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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민 Apr 17. 2018

다낭성난소를 가진 여자의 숙명, 여드름

다낭성난소증후군과 여드름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K를 만난 어느 날 풍경



  벌써 4개월전 일이군요. 작고 여리여리한 몸매에 왕방울 같은 큰 눈망울을 꿈벅거리며 힘겨운 걸음으로 진료실을 들어선 여대생 K의 히스토리를 들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8개월 정도 생리가 끊겨서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진단받은 건 2년전 일이고, 그 이후 반복적으로 호르몬제를 복용했던 이력이 있는데 약복용하는 그때뿐 생리를 했던 것이 2년간 손꼽을 일이라고 합니다. 내원 직전에는 검사 결과 인슐린 혈중 농도가 높아 당뇨약인 메트로폴민 복용했었는데, 심한 현훈과 구토와 복통으로 응급실을 다녀온 뒤 약복용을 중단했고, 그 뒤로 걸을 힘조차 없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했거든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가진 여성은 비만한 체형이 많은데, K는 식욕부진도 심해 깡말라 있었고, 각종 여드름 치료를 받았음에도 전혀 호전되지 않고 심해지는 경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붉은 여드름이 가득 내려앉는 얼굴 아래에 보이는 뽀얀 속살로 그녀의 원래 피부톤을 예측해볼 수 있었지요. K처럼 여드름 치료로 만난 20대 초반의 여성 환자분들이 몇년째 무월경 상태이거나 년중 행사로 생리를 하고 있는 경우는 많습니다.

                                                                                                                                

 

여드름은 각질과 피지의 균형이 깨져있는 피부의 문제가 우선이지만, 단순히 피부만 보고 치료에 임하면 중요한 흐름을 놓치게 되고 치료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드름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질환이며, 호르몬 불균형이 만드는 타질환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호르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치료는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난소때문에 여드름이?


 오늘은 여드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분비계 질환인 다낭성난소증후군(PCOS:PolyCystic Ovary Syndrome)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이해하려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특징을 잘 알아야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여성의 몸에 영향을 주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인데요.



 안드로겐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는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남성호르몬이며 피부에는 아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여드름 형성에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입니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혈중 농도가 높을 경우, 이런 현상을 고안드로겐혈증이라고 하는데요. 당연히 고안드로겐혈증은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혈중에 남성호르몬 수치가 증가되어 있는 고안드로겐혈증이 있는 경우 여드름 외에도 다모증, 남성형 탈모, 생리불순 등의 증상이 나타날수 있습니다. 여드름과 남성형 다모증이 함께 있는 성인 여성의 경우 50% 이상에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있고 혈중 안드로겐이 증가된 성인 여성 여드름 환자의 약 30~40%에서 이 세가지 증상 중 적어도 하나의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요. 가임기 여성의 10~15%정도가 다낭성난소 증후군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여러 개의 난포가 자라지만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 난소 상태때문에 여성 난임과 불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15년 건강보험심사 평가원 통계를 보니 한국의 난임 여성이 16.5만명이며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 73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과 각종 스트레스 등 위해 환경이 많은 탓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구요.  




About 다낭성난소증후군


 다낭성난소 증후군이란 만성무배란, 고안드로겐혈증, 난소의 염주모양 난포 등  이 3가지 중에 2가지 이상 만족하는 경우 진단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이 2003년 개정된 Rotterdam 가이드라인인데요.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만성적인 희발 배란증, 무배란 상태 지속
2. 임상적으로, 생화학적으로 나타나는 고안드로겐혈증
3. 초음파 상에서 다낭성 난소 즉 한개의 난소의 2~9mm직경인 난포가 12개 이상 또는 난소의 용적이 10ml이상

이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 초경 전후기에 다모증과 비만의 시작, LH /FSH 비율 증가가 보일 때도 진단에 참고하는 소기준이 됩니다.



위 그림에서 보시면 정상난소와 다낭성난소의 차이가 확연하게 구별되지요.여자는 태어나면서 100~200만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구요. 한달에 한번 1개의 난자가 황체난포로 성장해서 배란이 됩니다. 결국 200만개 중 평생 300~400개의 난자만 소진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다낭성 난소의 경우 정상주기에서 발생하는 되먹이기 기전에 문제가 생긴 경우 여러 개의 작은 낭포가 생기면서 난소 주변에 작은 낭종들이 진주목걸이처럼 배열되어 보이는 초음파 소견을 보입니다


왼쪽이 다낭성 난소, 오른쪽이 정상난소


정상적인 생리주기에서는 아래의 그림처럼 FSH 농도가 증가되면서 LH surge가 일어나고 그 뒤 배란 현상이 일어나면서 바로 FSH와 LH의 농도가 떨어지고 황체를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반해 다낭성 난소는 이와 다른 경과를 거치게 됩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원인과 발생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보통 아래의 3가지 정도 가설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1. LH가설 : 뇌하수체 LH surge의 빈도나 강도가 증가해 발생한다
2. 인슐린 가설: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로 혈중 인슐린 농도의 증가하면서 인슐린이 난소와 부신에서 안드로겐 합성을 과도하게 자극해 그결과 고안드로겐혈증이 나타난다
3. 난소가설: 난포막 세포에서 sex steroid 합성 조절이 부전해 난포막 세포에서 안드로겐 생성이 증가한다

