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정민 Apr 04. 2018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여드름은 자국을 남기고

여드름 붉은 자국과 색소성 자국 치료 이야기


여드름이 끝나면 시작되는 고민, 자국


 여드름 치료를 위해 처음 병원에 내원하시는 분들의 피부고민은 피지, 번들거림, 피딱지, 고름, 우툴두툴한 피부 질감, 통증, 발적반응 등 여드름 염증으로 생기는 피부 증상에 모든 포커스가 집중됩니다. 그런데 참진한의원의 여드름 집중 치료 기간을 넘기고 손에 걸리는 여드름이 사라지고나면 하나같이 여드름 자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시지요.




오늘은 여드름 이후 시작되는 고민, 여드름 자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려고 합니다. 여드름 자국은 붉은 자국 갈색색소성 자국으로 나눠진답니다.

여드름 붉은 자국 vs 갈색색소성 자국


여드름 자국은 위의 사진처럼 우선 색깔에서 확연하게 구별이 됩니다. 여드름 붉은 자국은 울긋불긋하고 병변부위가 아직은 재생이 덜된 투명한 상태인 반면 갈색 색소성 자국은 붉은 자국보다는 더 반응이 진행된 병변으로 오른쪽 사진처럼 보입니다.


갈색 자국은 붉은 자국이 회복되기 전에 표피에 위치한 멜라닌 세포가 개입된 피부 반응입니다. 즉 멜라닌 색소가 붉은 자국이 있던 부위에 모여드는 현상입니다. 갈색 색소성 자국은 붉은 자국과는 생성되는 기전도 다르고 그래서 치료법도 달라집니다. 그러나 갈색의 멜라닌 색소가 붉은 자국으로 모여드는 현상은 사실, 피부의 보호기전으로 인해 생기는 일이랍니다.


여드름 붉은 자국은 왜 생길까?


 붉은 자국은 여드름 후유증의 하나로 정확한 의학용어는 여드름 홍반(Erythma)입니다. 붉은 자국은 여드름 흉터와는 달리 피부가 파이거나 튀어나오는 등의 요철은 없이 여드름이 났던 부위의 피부 색이 붉기만 한 상태를 말하지요. 결국 여드름 자국은 여드름 흉터보다는 피부 손상이 덜한 것이며, 그래서 당연히 여드름 흉터보다는 더 쉽게 치료될 수 있습니다.


 여드름 자국이 형성되는 반응은 염증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복구시키기 위한 상처치유 기전(wound healing response)과 매우 관련이 깊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상처치유기전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번 해드렸었지요?


https://brunch.co.kr/@ulfit/32


 상처치유기전을 겪든 과정은 피부 입장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응급상황입니다. 이 과정에 피부를 회복하고 정상피부로 빨리 되돌려 놓기 위해서 염증을 청소하는 면역물질과 육아조직 생성을 자극하는 성장인자 등등 여러 영양물질과 회복 물질이 필요합니다. 이 물질들은 혈관을 통해서만 손상된 피부로 전달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염증이 생기면 혈관을 확장시켜서 상처치유기전에 필요한 여러 물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아니면 최대한 빨리 많은 개수의 작은 신생 혈관들을 만들어내지요. 이렇게 되면 염증이 생겼던 부위는 정상 피부가 지니고 있던 혈관보다 당연히 훨씬 많은 수의 혈관이 분포하게 되고 정상 피부보다 많은 혈관이 분포되어 있고 여드름이 좋아지더라도 신생 혈관들은 금방 사라지지 않고 상당기간 피부에 남아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여드름 붉은 자국입니다.


위 그림은 염증으로 생성된 붉은 자국의 단면도를 아주 잘 표현한 그림입니다. 붉은 자국이 생겼을때 중요한 것은 상처의 회복과정을 순서대로 제대로 거치지 않는 상황, 즉 딱지를 억지로 떼버린다던가 반복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상황은 회복을 더디게 하고 홍반 반응은 오래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드름 붉은 자국, 즉 여드름 홍반은 보통 화재가 나는 상황에 비유가 많이 됩니다. 어떤 건물에 불이 나면 119신고를 받은 소방차가  빠른 속도로 화재현장을 찾아옵니다. 응급상황이니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마구 가져다가 우선 눈앞의 불을 끄는데 사용을 하죠. 그런데 급한 상황이라 마구 꺼내 사용하다보니 소방호스는 뒤엉키게 되는거에요. 그렇게 화재가 진압되고 나면 화재현장을 정리하고 뒤엉켜있는 소방호스를 정리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지게 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결국 염증성 여드름을 가라앉히기 위해 피부 스스로 혈관들은 마구 만들어내고 염증이 사라진 후에도 붉은 자국이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것이 여드름 붉은 자국이랍니다.  




