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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민 Feb 06. 2018

로아큐탄, 여드름에 대안없는 선택?

여드름 치료제, 로아큐탄 이면 뒤집어보기


공식처럼 여드름=로아큐탄

 

  여드름 고민을 해봤던 사람들이라면 의례히 여드름 치료제 하면 '로아큐탄'을 떠올리게 됩니다. 함익병 선생님께서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봤을 때 이만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더라도 로아큐탄을 안 쓸 이유가 뭐가 있냐고 하시더라구요. 경제적인 효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말씀이 틀린 건 아니지요. 그런데 저는 의료 행위가 경제적인 효용이라는 측면에만 가치를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피부에 위해를 주지 않으면서, 몸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은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그 방법을 택할 사람들도 있으니깐요. 결국 환자의 선택에 맡겨야 되는거지만, 로아큐탄이 아니라도 여드름을 치료할 수 있는, 그것도 건강하게 여드름이 호전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치료하는 게 옳은 일일 것입니다.

총복용량이라는 개념까지 도입되어 몸무게 대비해 고용량을 투여하면 완치가 된다며,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양을 1년넘게 복용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만나봤어요.

그런데 정말 완치가 되나라고 저는 다시 묻고 싶군요. 여드름이 생기는 기전을 생각해볼 때 가능한 일일까요?


약은 독(毒)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약리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인데요. 약학은 약물이 몸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흡수되어 어떻게 대사가 되는지, 어느 정도 양에서 부작용(독성)을 만들지 않으면서 약리 효과를 보이는지, 그 유효농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 기본적인 전제하에 독성이 치명적이지 않는 수준에서 유효한 농도를 찾아 여러 제형으로 개발되어 유통되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 과정에 부작용이 너무 치명적인 경우에는 퇴출되는 수순을 밟기도 하고, 애초 고혈압 치료제였던 미녹시딜이 탈모제로 개발되어 대중화되었던 것처럼 부작용이 오히려 작용이 되어 새로운 신약으로 개발되기도 하는 등 독성과 효과 사이에서 아슬하게 시소를 타면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제약산업의 현실이네요.

여드름 치료제로 활용되는 약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여드름 치료제로 활용되는 경구복용약은 거의 위 포스터의 5가지 범주내에서 처방이 결정됩니다. 미노신과 같은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 여성호르몬제, 스피로노락톤, 스테로이드 그리고 로아큐탄입니다. 오랜 기간 여드름으로 고생해오신 분들을 만나보면 위 종류의 약을 순서대로 다 드셔본 분들도 있고, 보통 2-3개 정도는 복용 경험을 갖고 있으시더라구요.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이 되고, 그 효과만큼 부작용도 책한권을 쓸 정도인 로아큐탄은 장기적으로 반복복용하는 빈도가 높은 약물입니다.  최근 병원을 내원한 여학생은 2년 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로아큐탄을 처방받아 복용을 하셨더라구요. 그 기간동안 예전에는 없었던 심한 구순염무릎 관절염 그리고 안면홍조증, 잦은 코피, 생리불순 현상이 생겨서 로아큐탄 외에 진통제, 스테로이드제를 따로 복용중이셨어요.



        

로아큐탄 효능,효과

 

 로아큐탄은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이라는 합성 비타민 A( 비타민A 유도체) 피지선에 작용해 피지 분비를 억제해 주는 작용을 합니다. 또한 표피의 과각질화 현상을 억제해 각질이 모공을 막아 여드름으로 진행되는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 여드름 진정에 효과를 보이게 되지요.

로아큐탄을 포함한 여러가지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는 여드름 치료제로 루틴하게 처방이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만든 복제약(카피약)도 아주 많아요. 이소티논, 아큐네탄, 아크날, 아크레인, 아키놀, 이소큐탄 등등 모두 같은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입니다.



로아큐탄의 복용설명서를 읽어볼까요?

이 약의 사용 설명서를 읽어내려 가다보면 보이는 구절이 있지요.

