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과 감별해서 치료해야할 피부 질환 알아보기
글을 시작하며..
길고 긴 장마철이 시작된 어느날 병원을 내원한 P님은 본인 피부가 여드름이 아니라는 말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셨습니다. 외관상 붉게 발적되어 부어있거나 노란 농이 보이기도 하고 손으로 만지면 여드름처럼 손에 오돌토돌 걸리기도 하는 등 여드름과 오인할 수 있는 여러가지 피부 질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드름으로 오인되고 있는 많은 피부 증상들이 여드름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지요. 여드름에 준해서 관리하다가 증상이 더 악화되기 쉽상이구요. 오늘은 제가 진료를 하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안면부 피부 질환을 한번 정리해볼까 하는데요. 여러분들 혹시 여드름이나 뾰루지라고 생각하고 대수롭게 넘겼던 얼굴의 피부 병변이 아래 피부 질환과 유사해 보이지 않는지 한번 살펴 보세요.
편평사마귀 / Flat wart
편평사마귀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의 감염으로 표피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1-3mm 크기의 약간 융기된 피부색 또는 옅은 갈색의 편평한 다수의 구진들이 무리지어 나타납니다. 개개의 모양은 대체로 둥그렇지만, 서로 융합되어 아래 사진처럼 불규칙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평사마귀는 바이러스에 기원한 질환으로 면역력이 회복되면서 자연 치유되는 빈도가 가장 높은 피부 질환입니다. 편평사마귀는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된 경우에는 즉 번지지 않고 있다면 CO2레이저나 침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피지선증식증 /Sebaceous hyperplasia
피지선 증식증이란 1~3mm 정도 크기로 나타나는 양성 종양의 일종입니다. 주로 이마, 눈 아래, 관자놀이를 비롯한 얼굴에 생기지만, 피지선이 분포한 신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드름과 공통점이 있지요. 구진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도 여드름과 비슷하지만, 사실 육안상으로도 여드름과 구분이 가능합니다. 화농성 여드름의 초기 단계인 구진과는 다르게 색깔이 황색~크림색에 가깝고 중심부가 배꼽처럼 푹 꺼져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가렵거나 붉거나,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농이 맺히지도 않습니다. 또한 사춘기에 폭발적으로 발생해서 이어지는 여드름과 다르게 30세 이후에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피지선 증식증은 말 그대로 피지선에서 기원하는 질환입니다. 넓은 피지관 주변에 소엽이 밀집해서 포도송이처럼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도한 일광 노출, 진드기 감염 등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피지선에서 유래하며 피지 분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여드름 피부에서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드름처럼 피지 분비가 늘어날 경우 악화되기도 하구요. 피지선증식증은 여드름과 달리 압출로 가라앉지 않으며 제거하더라도 쉽게 재발하는 질환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은 피지 분비를 억제해 최대한 더 크기가 커지지 않도록 관리한 후 레이저나 침으로 제거하는 것입니다.
비립종 / Milium
위 사진처럼 주로 얼굴에 흰 좁쌀모양의 구진으로 발생하는 양성 피부 종양의 일종입니다. 자각증상은 전혀 없고 보통 얼굴, 특히 뺨과 눈꺼풀에 호발하는 흔한 피부 질환 중 하나입니다. 비화농성 여드름인 화이트헤드와의 감별은 제거한 뒤 보이는 그 내용물의 형태로 판단 가능한데요. 실제로 보면 화이트헤드보다 발생 깊이가 얕고 육안상으로 구별이 된답니다. 비립종은 동그란 작은 알갱이가 배출되고 화이트헤드는 일정한 형태 없이 배출되는데, 니들을 이용하여 표피를 절개한 후 면봉으로 압출합니다. 비립종의 경우 모공을 찾아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원모양의 피지 덩어리를 덮고 있는 가피를 절개한다는 느낌으로 제거하면 동그랗게 응집된 공 모양의 병변을 보입니다.
