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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민 Jan 31. 2018

만성염증, 항생제가 안듣는다면

여드름 치료를 통해 본 한의학의 만성 염증 치료


항생제의 개발 그 후, 인류 질병의 역사

 1940년에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개발된 사건은 인류에게 혁명과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항생제 덕분에 인류는 세균으로 인한 감염병으로부터 해방되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항생제로 인해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항생제를 쓰면 쓸수록 세균은 더 강해져서 급기야 지구상의 그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치명적인 내성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로 해결되지 않는 만성염증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구요.


 급성 염증 치료에 항생제가 이뤄낸 성과는 절대 무시할 부분이 아닙니다. 그러나 만성 염증, 즉 갑작스레 생명을 잃을 정도의 치명적인 염증 단계는 아니지만, 장기간 반복되어 우리를 괴롭히는 염증의 경우에는 항생제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일 때 한의학은 분명히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염증 치료, 특히 만성 염증 치료에서 아주 강점이 큰 의학입니다. 피부의 만성 염증 질환인 여드름도 한의학적 치료가 큰 강점과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실제로 피부과에서  치료를 반복해도 호전 반응이 없던 중증의 응괴성 여드름과 같은 난치성 여드름이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잘 치료되고 있습니다.




염증반응, 면역력이 살아있다는 증거


 오늘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염증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염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이물질이 우리 몸을 침범했을 때 우리 몸을 지키고 손상된 조직을 수복시키기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염증 반응이 시작되었다면 끝까지 그 반응이 완료가 되어야 원인 물질은 처리가 되고 손상된 부위는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염증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면역계입니다. 면역계는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이 있는데요.  염증 초기에는 체액성 면역이 작용합니다. 체액성 면역에서는 병원체가 침투하면 이를 빠르게 제거하기 위한 항체를 만들어내서 방어하는 것이지요. 예방접종이 이 체액성 면역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원인균이 해결이 안되면 T림프구를 포함한 면역 세포들이 주축이 되는 세포성 면역이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세포성 면역은 항원을 인식하면 T림프구가 사이토카인을 만들어내어 대식세포, NK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면역반응입니다


이 과정에  해당부위의 혈관이 확장되고 백혈구, 혈장단백질 등이 몰려 들고 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혈소판 등과 같은 물질이 주변을 둘러싸는 형태로 봉쇄하는 바람에 붓고 혈류가 모여서 단단해지는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급성 염증의 반응입니다. 

체액성 면역, 세포성 면역의 기전


만성염증이 되는 기전


 두 면역 사이클을 거치면 염증이 말끔히 해결이 되어야 할텐데 실상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3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1. 염증을 일으켰던 유발 요인이 염증반응으로  처리가 되는 과정이 지지부진하다.
2. 염증반응으로 처리가 되었는데도 염증은 낮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
3. 염증반응을 거쳐 반응이 호전된 후  자꾸 재발된다.

사실 이 부분이 오랜 염증으로 고생한 사람들에게도, 이를 치료해왔던 의사 선생님들에게도 큰 숙제가 아닐까합니다.

 요즈음은 염증 생기고 염증반응이 완료되기 전에 항생제를 복용해 그 반응이 완료되지 못하고 정전대치하는 상황이 생기게 되면서 위와 같이 만성염증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이 부분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게요.


 염증반응의 마무리 단계에는 항원과 결합한 항체인 항원항체복합체에 간에서 생산된 보체가 붙어서 적혈구를 타고 혈류순환계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 이 염증반응을 마무리하는 일등 공신이 바로 부신피질 호르몬입니다.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면 염증 반응은 슬슬 종결되면서 림프구들은 원래 있던 제자리를 찾아가고 항원항체복합체들은 염증 부위에서 밀려서 주로 피부나 장점막과 같은 점막계통으로 쫒겨가게 됩니다. 혈류 순환계로 들어오면 사구체막보다 사이즈가 작은 복합체는 콩팥에서 걸러져서 소변으로 배출되고, 사이즈가 큰 복합체는 비장과 간장에서 처리가 되어 답즘의 형태로 대변으로 배출되게 됩니다.피부 쪽으로 밀려간 항원항체 복합체들은 땀을 내는 반응에 의해 외부로 처리가 됩니다. 이렇듯 결국 염증으로 인한 부산물은 배출이 되어야 염증 반응이 끝이 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피부에 염증이 생겼다면 농의 형태로 배출이 되어야 결말이 나게 되는 것이죠.


이는 여드름 치료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단지 얼굴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라 이를 압출이라는 과정을 통해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여드름 치료에 있어 압출은 염증의 부산물을 배출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한의학의 염증 치료 원리

염증이 생기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 걸까요?


