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피부도 건강해지는 똑똑한 운동법 백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여드름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네요"
화장한 5월 어느 날, 건장한 체격을 가진 L군이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8월에 있는 피트니스 대회를 앞두고 몸만들기에 한창 열중하는 중인 그는 그 사이 심해진 여드름때문에 이것저것 다해봤는데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소연합니다. 운동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피부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운동하면서 여드름이 심해지는 경우를 의외로 많이 만나게 됩니다. 땀을 흠뻑 흘리는 과도한 운동으로 지속적으로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피지분비량을 늘리는 경우나 운동 과정에 발생하기 쉬운 물리적인 접촉이 여드름 형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복용하는 단백질 보충제 (protein supplement)입니다.
단백질 보충제 먹고 여드름이 날 수 있나요?
보충제에 따라 다르지만 단백질 보충제는 여드름 유발인자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근육의 볼륨을 키워주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들어가 있는 단백질 보충제뿐 아니라 아주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whey protein 즉 우유에서 분리한 유청분리단백으로 만들어진 단백질 보충제도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 유청분리단백 기반의 단백질 보충제는 여드름 악화인자로 작용했다는 임상보고도 여러 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유청단백이 IGF-1의 생성을 증가시켜 피지선의 활성도를 올리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드름이 없던 실험군이 유청분리 단백 기반의 단백질 보충제 복용 후 여드름이 발생했다는 연구보고도 있더라구요. 본인의 피부 타입과 피지 분비량을 고려해 단백질 보충제를 신중히 선택하셔야 합니다.
유청단백과 관련해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IGF-1은 Insulin-like Growth Factor로 인슐린 유사성장인자입니다. IGF-1은 분자 모양이 인슐린과 유사하게 생긴 성장인자로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촉진하고 사멸 억제에 관여해 유소년기의 인체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IGF-1이 피지선에 작용하면 피지선의 성장을 촉진해 피지 분비량을 늘리게 되는 것이지요.
IGF-1에 대해서는 여드름을 유발하는 고당질 식이에 대한 지난 글에서 자세하게 다뤘던 적이 있습니다. 같이 한번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ulfit/28
IGF-1의 생성은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받습니다. 즉 뇌하수체 전엽에서 성장호르몬이 나오면 간에서 IGF-1을 만들어 인체의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지요. 고당질 식이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고단백식이를 유지할 때 IGF-1의 혈중 농도가 증가하는데요. 특히 다른 단백질에 비해 유청분리 단백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제인을 섭취할 경우 IGF-1이 더 많이 분비됩니다.
유청분리 단백질로 만들어진 단백질 보충제가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많이 복용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드름 유발이 걱정되신다면 가격대가 비싸더라더라도 안전한 단백질 보충제를 선택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청단백 외 단백질 보충제는 크게 두가지로 보면 됩니다. 소고기에서 분리한 단백질로 만든 우육분리단백 기반의 단백질 보충제가 최근에 시판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방이 많은 소고기에서 단백질만 분리해내는 것이 쉽지 않아서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1. 식물성단백질
식물성 단백질은 대두분리 단백과 쌀단백질이 대표적인데요. 유당불내성증으로 유청분리 단백 섭취후 설사를 하고 장내 가스가 차서 복통이 생기는 증상이 생기면 일순위로 선택하게 되는 단백질보충제입니다. 또한 유청단백 기반의 단백질 보충제로 여드름이 올라왔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복용해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대두분리 단백의 경우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아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콩단백질에는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어 복용을 꺼리시는 남성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2. 난분리단백질
계란에서 분리해낸 단백질인데요. 유청단백에 비해 비린내도 적고 맛도 좋고 단백질 질도 좋아 더 좋은 퀄리티의 단백질 보충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격이 좀 비싼다는 것이 단점이지요. 보충제가 부담스럽다면 삶은 달걀흰자를 드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단백질보충제 안전한가?
작년 여름 근육맨 김종국씨가 슬리퍼를 신고 런닝맨 촬영에 임하는 장면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가 과다한 단백질 섭취로 통풍이 오면서 꽉죄는 신발을 신기가 힘들어서 생긴 일이었지요.
단백질을 과다섭취하면 건강에 여러가지로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김종국씨처럼 단백질 대사과정에 발생한 요산으로 인한 통풍이 생길 수 있으며, 칼슘이 배출되어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고, 단백질이 대사 되는 과정에 발생하는 질소노폐물이 대사배설 과정을 주도하는 신장과 간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되지 못한 단백질이 체지방으로 축적될 수 있으니 과한 복용은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운동 효과를 올리기 위해 운동전에 부스터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스터는 카페인이 주성분이라 탈수 현상을 일으킬 수 있고 피부 건조 현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노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 보충제이든 부스터이든 무분별하게 과다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시길 당부드리고 싶어요
운동 잘못하면 건강을 해칠수도
단백질 보충제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 운동 이야기를 좀 깊게 들어가볼까요? 운동의 순기능은 제가 일일히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운동을 꼬박꼬박 열심히 하면 무조건 몸도 건강해지고 꿀피부를 갖게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답니다. 저는 운동하면서 여드름이나 여타 다른 피부 질환이 심해지신 분들도 많이 만납니다. 이러한 분들은 본인에게 맞지 않는 잘못된 운동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다 아시죠?