한관종 / Syriongoma
멋진 여자 걸크러쉬 이효리 씨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관종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을 정도로 치료가 힘든 피부 질환이지요. 주로 눈 밑에 자잘한 사마귀 같은 것들이 융기되면서 갯수가 늘어나는 시기에 여드름으로 오해 받기 쉬운 대표적인 피부 질환중 하나입니다. 한관종의 정체는 표피내 에크린선(한선)에서 기원하는 선종입니다. 황색의 작은 진피성 구진. 표면은 둥글거나 편평하며 직경은 보통 3mm 이하가 보통이구요.
보통 눈주변에 국한되어 증상이 발생하고, 사춘기 이후의 여성이 대부분입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임신시 병변이 커지고 월경 전기에 증대되어 호르몬이 한관종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환자 상당수에서 가족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관종은 편평사마귀와는 달리 자연소실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한번 발생하면 이효리 씨처럼 고민거리가 되기 쉬운 피부 질환입니다. 보통 CO2레이저로 제거하는 치료를 많이 진행하는데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모낭염 /Folliculitis
모낭염은 감염이나 화학적 자극 또는 물리적 손상에 의해 나타나는 모낭의 염증을 말합니다. 오른쪽 사진과 같은 포도구균성 모낭염은 가장 흔한 형태의 감염성 모낭염이으로 찰과상과 물리적인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콧구멍은 황색포도구균의 저장소로서, 안면부에서는 코 근처의 피부에 모낭염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왼쪽 사진처럼 남자의 수염부위에 발생하는 모낭염을 특징적으로 모창이라고 구별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면도하는 과정에 악화되기 쉬워요. 특히 안면부에 발생하는 황색포도구균의 군집에 의한 모낭염은 여드름으로 오인되기도 하는데요.
보통 모낭염은 피부과에서 항생제로 치료하는데요. 그러나 재발 경향이 강하고 만성화되는 경우에는 치료해도 호전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드름과 감별은 압출해보면 피지가 관찰되지 않고 표재성 즉 여드름보다 깊지 않은 병변 위치로 구별하게 됩니다. 만성화된 모낭염의 경우에는 한약치료가 중요합니다.
단순 포진 /Herpes simplex
헤르페스라고도 불리는 단순포진은 따끔거리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 후 수포가 포도송이처럼 무리지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피부질환입니다. 대부분 면역력이 있는 젊은 성인에게 발병해 입술주변에 며칠간 발생했다가 사라지는데요. 신생아나 노인의 경우 발병하게 되면 매우 넓은 범위로 심하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단순포진은 접촉에 의하여 전파됩니다. 환자의 경우 약 1/3에서 재발을 경험하며, 그 중 반수 이상에서 매년 2회 이상 재발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치과 치료, 발열, 감기, 자외선조사, 국소적 손상, 면역저하, 정신적 스트레스, 월경 등에 의해 재발되는 경향성이 매우 높지요.
지루성 피부염 /Seborrheic dermatitis
지루피부염은 피지선의 활동이 증가된 부위에 발생하는 습진성 피부염이며, 인설을 나타내는 홍반성 판이 관찰됩니다. 호전과 악화를 되풀이 하고 약간의 소양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건성 또는 기름기가 있는 인설이 특징인데, 여러가지 원인이 의심되고 있지만 정확한 병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지루피부염은 흔히 발진이 두피, 귀, 얼굴, 배꼽 부위 등 피지선이 발달된 부위에서 나타납니다. 지루성 피부염의 양상은 매우 다양한데요. 왼쪽 사진처럼 구진양상의 병변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오른쪽 사진처럼 인설이 발달된 넓은 홍반성 염증 반응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지루성 피부염입니다. 왼쪽 양상의 피부 증상이 여드름과 오인되기가 쉽지요.
자, 다른 피부 사진을 한번 볼까요? 아래 사진 중 어느 쪽이 여드름이고, 어느 쪽이 지루성피부염일까요?
정답은 왼쪽이 지루성 피부염이고 오른쪽이 여드름입니다. 지루성피부염은 모공주변에도 반응이 있지만 넓게 발적과 홍반반응이 진행되어 있고 가려움 증상을 동반하고 경우에 따라 진물이 관찰되고 병변 주변을 따라 과도하게 각질이 일어나 있습니다.
그런데 여드름은 모공단위의 염증이기 때문에 염증반응이 모공주변을 따라 동그랗게 제한적으로 진행되어 있어 육안상 구별이 됩니다. 또한 압출을 했을 때 피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부분은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요.
