그랬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던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 때는 그렇게 괴로웠는데, 종이 위에 실체가 되어 쓰여지고 나면 신기하게도 별거 아닌 감정들로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고, 더 이상 나를 구속하는 감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머리 속에 떠도는 많은 생각들로 괴로울 때 일단 종이를 꺼내 듭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 가감없이 써내려가죠.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나 감각을 글로 바꾸어 끊임없이 적어내려가다 보면..결국 복잡함의 실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 아까 그 상황때문에 화가 났고 기분이 상했던거야."
" 아까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던 거 그러한 감정때문이었구나."
" 이 또한 결국은 내 자존심이구나"
글을 쓰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감없이 풀어 헤쳐지면서, 가끔은 몹쓸 생각들이 떠올라도 개의치않고 써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를 욕하고 있기도 하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아무리 두렵고 복잡한 감정이라도 글로 구체화되어 쓰여지면 비로소 더이상 두렵지 않은 가소로운 실체가 되어 버립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안의 대답을 들을 수 있게 질문형 문장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한 상황을 예를 들어 볼까요?
가끔 일을 하다 남을 유독 의식하는 마음을 마주했을 때 갑작스레 드는 자괴감으로 힘들 때가 있지요.
그럼 우선 종이에다 떠오르는 대로 질문을 해봅니다. 처음엔 다소 두리뭉실하게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 아까 00 상황에 왜 나는 00를 의식하면서 어색하게 행동한걸까?"
그리고 비슷하게 반응했던 상황들을 드러내면서 확장해나가면 됩니다.
" 내가 의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내가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
" 언제부터 의식하게 되었나?"
" 의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동일한 반응 패턴에서 마주하게 되는 실체는 자신감 부족, 그 이면의 꽁꽁 쟁겨둔 못난 자존심을 조우하게 되지요.
" 자신감이 없었던건 아닐까?" "자존심이 상했었던거구나!!"
그리고 감정의 실체를 알게 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힘을 얻게 됩니다.
" 자신감을 기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 내가 자신없는 분야는 어떤걸까?"
" 그 분야에 자신감을 가지려면 훈련을 해야겠다"
" 훈련이 되도록 하려면 어떤 걸 해야하나?"
가끔은 이렇게 끝없이 적어가더라도 해결책을 못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눈앞의 현실을 땅으로 밟고 선 지점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될지 그 방향성에 대한 옳은 답은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에는 충분하고, 그걸로도 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실체를 모를 감정에 휩싸여 일상을 잠식당하고 있다면
커피 한잔, 종이 한장 놓여 있는 탁자에 조용히 앉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