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가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 고찰
그날, 여자를 힘들게 하는 생리통
여자들에게는 한달에 한번, 그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귀찮고 까다로운 손님이 있죠. 바로 월경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생리(menstruation)입니다. 우울했다가 별거 아닌 일에 짜증도 났다가 감정은 널을 뛰고 붓기도 심해지고 잠을 충분히 자도 피곤하고, 식욕은 또 왜 걷잡을 수가 없나요? 피부는 푸석하고 화장도 뜨고 또 턱주변에 여드름도 심해지구요. 생리전 증후군(PMS)이라는 병명으로도 불리기도 하는 이러한 증상들이 주는 불편감은 여자들을 참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이에 끝나지 않고 막상 생리를 시작하고 나면 아랫배를 짓누르는 생리통때문에 일상 생활에 방해를 받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생리통으로 힘들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를 복용하시는 분들이 제일 많지 많지 않을까 해요. 생리통이 심하신 분들의 경우 산부인과에서 생리 예정일 2일전부터 진통제를 복용하도록 처방해주기도 하더라구요. 매달 여러 개의 진통제 복용하면서 그 날의 고통을 넘기셨던 분들, 한번쯤은 진통제 이렇게 계속 복용해도 문제가 없나라는 생각 들지 않으셨나요?
생리통은 왜 생기는 걸까요?
어떤 사람은 생리통이 심하고, 어떤 사람은 전혀 생리통이 없고 생리통은 누구에게나 있는 증상이 아니랍니다. 생리통이 생기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생리가 일어나게 하는 여성의 몸 속 상황을 이해해야 할거 같아요.
하복강 내 주먹만한 자궁과 밤톨만한 난소에서 한달에 한번 경이적인 변화가 일어나죠. 매달 난소에서 성장시킨 단 하나의 난포가 성장해 배란이 되고 자궁벽은 비후되기 시작하면서 태아를 기를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비후된 자궁벽이 질을 통해 탈락되기 시작하는 것이 생리입니다.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는 위의 그래프를 보시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란 직후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여러가지 생리전증후군을 만들고 있지요.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농도가 최저치로 떨어질 때 자궁벽의 비후된 조직들이 탈락되어 나오게 되는데요. 이것이 생리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비후된 자궁벽이 탈락되어 밖으로 나오는 통로인 질입구는 겨우 바늘 구멍만한 직경을 갖고 있답니다. 털컥 쏟아져 나와 생리대에 묻는 혈액양을 생각해보면 믿기진 않지만, 자궁벽에서 탈락된 혈액이 그 조그만 질입구를 비집고 나와 바깥으로 배출되고 있는 것이 인체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생리통을 일으킬만한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종 등의 자궁내 기저질환이 2차적으로 생리통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이러한 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저질환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도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은 많습니다. 자궁벽에 비후되어서 탈락되어 떨어지는 혈액의 점도가 높다거나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벗어나 생성된 노폐물이 많은 상태라면 생리통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유를 들어서 말씀드리면 점도가 낮은 물은 좁은 비커의 구멍이라도 쉽게 빠져나옵니다. 그러나 끈적끈적한 잼은 그 좁은 구멍을 빠져 나오기 힘들어 입구에서 병목현상처럼 몰려 있게 되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몸은 자궁벽을 수축시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분비량을 늘립니다. 이 물질로 인해 생리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구요.
진통제는 어떻게 통증을 없애주나?
진통제는 통증을 가장 최종적으로 느끼는 뇌를 마비시키는 마약성 진통제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진통제인 비마약성 진통제로 나눠집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감염이나 외상 등의 비상사태를 통증이라는 확실한 감각으로 뇌에 전달하기 위한 척후병 역할을 하는 물질이 관여합니다. 이 물질은 프로스타그란딘, 브레디키닌, 히스타민, 세로토닌이 있습니다. 이 물질들이 발생하면 통증과 발열이 일어나도 염증 반응도 이어서 진행이 되지요. 일반적으로 발열과 통증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물질은 프로스타그란딘과 브레디키닌인데요, 이 프로스타글란딘과 브레디키닌의 생성을 억제해 통증을 느끼는 역치를 높이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것이 진통제입니다. 실제로 통증을 느끼게 만드는 몸 속 원인은 바뀐 것이 없음에도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둔감하게 만든단 이야기이지요.
생리통에 진통제 장기 복용 괜찮나?
생리통을 매달 진통제로 관리하는 방법은 또다른 고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논문이 있어서 함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목적/ 평소 생리통이 있어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배란상태를 비교해본 임상연구 논문
설계/ 실험군인 39명 중 16명은 디클로페낙(Diclofenac), 12명은 나프록센(Naproxen), 11명에게는 에토리콕시브(Etoricoxib)라는 진통제를 10일간 투여하고 대조군인 정상 여성에게는 위약을 투여
막연하게 괜찮을걸까라고 심증적 의심만 하고 있었던 저는 이 결과를 보고 조금 충격을 먹었답니다.
결과는 3종류의 진통제와 위약을 복용한 뒤 10일 후 초음파로 난포와 난소를 검사하고 혈액검사로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검사한 결과 대조군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 100% 배란이 일어난 반면 디클로페낙은 6.25%, 나프록센은 25%, 에토리콕시브는 27.3%만이 정상적으로 배란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하네요.
이 결과가 단지 10일간 진통제를 복용한 뒤 몸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현상이라니 그저 놀라운데요. 이는 장기적인 진통제 복용은 여성의 가임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생리통을 치료하지 않고 진통제로 통증만 제어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게 되면 먼훗날 임신을 원할 때 마음과는 달리 힘들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통제는 임산부에게도 물론 안전하지 않습니다. 영국에서 아스피린 등 진통제를 복용한 임산부의 유산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임산부들보다 몇 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영국왕립산부인과대학은 임산부들에게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케토프로펜, 나프록센 등을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한다고 합니다. 그 연구 결과를 보면 임신 12주내에 유산한 4천 268명의 임산부와 정상분만한 2만 9천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에서 유산 1주일전 기간에 진통제를 복용한 사람들과 정상분만 1주일전 기간에 진통제를 복용한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유산한 사람들이 진통제를 복용한 확률이 7배나 높았다고 하더라구요.
참고문헌/
1. Sherif B.Q 외. Effects of some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on ovulation in woman with mild musculoskeletal pain. Journal of pharmacy and Biological sciences(2014)
2. 이미영. 약이되는 약이야기. 새길(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