아래 사진은 참진한의원에서 직접 여드름을 압출하는 모습입니다. 하얀 피지 알갱이가 보이시죠? 사진처럼 여드름은 절개해서 병변을 제거하는 압출치료를 진행하게 되면 여러 삼출물과 함께 여드름 씨앗인 피지가 배출되는 반면 지루성 피부염은 압출을 해도 여드름 씨앗은 없고 진물과 농만 배출되는 양상을 보인답니다. 그래서 지루성피부염의 경우 압출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고 피부 재생력이 손상되어 있다면, 치료 후 오히려 염증이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여드름과 지루피부염은 정말 다른 피부 질환인데요. 그럼에도 이 두 피부질환은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답니다. 그것은 바로 '피지'입니다. 여드름은 각질의 탈락 저체현상으로 피지 배출이 저하되면서 모공내에서 여드름 씨앗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모공벽이 파괴되면서 염증화가 진행되는 단순 피지정체로 인한 모피지단위의 염증 질환인데 반해, 지루성 피부염은 이마, 코주변, 눈썹 주변, 귀와 머리와 같이 피지선이 발달한 부위에 재발성으로 발생하는 만성 피부염 증상으로 일종의 습진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여드름치료와 같이 지루성 피부염 치료에서도 피지 분비량을 줄여가면서 피부염 반응을 안정시키고 피부 장벽을 복구시켜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지루성 피부염을 치료할 때 피지분비량을 적절하게 조절해주면서 피부 장벽을 회복시켜주는 진정치료와 함께 인체 면역 기능을 정상화시켜주기 위한 한약치료와 침치료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루성 피부염은 온도와 습도의 변화, 계절 변화에 더 영향을 많이 받으며, 화장품에 의한 화학적 자극에 악화되기 쉬우며 피로감이나 컨디션 저하와 관련되어 증상이 악화되는 등 인체가 가진 면역력에 따라 증상이 급변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여드름 치료와 다른 관점에서 진행해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루성 피부염 치료를 할 때 얼굴에 너무 기름기가 많은 연고나 화장품의 사용을 피해야 하며, 비누나 폼클렌징 등 계면활성제가 피부에 닿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남자분들의 경우 면도 전후에 사용하는 알코올 성분의 면도용 로션을 금하고 있습니다. 과음하거나 과로하는 상황을 줄이고 좋은 수면 습관을 가지는 것도 또한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피부과의 지루피부염의 치료원칙은 붉음증과 가려움증의 완화에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일차적으로 처방합니다. 반응이 없을때 프로토픽이라는 면역억제제가 처방되기도 하구요. 그러나 이렇게 치료를 했을 때 지루성 피부염은 재발하는 것이 보통이며,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만성 피부 질환의 하나로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질환으로 분류합니다. 또한 환자에게 본 질환은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병변을 경감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 피부과 교과서의 가이드라인입니다.
주사 /Rosacea
주사는 주사비라고 불리며 성인의 얼굴에 비교적 흔한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입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안면홍조를 초기증상으로 보이다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지속적인 홍반, 모세혈관확장증, 구진 및 농포를 특징으로 하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게 됩니다.
주사비의 경우 병인이 확실히 여드름과 다른 질환이지만, 임상적으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두 질환이 한 환자에게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감별점은 주사는 홍반과 혈관확장이 주 병변으로 면포가 없으며 병변이 얼굴 중심부에 국한하여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발병 연령대가 주사보다 여드름이 더 젊은 층에서 나타나며, 여드름은 얼굴 외에도 목, 체간에도 병변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만성 피부 염증의 치료처럼 주사비를 치료하기 위해 한약치료가 중요한 치료 방법이며, 동시에 악화 요인을 제거하도록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증상이 심할 때는 뜨거운 음식, 술, 햇빛, 스트레스, 고열, 한기,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문헌/
1. 정종영. 여드름. 도서출판엠디 (2007)
신정민 / 전직 약사 & 현직 한의사
강남 참진한의원에서 난치성여드름, 여드름흉터, 주름, 안면비대칭, 턱관절장애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약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진료현장의 경험을 담아 얼굴 건강과 관련된 지식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짬짬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