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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민 Feb 10. 2018

항생제 내성,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겨누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에 대한 작은 생각

세균이 만든 역사,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내성균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세계 국가 권력이 현대의 패턴으로 재편될 때 세균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제국이 타 대륙을 식민지화할 때 본인들은 면역력을 갖고 있지만, 아메리카 인디안이나 호주의 애버리진, 뉴질랜드의 마호리족 등 각 대륙의 원주민에게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세균을 들고 가서 그들을 전략적으로 감염시켰고, 결국 이 세균이 그들을 몰살시켰던 것이지요. 그러나 항생제의 개발로 세균 감염으로 생기는 무수한 질병으로부터 인간은 구원받았고 다른 나라를 침탈해 국력을 키우려는 제국주의는 종식되었죠.

 항생제가 가진 여러가지 부작용 중에서도 가장 중차대하고 위험한 문제는 내성균(resistant bacteria)입니다.  그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에 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방송사에서 종종 기획 방송을 하고 해서 많은 분들이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하고 계실거에요.


항생제 내성은 왜 생길까?


 항생제 내성을 이해하려면 항생제의 태생을 알아야 하는데요. 항생제는 '세균 자신이 노쇠현상으로 약해지면,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다른 세균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만든 물질'입니다. 항생제에 의해 자신도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라는 것은 바로 자신이 생산한 항생물질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자체 방어능력이기도 합니다. 항생제 남용이 만연하면서 세균을 완전히 박멸할만큼의 충분한 농도에 노출되지 못한 세균은 DNA 구조에 변이를 일으켜 살아남게 되지요. 이렇게 변이를 일으킨 세균은 그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정작 필요한 때'에 항생제가 무용지물인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1996년에 최후 단계의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조차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인 VRSA( Vancomycin  Resistance Staphylococus Aureus)이 일본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그 후로도 세계 각지에서 이 균에 대한 사례가 보고 되고 있습니다. 슈퍼박테리아라고도 불리는 VRSA는 MRSA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이라는 전혀 반응이 없는 세균을 말합니다. 현대 항생물질 개발의 역사는 내성균을 극복하기 위해 흘러왔습니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 속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1950년대에 개발된 반코마이신을 능가하는 다음 단계의 항생물질을 21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 우리는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 무서운 일입니다. 그러나 세균감염이 아닌 상황에 항생제를 쓰고 있는 일이 제 주변에서도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감기 걸렸을 때 항생제 처방 받았던 경험 많이 있으실거 같아요. 감기에는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감기아데노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질환이거든요. 항생제는 세균인 박테리아에만 선택적으로 효과가 있는거구요. 그래서 열나고 맑은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를 하는 감기 증상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습니다. 또한 염증이 생겨 항생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세균이 완전히 사멸될 정도의 충분한 복용기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 속에서 세균감염에 스스로 대항할 수 있는 인체 면역력을 튼튼하게 기르는 것입니다.



여드름 치료에도 항생제 쓰나요?


 먹는 여드름 약으로 가장 빈용되는 약물은 로아큐탄입니다. 이외 항생제와 피임약(호르몬제) 순으로 처방이 많이 됩니다. 보통 여드름 치료에 활용되는 항생제는 한정적입니다. 그 이유는 수많은 항생물질 중 여드름에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의 종류가 몇가지 안되기 때문입니다. 항생제는 중등도 또는 증증 여드름, 국소용 제제의 도포로 치료에 실패한 경우, 초기 염증이 색소침착이 심하게 보일 때, 반흔이 예상되는 경우, 병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할 때 처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전신 투여는 약물이 피지선과 모낭내에서 보다 높은 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국소치료제보다 반응이 좋답니다. 복용 기간은 최소 1개월에서 그 이상이고 호전 반응도 그 뒤에 일어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주로 여드름에 처방되는 항생제는 테트라사이클린, 미노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 등의 테트라사이클린 계열과 내성과 부작용 문제로 퇴출된 에리스로마이신과 같은 계열인 아지트로마이신록시트로마이신 등의 마크라이드 계열의 항생제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빈용되는 항생제는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이구요.

아래 왼쪽 사진은 독시사이클린인 화이자 제약의 바이브라마이신-엔이구요. 오른쪽은 미노싸이클린인 미노씬 캅셀입니다. 그중 미노사이클린 즉, 미노씬이 가장 처방율이 높습니다. 미노씬은 아래와 같이 생긴 캡슐입니다.


여드름 치료를 좀 해보셨다 하시는 분은 이 약 눈에 익으신 분들 많으시죠?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이 여드름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수용성을 가진 다른 항생제들과는 달리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은 지방에 잘 녹는 지용성이기 때문이에요. 여드름은 피지선 내에서 피지가 정체됨으로 인해 시작되는 피부 병변으로 일종의 기름샘인 피지선 주변, 여드름 병변에서 높은 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이 여드름에 주효하고 많이 사용되게 되었지요.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은  공통적으로  골성장 저하, 치아 변색 등의 부작용이 있구요. 그래서 이 계열의 항생제는 성장기의 아동에게는 처방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테트라사이클린보다 2세대 미노사이클린과 독시사이클린이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데 이유는 테트라사이클린공복시 복용하고 반감기가 짧은 약물이라 하루 4회 복용하기에 하루 2번 복용하는 미노사이클린이나 독시사이클린보다 복용하기 불편하고 위장관 부작용이 더 심하기도 하구요.



여드름에 쓰는 항생제, 내성은?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도 당연히 내성이 문제가 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여드름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율을 조사한 2012년 논문의 결과를 말씀드려볼게요.

목적/ 한국와 일본의 여드름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 비교
결과/ 일본은 클린다마이신 내성 여드름균이 18.8%인데 반해 한국은 클린다마이신 내성 여드름균은 30%, 에리스로마이신 내성율은  26.7%, 테트라사이클린에 내성인 여드름 균은 3.3%

한국의 경우 여드름균에 대한 내성율이 더 심각하고 여러 항생제 중에서 클린다마이신과 에리스로마이신보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는 아직 여드름 균에 내성율이 낮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거 같아요. 그러나 무분별하게 정확하지 않는 복용법으로 항생제를 남용하게 되면 결국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에도 여드름균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겠지요. 그러면 여드름에 사용할 항생제가 없어지는 상황이 그 언젠가 올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일전의 글에서도 제 의견을 밝혔지만, 만성염증인 여드름에 항생제를 쓰는 것에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정작 목숨이 오고가는 필요한 상황에 항생제가 들을려면 의료 체계내에서 항생제 처방하는 비율을 줄여야 합니다. 여드름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경우 효과도 크지 않고, 설령 항생제에 효과를 보여도 재발이 되기 쉬운 여드름의 경우 득보다 실이 큰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생제를 걱정하는 또다른 이유

 항생제는 세균(박테리아)을 사멸시키는 약물이지요. 그런데 항생제는 몸에 해로운, 불편한 증상을 만드는 세균만 선택적으로 사멸할 수  없다는데서 또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균에 작용하는 과정에 장내에 상주하는 유익한 세균(유산균), 질내 상주하는 유익한 세균(유산간균)도 함께 사멸시키게 됩니다.  그러므로 항생제 복용후 정상세균총이 손상되어 설사를 하거나 질염이나 구내염에 걸리는 경우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질병을 호전시키기 위해 복용한 항생제가 정상 세균총을 파괴해 인체는 다른 위험한 감염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참고문헌/

1. 문상호 외. Antibiotic resistance of microbial strains isolated from Korean acne patients. T he journal of Dermatology (2012)

2. 김경환. 약리학 강의 (제 4판). 의학문학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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