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중충한 오페라하우스라니

시드니 여행기_Day1

by 김애정

시드니 여행의 시작은 표를 구입할 때부터 조금 삐그덕거렸다. 어느 날, 자매 단톡방에 큰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시드니 왕복 비행기값이 80만 원이라고, 여름휴가 일정이 맞으면 함께 가자는 연락이었다. 여름휴가가 3일이라 빠듯하지만, 저녁비행기라 휴가 시작 전 날 퇴근 후 바로 출발하면 주말까지 그래도 4박 5일은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80만 원이면 그때당시 알아봤던 이웃나라 삿포로의 비행기 가격이기도 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티켓팅을 할 기세로 “고고!!”를 외쳤는데, 큰언니의 회사 휴가 결재를 기다리다 일주일 뒤 확인을 한 비행기 값은 20만 원이 올라 100만 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100만 원도 비싼 금액은 아닌 것 같은데, 일주일사이에 오른 20만 원이 배가 아파 마음이 짜게 식었다. 그런데 큰언니의 마음에는 불씨가 남아있었는지 100만 원에도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다시 내릴지도 모르니 기다려보자고 하더니, 그다음 주에는 또 20만 원이 오른 120만 원이 되어있었다. 고작 4일 즐기자고 120만 원 주고 시드니에 가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시드니가 엄청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미 마음이 돌아선 나에게 언니는 “8월에 너 생일이잖아. 내가 생일선물로 비행기표 사줄게, 같이 가자.”라는 말에 나는 시드니행을 결정했다.

언니들이 보낸 시드니사진

그리고 드디어 출발 하루 전, 시드니에 먼저 도착한 언니들에게서 사진이 왔다. 해가 쨍쨍하다. 내가 생각하는 딱 호주의 아름다운 햇살. 하지만 내가 있는 날짜에 확인한 일기예보에는 비 표시가 내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다음날 10시간을 날아가서 도착한 시드니.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지만 그게 또 나름 운치가 있다. 숙소 근처로 가니 언니들과 조카 이랑이가 1층으로 나와있다. 간단히 짐을 두고 바로 나와서 트램을 타고 주립도서관으로 간다. 원래일정은 야외식물원도 가고, 공원도 가는 일정이었지만 일단 실내로 발걸음을 돌린다. 도서관 내부가 멋있고, 한 층 더 올라가 보면 도서관소장의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호주원주민땅에 관한 특별전시도 열리고 있는 중이라 천천히 구경을 한다. Aboriginal(호주 원주민). 오기 전 호주땅의 역사에 관해 짧게 책을 읽고 왔었는데, 호주에는 정말 곳곳에 호주 원주민의 흔적이 남아있다. 6살 이하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만 출입이 가능한 ‘Family room’도 있어 들어가서 조카와 놀다가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간다.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브런치집을 찾아서 들어간다. 시드니는 브런치랑 커피가 맛있다는데. 아보카도 토스트와 롱블랙, 그리고 언니가 시킨 플랫화이트를 함께 먹는다. 아보카도토스트와 커피 한 잔을 합치면 30불 정도. 맛은 괜찮은데 사실 특별한 것은 없는 느낌이었고, 역시다 듣던대로 물가가 살인적이다. 점심을 먹고 시드니의 그 유명한 오페라하우스로 향한다. 비가 꽤나 내린다. 15분쯤 걸어가니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 그 어떤 사진이나 영상에서도 이렇게 우중충한 오페라하우스는 본적이 없다. 그래도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후 내부로 들어가 본다. 원래는 오페라하우스 내부 투어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비가 오니 해볼까 하고 안내데스크에 가보지만, 그마저도 자리가 다 차서 되지 않는다.