몇년전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피부과 선생님이 나오셔서 이봉주 선수 피부 상태를 진단내리는 걸 본 적이 있는데요. 기억하시는 분들 있으실거라고 생각해요. 이봉주 선수의 근력과 체력은 20대인데, 피부 나이는 50대라고 하더라구요. 마라톤이라는 운동 특성상 무리한 유산소 운동을 할수 밖에 없었고 태양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외선의 광자극, 적외선의 열자극이 피부의 노화를 촉진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몸! 날씬한 몸! 깨끗한 피부
운동이 우리 몸에 주는 순기능은 어마어마합니다. 운동을 하면 생리적으로 신진대사가 촉진되고 호흡 속도가 증가하고 산소 필요량이 늘어나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게 됩니다. 또 체온이 증가합니다. 땀배출이 늘리기 위해 모공이 열리게 되고 이 과정에 노폐물 배설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면역력이 증가되지요. 게다가 근육량이 증가하면서 체지방 연소도 늘어나서 다이어트 효과까지 만들어줍니다.
체온이 올라가면서 우리 피부에도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나는데요. 대사가 촉진되면서 혈류량이 증가되어 혈관이 확장되어 얼굴이 붉어지고 피부 온도가 올라갑니다. 한선이 자극을 받아 모공이 열리고 땀 배출량이 증가합니다.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피지선에서 피지 분비량도 증가하는데요. 보통 피부 온도가 1도 올라가면 피지분비량은 10% 정도가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운동을 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늘어나면서 피지 분비를 더욱 자극하게 됩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법 원칙
운동이 피부에 순기능만을 주도록 하려면 운동전후 지켜야할 원칙들이 있습니다. 피부질환을 갖고 계신다면 숙지해두셨다가 활용해보세요.
본인 체력에 맞는 운동강도 선택하기
우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본인의 체력과 현재의 컨디션에 맞는 운동 강도를 선택해야 하며 순차적으로 운동 강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의 체력과 컨디션에 맞는 운동강도를 선택하는 기준은 운동 후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어야 하며 심한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 강도의 운동입니다. 잘못된 운동 강도를 택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부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장시간 운동하거나 땀을 과도하게 내는 강도 높은 운동은 피부에도 좋지 않은데요. 콜라겐 탄력섬유가 급격히 파괴되어 탄력이 떨어지고 모공벽이 얇아져서 피지선이나 모공의 활동력 저하되고 피부 노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마에 약간 땀이 맺힐 정도로 1-2시간 안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운동 전 챙겨야할 것들
메이크업 지우기
생얼이 창피하거나 혹은 귀찮아서 메이크업한 상태 그대로 BB크림, 파운데이션, 색소제품 등을 바르고 운동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이러한 습관은 트러블 피부에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피부에 쌓여있던 화장품 잔여물에 종일 분비된 피지에 운동시 증가하는 피지분비량, 게다가 운동시에 흘린 땀까지 더해져 있는 상태가 됩니다. 여기에 운동을 하면 열이 발생하며 혈액순환이 증가하고 혈류량이 늘어나 모공 열리면서 열린 모공을 파운데이션 입자가 막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여드름이 악화될 수 있으며, 확장된 모공에 화장품 잔여물이 같이 흡수되면서 모공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머리는 하나로 묶기
머리를 묶어서 잔머리가 피부에 들러붙지 않게 해주세요. 땀에 머리가 달라붙으면 얼굴에 손을 대야하는데요. 여드름은 만지는 압력에 악화되기 쉽고 깨끗하지 못한 손으로 자꾸 얼굴 만지는 것은 감염에 노출되게 만들 수도 있구요.
자외선 차단제 바르기
실외 운동을 계획하신다면 운동하기 30분전에 자외선차단제를 꼭 발라주세요. 그리고 모자나 고글같은 다른 차양수단도 함께 사용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중 챙겨야 할 것들
땀 가볍게 제거하기
땀은 산성 성분으로 모공벽 자극해 모낭벽을 얇게 만들 수 있고 피지선의 활동 및 모공의 신진대사과정을 방해합니다. 땀이 과도하게 방출되는 운동으로 모공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게 되면 모공벽이 얇아져 피지선이나 모공의 활동력을 저하됩니다.
그러므로 통기성이 좋고 땀흡수에 좋은 면 소재의 옷을 입어야 하며 땀이 과도하게 나는 경우 땀을 제거하면서 운동해주는 것이 좋은데요. 강한 압력으로 거칠게 닦지말고 수건으로 살짝 눌러서 땀을 닦아주세요.
수분보충하기
운동하면서 땀으로 수분과 염분이 소실될 수 있으니 운동 효율을 높이고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틈틈히 수분을 보충해주시고 목이 마르기 전에 목을 축이듯이 자주 마셔주세요.
운동 후 챙겨야할 것들
피부온도 낮추기
얼굴이 심하게 빨개지는 강도의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성화되면서 열이 오르고 땀이 나죠? 열은 피지분비도 늘리고 염증반응도 촉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여드름이 심해질 수 있답니다.
운동 후 재빨리 쿨링해주시는 것이 좋은데요. 우선 땀을 미지근한 물에 씻어내고 마스크팩으로 피부 진정시키고 보습에 신경써주세요. 운동 과정에 소실된 수분을 보충해주시는 것도 잊지마시구요
참고문헌/
1. Simonart Tacne. Acne and Whey Protein Supplementation among Bodybuilders (2012)
2. Melnik B.C, Evidence for Acne-Promoting Effects of Milk and Other Insulinotropic Dairy Products. Karger(2010)
3. GUYTON&HALL. 의학생리학 . 정담 (2002)
신정민 / 전직 약사 & 현직 한의사
강남 참진한의원에서 난치성여드름, 여드름흉터, 주름, 안면비대칭, 턱관절장애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약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진료현장의 경험을 담아 얼굴 건강과 관련된 지식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짬짬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