효능, 효과/  " 다른 치료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중증 여드름 (결절성, 낭포성, 응괴성)"


결절성(Nodule), 낭포성(Cyst), 응괴성(Conglobata) 여드름이라는 표현은 여드름의 최악의 단계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단순한 좁쌀여드름이나 구진, 농포성 여드름에는 쓰지 말고, 심한 여드름, 난치성 여드름에만 사용하길 권고하는 것이지요. 응괴성 여드름은 여드름의 가장 심한 형태로 큰 농양, 낭종과 결절이 혼재하는 여드름으로 각 여드름들이 합쳐져서 덩어리처럼 단단하게 부어오른 심각한 여드름 상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결절, 농포, 응괴성 여드름으로 적응증으로 아예 명시해 둔 이유가 뭘까요? 그만큼 로아큐탄이 가지는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정말 그 어떤 방법으로도 호전되지 않을 때 어쩔수 없는 대안으로 정말 조심해서 사용하라는 뜻이 아닐까요? 그런데 실제 로아큐탄은 좁쌀여드름과 구진형 같이 심하지 않은 여드름 상태에도 빈번하게 처방이 되고 있습니다.


로아큐탄의 이면, 부작용

 

 로야큐탄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압도적인 상황이랍니다. 부작용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연구만 해도 수천 건이 넘구요. 미국에서는 2009년 장질환 소송에서 로아큐탄 제조사인 로슈사가 패소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또한 FDA에서는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는 의약품 5종에 로아큐탄(이소트레티노인)을 포함시키면서 이 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선 로아큐탄이 부작용을 만드는 기본 개념을 쉽게 설명드리면, 로아큐탄이 피지선을 말려 여드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약인데, 경구 투여제제의 경우 전신 작용을 만들게 되어 피지선 뿐 아니라 몸의 모든 샘(腺)조직을 말려버리는 사이드 효과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고 이해하면 된답니다.

* 로아큐탄의 부작용
- 입술이 갈라지고 입안도 바짝 말라요.
- 얼굴, 몸의 피부가 모두 건조해져 가려워지고, 햇빛에 민감해져요.
- 안구건조증도 생기고 안결막염의 빈도도 늘어나요.
- 두피와 모발까지 건조해지고 탈모로 이어질 수 있어요.
- 위산 분비가 줄어들어 소화불량, 위경련 등의 위장 장애가 생길 수 있어요.
- 간조직도 파괴해 간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로아큐탄 장기복용시 꼭 간수치 검사가 필요)
- 여성의 경우 자궁 내막의 분비선이 위축되어 생리주기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 뇌의 방어막(BBB)을 통과해 정신과적 교란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자살, 우울증, 자살 시도 등)

이에 추가해 가임기 여성에게는 정말 중요한 부작용이 한가지 있는데요. 임신 중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가임기 여성은 이 약에 노출되면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기형유발 약물로 증명되었거나 의심되는 약물을 최기형성 유발 약물이라고 하는데요. FDA에서 규정한 최기형성 약물은 아래와 같이 정리가 됩니다.

최기형성 유발 약물표


이소트레티노인 포함 유사 제제 3개가 이 명단에 떡하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로아큐탄 복용에 대한 제약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1달 안에 몸에서 배설되므로 복용 후 한달 정도 피임을 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어떤 의사 선생님은 최소 3개월, 안전하게 6개월까지는 피임을 하는 것을 권하시더라구요.




결국 로아큐탄을 이해해보니 남성보다 선조직이 더 발달해있는 여성,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더 주의가 필요한 약이네요.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이소트레티노인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3개월을 기준으로 부작용의 위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특히 장기복용을 할수록 위에서 언급했던 부작용의 심각성도 같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로아큐탄을 처방받은 후 3개월 이상 연속해서 복용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고, 추가복용이 필요해도 일정 휴약기간을 가지길 권고하고 있지요. 또한 3개월 이상 복용할 때는 안과 검사, 간수치 검사를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내원해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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