인체는 폐쇄 순환계( 즉. 그 안에서 돌고 도는)이므로 염증이 생기는 부위로 혈류가 모이기 시작하면 그 부분은 (가득차 있는 상태)해지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부위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부족해지는 상태)해지게 됩니다. 여기서 한의학의 치료 목표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항원이 아니라 정체된 곳을 풀어주고 순환을 원래대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감기로 예를 들어보면 바이러스가 침범해 편도가 부어 피부 점막과 내장 점막( 위장)에 혈류 흐름이 줄어 있으면 이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목표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초기 염증에 피부 쪽에 줄어든 혈류 흐름을 돌리기 위해 발산법이라는 치료법을 택하게 됩니다.


자 그러면 여러 원인에 의해 염증 반응이 완료되지 않아 염증 회복이 답보 상태에 놓여 있을 때 한의학은 어떤 관점에서 치료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여드름을 포함한 여러가지 만성 염증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염증이 일어날 때 생기는 반응에 따라가며 한의학의 염증 치료 흐름을 설명드려 볼게요.


1. 혈관이 확장이 되어서 벌겋게 된다.
혈관이 확장되어 나타나는 증상을 해결해주기 위해 반대로 혈류 흐름을 크게 만들어주는 열을 줄이고 혈관을 수축을 시키면 됩니다. 이때 한의학에서는 황련황금과 같은 苦寒 한 약재들을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2. 염증 부위에 열감이나 통증을 느끼게 된다.
 혈관이 확장되어 신경 예민도가 올라가고 흥분도가 높아질 때 석고라는 약재를 써서 신경을 안정시켜주고 열생성도 억제해 줍니다.


3. 염증 부위가 붓고 단단해지는 부종이 생긴다.
 혈류를 몰아주고 면역물질, 조직재생에 필요한 단백질 인지질 기타 등등 여러가지가 몰려들어 너무 부어있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빼줍니다.  복령, 저령, 택사 백출 등 이습삽습약에 속하는 약재들이 범주에 속합니다.  삼백초, 어성초도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약재들이구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부은 것을 이뇨를 시켜서 빼지 않고 림프순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빼는 것입니다.

세포성면역단계에서 수지상세포가 림프절로 이동해서 B셀이 항체를 생산해서 림프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작용 역시 한약이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去痰을 시키는 반하라는 약재로 기관지 확장 효과까지 내서 호흡을 활성화시켜서 림프 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4. 혈류장애가 오면서 조직의 정상 기능이 떨어진다
 잦은 염증부위에는 조직의 섬유화가 일어나고 혈류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혈류 장애가 생기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혈관과 신경이 신생되는데요. 이런 현상이 조직의 정상적인 기능을 흐트러지게 합니다.
염증의 마지막 단계에 보체가 결합한 후 적혈구를 타고 혈류를 타고 비장, 간으로 가서 최종처리되는데 빈혈이나 혈류순환 장애 상태(한의학에서 血虛 )에 있으면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이 안될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귀나 천궁과 같은 보혈제를 사용합니다. 또한 염증조직이 섬유화가 되고  혈관신생이 되어 울혈이 잘되는 경우는 목단피,도인과 같은 파어지제( 어혈을 제거하는 약 )가 필요할 것입니다.


5.  조직 회복의 재료가 될 단백질이 필요하다.

 만성염증 상태는 조직의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라 재료가 될 고영양소인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녹용, 자하거, 천산갑, 아교, 동충하초 등 약재가 사용됩니다.




 소화기(脾胃)치료, 만성염증 치료의 기본


 염증의 전단계에서 잘먹고 소화를 잘 시켜 영양소를 적재적소에 공급을 해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손상부위의 복구를 위해서 단백질, 인지질 등의 영양소를 공급해줘야 염증이 빨리 회복될 것입니다. 항체생산, 면역글로블린, 보체등의 생산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염증이 만성으로 질질 끌고 있는 상태인데 환자가 소화기가 약해 식욕이 없어 잘 먹지도 않고, 잘 먹고 있으나 소화가 안되어서 힘들어 한다면 우선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소화기를 회복해서 내장혈류 흐름을 살리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일 것입니다.


 여드름 치료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소화기 문제가 생기면서 여드름이 악화되거나 잘 낫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이 경우 외치 요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소화기 문제를 해결해주면 치료에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주정상외. 장중경 약물학. 대성의학사( 2008)

2. 아보 도오루. 면역학 강의. 물고기숲(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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