안에 앉아서 나오는 영상을 보니, 지어질 당시의 영상이 흑백으로 나오고 있다. 꽤나 흥미로워 쳐다보고 있다가 Chat GPT에게 오페라하우스의 배경에 대해서 물어본다. 오페라하우스는 건축 공모를 통해서 덴마크출신 건축가 요른 웃손의 설계대로 건축된 건물인데, 사실 이 디자인은 공모전에서 처음에 탈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처음에 참여하지 못하였다가, 나중에 이 설계를 보고 최종결정이 되었다고. 누군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영향력이 있는 심사위원이었나 보다. 그렇게 1973년에 완공된 오페라하우스는 놀랍게도 친환경건축물이라고 한다. 조개껍질 모양의 외부구조인 약 100만 개의 세라믹 타일은 빗물을 이용한 자기 세척기능을 가지고 있고, 바닷물을 이용해 냉난방 가동하는 방식의 건물이라고 한다. 2023년에 Green 6 star rating을 받아서 세계유산 건물 중 에서는 최초로 인증받은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건축이 1970년대에 가능했다는 것이 놀랍다. 비가 온 덕분에 학구열이 넘치는 여행이 되었고, 이제는 GPT와 여행도 함께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다음 행선지는 박물관. 작은 박물관인데, 1층에서 상영하고 있던 ‘First Australian’, 즉 호주 원주민들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 중이었다. 마침 내가 들어갔을 때 영상이 끝나서 잠시 다시 시작하길 기다려서 처음부터 관람을 했다. 어떻게 영국이 오게 되었고, 그 과정은 어떠하였는지. 그리고 침략해 온 영국인들과 원주민들 관의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학자들이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생각보다 긴 영상이었지만 생각보다 흥미로워서 꽤나 오랜 시간을 머물다가 나머지 공간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비 덕분에 학구열 넘치는 여행 진행 중..)


박물관을 나와서 이제 마트로 향한다. 파스타, 버섯, 야채, 그리고 과자들. 추가로 빠질 수 없는 호주와인까지 사들고 나오니 시간이 꽤 흘러있다. 숙소로 돌아가서 정리를 하고 요리도 시작한다. 마트에서 사 온 쌀로 냄비밥도 하고, 파스타도 하고, 야채도 먹음직스럽게 구워놓으니 풍성한 밥상이 차려진다. 언니들과 형부가 먹을 용으로 스테이크도 두 덩이를 샀는데, 호주는 역시 스테이크가 제일 합리적인 가격이다. (동물의 살에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지만..) 이상하게도 해산물은 정말 비싸고, 아무튼 다 비싸다.


저녁을 먹고 사온 와인과 함께 과일, 과자등을 펼쳐서 마신다. 호주에 있으니 적당히 싼 것을 사도 한국에서 같은 돈을 주고 사 먹는 와인보다는 맛있겠지만, 그래도 와인은 역시 비쌀수록 맛있다는 말을 믿고 조금 더 가격이 나가는 것을 골라왔다. 와인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괜스레 부드럽고 맛있게 느껴진다. 큰언니가 와인을 들이키다가 사레가 들린다. 먹고 있던 와인을 뿜고, 손과 바닥에 새빨간 와인이 흐른다. 나는 곧바로 큰언니가 입고 있는 흰 옷을 보고는 “흰 옷에 묻은 와인 잘 안 지워져. 옷 얼른 빨아야 돼.”라고 말하고, 작은언니는 아무 말없이 바로 일어나 휴지로 바닥을 닦는다. 큰 형부는 언니컵에 물을 따라주고 물을 마시라고 말한다. 사건이 다 종료되고 나니, T 인간들 둘(작은언니, 큰 형부)과 T/F인간인 나, 아무도 큰언니에게 ‘괜찮냐.’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웃음이 터진다. 그래도 나중에 들어보니 조카 이랑이는 엄마에게 괜찮냐고 물어봤다고 하니, 역시 딸이 최고인가 싶다. 형부와 이랑이가 방에 자러 들어간 사이, 바로 잠이 오지 않는 두 자매와 휴가중에도 일을 해야하는 언니, 세 자매가 거실에 모여 사진도 공유하고 시시덕거리다가 그렇게 첫 날 일정이 끝난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비가 온 것을 두고 형부가 나에게 ‘포세이돈’이라고 했다는데, 내일은 어떨지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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