결국 난소에서 다낭성 변화가 생기는 직접적인 이유는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FSH이 완전히 억제되지 않으면서 난포 성장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기 때문입니다. 배란은 우성난포 한개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인데, 다낭성 난소에서는 우성난포로 성숙되지 못해 그 결과 배란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과다증식된 난포에 의해 LH 수치가 증가되어 있어서 난포가 황체화되고, 이로 인해 안드로겐 분비량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How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치료


1. 인슐린 저항성 개선 약물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약물은 메트로폴민인데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정상적인 배란을 유도하고,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발생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도 처방됩니다. 이 약은 복용 후 과배란 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고, 임신 중 복용 불가능한 약물입니다.


2. 불규칙한 월경 주기 교정

 경구피임약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여성호르몬제를 처방하는데요. 경구피임약은 LH의 분비를 억제시키고 간에서 SHBG의 합성을 증가시켜 혈중 안드로겐 수치를 감소시키고 5α -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간의 결합을 억제해 생리주기를 정상화시킵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가진 여성이 여드름이 심할 때 경구피임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다모증, 고안드로겐 혈증 치료

항안드로겐 약물

 Cyproterone acetate를 사용하는데요. 이는 강한 프로게스테론 기능과 항안드로겐 기능을 나타내는 약물입니다. DHT가 세포 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며 5α-환원효소의 활성도를 감소시킵니다. 또한 간효소를 활성화시켜서 테스토스테론의 배설률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장약인 cimetidine과 항진균제인 ketokonazole도 항안드로겐 기능이 있는 약물로 간간히 처방되고 있습니다.


프로페시아

대표적인 5α - 환원효소 억제제인 Finasteride로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해 다낭성난소증후군에 효과를 보이는 약물입니다. 이 약물은 남아를 임신 중인 여성은 태아의 남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복용을 금지합니다.


알닥톤

스피로노락톤은 DHT가 세포 내 안드로겐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을 경쟁적으로 방해하는 약물인데요. 이 약물은 여드름 치료에도 많이 활용하는데요.  이 경우 경구피임약과 동시 투약을 합니다.


4. 무배란 상태 개선

 배란유도제인 클로미펜을 많이 처방하는데요. 클로미펜은 다낭성난소증후군에 의해 난임인 여성의 치료를 위해 많이 활용하는 약물입니다.


5. 비만치료

  비만상태일때는 말초에서 전환되는 에스트로겐 양이 많아지고 SHBG가 감소해 유리 에스트라디올과 테스토스테론이 증가되는 현상이 생겨서 혈중 안드로겐 농도가 높아집니다. 또한 비만인 사람은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 인슐린의 혈중 농도가 높은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난소기질에서 안드로겐 합성을 자극해 다낭성 난소가 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한의학에서 다낭성난소를 치료시 비만지수가 높다면 체중을 줄이는 데 치료의 1차 촛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비만을 치료한 뒤에 의도치않게 다낭성난소가 개선되어 정상 생리주기를 찾게 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되지요.



 위에서 말씀드린 다낭성난소 증후군 치료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경구 피임약에 의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복합요법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여성에서는 배란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배란 이후에 프로게스테론 소퇴 반응에 의한 자연적인 자궁내막의 탈락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떄문에 무월경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하여 매달 생리를 한다고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치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피임약 복용 이전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했거나 무월경 상태였다면 피임약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는 다시 복용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성의 생리주기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생리, 즉 출혈의 유무가 아닙니다. 오히려 생리주기 중반기에 일어나는 배란이라는 현상이 생리주기의 균형을 주도한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인체 스스로 자연스러운 배란이 가능하다면 생리주기는 자연적으로 규칙적인 리듬을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의 목표는 여기에 있습니다. 한약치료와 침뜸 치료를 통해 어혈이나 담음과 같은 병적 산물을 제거해 자궁과 난소의 혈류 흐름을 개선시키거나, 기혈이 부족해 허약한 상태라면 이를 개선해 인체 생리기능이 정상적인 생리 주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실제 참진한의원에서 여드름치료를 받으시는 분들 중 다낭성난소증후군때문에 호르몬제를 장기복용하셨던 분들이 많이 있으신데요. 이런 분들의 경우도 호르몬 균형을 맞춰주는 치료를 통해 생리주기를 정상화시킬 수 있으며 정체되어 있던 여드름 치료도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인과학(제 4판: 2013)

2. 한의과대학편집위. 한방부인과(상).정담(2001)




신정민 / 전직 약사 & 현직 한의사

강남 참진한의원에서 난치성여드름, 여드름흉터, 주름, 안면비대칭, 턱관절장애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약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진료현장의 경험을 담아 얼굴 건강과 관련된 지식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짬짬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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