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또 다른 문으로 들어가다

4. 노년의 생산성과 창의성

by 유정인

4. 노년의 생산성과 창의성⁸


잘 활용하는 방법만 안다면,

노년은 온통 즐거움으로 가득한

새로운 세계이다.

-세네카(Seneca)-


여든 이후, 다시 쓰는 생산성의 의미


노인들은 조용한 은둔자나 소극적 존재가 아닙니다. 사회 속에서 그들은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생생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열정은 예전만 못하나 그 자리에 신중함과 인내심이 드리워져, 삶은 보다 깊은 결을 갖습니다. 그리하여, 여유로운 시간 안에서 다양한 생산적 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보부아르(S. de Beauvoir)와 에릭슨은 이러한 가능성을 강조하며, ‘생산성 재발견’이라는 노년의 적극적 참여에 주목하였습니다. 사회학자 레바이아탄(Leviatan)도 ‘노년기 생산적 활동의 재발견’을 주제로 연구하며, 다시 인생을 살아내는 힘을 조명했습니다. 그들은 단지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활동’합니다.

생산적 활동은 단지 수입을 창출하는 노동의 의미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경제적 보상이 없어도, 그 행위는 삶을 견고하게 만들고, 정체성을 잇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이러한 활동은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유대감을 키워줍니다. 예컨대, 단체 자원봉사에서부터 일상 속의 가사노동, 가족을 위한 정서적 돌봄, 그리고 지혜와 기억의 전수에 이르기까지-그 모든 것은 바로 지금 여기서 의미와 가치를 계속 써 내려가는 행위입니다.

노년은 단절의 시간이 아니라 연결의 시간입니다. 쇠락의 그림자 속에서도 삶은 새로운 방식으로 피어납니다. 그들은 더는 이전의 방식으로 달리지 않지만, 느리게, 깊게, 그리고 더욱 단단하게 삶을 창조합니다. 이렇듯 생산적 활동은 단순한 실천이나 기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존재의 방식’이며, ‘살아가는 철학’입니다. 그 속에서 관계는 다시 피어나고, 삶은 정체되지 않고 유연하게 흐릅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건넬 때, 그 순간의 따뜻함은 온 생애의 온기를 다시금 일깨웁니다. 그들에게 있어 생산이란, 무엇을 만들고 얻는 것을 넘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식입니다. 그들이 지닌 생애의 무늬는 시간의 풍화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정교한 결을 지닙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 결을 존중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지닌 지혜와 축적된 창의성, 무르익은 감정과 온전한 수용이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노화와 생산성

– 삶의 마지막을 밝히는 촛불


일은 노인의 삶을 뒷받침해 주는 버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쇠퇴라는 노화의 여정 중에, 그것은 깊은 침묵 가운데 천천히 피어오르는 연꽃처럼, 생의 본질을 더욱 또렷이 드러내는 시도입니다.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노인은 생산적 활동을 선호합니다.

어빙(Irving)은 성인기 발달 연구에서, 노년기는 이전 세대에선 꿈도 꾸기 어려웠던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노인을 여전히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노화에 따라 줄어드는 것들 속에서도,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여든 이후는 자기 삶의 고유한 방식으로 ‘전문가’가 되어가는 존재입니다. 황혼기라 불리는 이 시기는, 오히려 진정한 황금기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물리적 정점이 아닌, 내면의 정수와 맞닿아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여든 이후는 주변화된 존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삶에는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와 연결되는 끈이 있으며, 그들은 마지막까지 생산적 활동을 이어가며 심리․사회적 정체성을 세워갑니다. 이 과정은 긍정적인 자기 인식으로 이어지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여유와 통찰을 갖게 합니다.

생산성 과업은 다음 세대를 돌보는 것으로 자녀 외에도 이웃과 사회를 돌보는 봉사활동까지 포함됩니다. 초고령 노인은 여가 활동,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 그 외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등의 활동으로 삶의 활력을 갖고 보람을 느껴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활동으로 자신의 고민이나 걱정이 줄어들고 새로운 용기와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에, 봉사활동은 생활 태도나 도덕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비록 자원봉사를 하는 수준이 극히 저조하더라도 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관계, 인간관계를 유지하여, 소외감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여 자존감이 향상됩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생산적 태도는 ‘살아가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정체성 혼란과 좌절, 상실의 경험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그들은 상처를 초월해 자기 삶을 통합했고, 잃어버린 것보다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인생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삶의 끝에서 피어나는 꽃은, 깊은 향을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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