얼룩덜룩 색소성 자국

 

 여드름 갈색 자국은 의학 용어로 염증후 과색소침착 (PIH: Post-Inflamation hyperpigmentation)이라 불리는 반응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PIH는 여드름 뿐 아니라 습진과 알레르기 반응과 같은 피부질환 후나 화상이나 박피, 레이저 치료후에 나타나는 피부에 색소가 남는 반응을 통틀어 말합니다.  표피의 기저층에 위치한 멜라닌세포는 여드름으로 모공주위에 생긴 염증으로 활성화되어 많은 수의 멜라닌세포를 만들어내고, 게다가 표피와 진피의 경계부인 기저막이 파괴되면서 표피에 있던 멜라닌 색소가 진피층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피부의 진피층에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어 표면에서는 갈색으로 보이는데, 침착된 정도나 깊이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여드름 갈색 색소성 자국은 여드름 유병 기간이 길었을수록, 염증이 심할수록, 피부색이 진할수록 잘 생기는데요. 그외 중요한 요인으로는 자외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각종 색소침착의 원인, 자외선


 기미, 주근깨, 잡티 등을 포함한 여러 색소 침착 반응을 자세히 보면, 여름에 심하고 겨울에 옅어집니다. 또한 같은 날씨에 피부가 노출되더라도 특히 햇빛을 많이 받는 광대나 이마에 더 많이 나타납니다.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는 멜라노사이트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생성된 멜라닌은 멜라노솜에 쌓이고, 꽉 차게 되면 케라티노사이트로 전달됩니다. 피부 맨 아래층에서 생성된 각질 세포는 피부 재생주기에 따라 위로 밀려 올라가면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피부 아래층에서 저장된 멜라닌도 피부 표면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색소침착=멜라닌으로 많이 알고 계실텐데요. 사실 멜라닌은 자외선으로부터 세포핵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적정량이 생성될 경우, 위에서 말씀드렸던 재생 주기에 따라 생성-탈락을 반복하며 색소 침착을 남기지 않고 조절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강한 자외선에 피부가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입니다. 멜라닌을 생산하는 멜라노사이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으로 인해 각질 생성 주기가 느려지게 됩니다. 염증에 의해 손상되는 경우나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 생성되는 멜라닌의 수는 확 늘어나는데, 제때 탈락시키지 못하니 각질과 멜라닌이 정체되어 피부에 각종 갈색 색소 침착을 남기는 것이지요.




여드름자국, 치료는 되나요?


 여드름 붉은 자국의 핵심은 바로 정상 피부보다 혈관의 개수가 많은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여드름 붉은 자국 치료는 바로 정상보다 많아진 혈관을 정상 혈관 갯수로 회복을 시키는 혈관 치료와 진피층의 콜라겐 양을 늘려 혈관들이 콜라겐 내에 파묻혀 옅어지는 치료를 통해 피부 상태를 개선시켜주면 됩니다.


색소침착, 즉 여드름 색소성 자국의 경우이 이미 생긴 경우에는 피부 깊은 층까지 자리잡은 색소를 직접 제거해주는 방식을 택하게 됩니다. 박피술로 색소층을 벗겨내 색소의 절대량을 줄인다거나 색소레이저 시술로 색소를 태워서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치료를 진행하는데요. 깊은 색소성 자국의 경우 완전히 깨끗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붉은 자국의 경우 재생을 거치면서 3개월 정도, 옅게 형성된 여드름 갈색 색소성 자국의 경우 6개월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지기도 하는데, 피부 손상 범위가 크고,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나는 경우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드름 단계에서 미리 관리해 치료하기 힘든 자국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아닐까요?           


참고문헌/

1. 정종영. 여드름. 엠디월드(2007)

2. 한영숙외. 피부학. 정담미디어 (2005)

매거진의 이전글 술먹고 피부 뒤집어지지 않으려면 해야할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