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1

2021.08.25.

by 울타리

아버지는 의사에게 물었다. "치료를 하면 고칠 수 있나요?"

의사는 "암을 싹 없앨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약을 오늘도 맞고, 내일도 맞고... 계속 맞으면 암을 없앨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치료는 안 합니다. 왜냐하면 그전에 환자가 죽기 때문이죠. 현재는 딱히 약이 없기 때문에 이것도 써보고, 저것도 써보고... 어느 게 맞는지 확인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설명인 듯 겁박인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


"내가 실험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아침에 서둘러 나선다. 병원에 가면 채혈을 하고, 결과가 나오면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는다. 보통 7~8시간이 걸리는 하루 일정이다. 보통은 간단히 문진 후 주사를 맞지만, 피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음으로 연기된다. '호중구', 항암을 검색하면 자주 접하는 단어다. 백혈구 중 하나며 병원균과 싸우는 첫 번째 방어선이어서 면역력 상태를 가늠하는 표준이 된다. 호중구 수치가 낮다면 감염 위험이 높기에 투약이 미뤄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 암환자 식이요법을 철저히 따르며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마음 관리도 큰 도움이 된다. 호중구 유지를 위해 일주일을 이렇게 보낸다.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땀이 살짝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과 평정심을 회복하고자 노력한다. 일주일을 오로지 항암주사를 맞기 위해 전념한다. 그만큼 절실한 행위이다. 4기 환자의 항암치료는...

그런데 의사는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고칠 수 있냐는 물음에 대기할 때 홍보영상 보지 않았냐는 질문으로 대꾸했다. 췌장암 4기 환자의 완치 과정이 나오고 있었다. 치료의 목표는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꿈만 같은 이야기였지만, '수술을 할 수 있을까?', '견뎌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순식간에 들었다. 차라리 완전한 거짓말이 나을 뻔했다. "당연히 완치가 됩니다."라는... 항암 과정은 단순했지만 경우의 수는 복잡했다. 의사는 항암치료 교본 같은 것을 꺼내 들고 여러 항암약을 짚어가며 이런 약이 있으며 이 중에서 어느 것이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중 대표적인 약을 써 보자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두 손을 가랑이 사이에 모으고 천장을 향해 "내가 실험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라며 들릴 듯 혼잣말을 하셨다.


위험성과 가능성으로 인해 인생의 갈림길이 점점 세세하게 나뉩니다. 게다가 병과 약에 관련한 위험성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촘촘한 갈림길 속에서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에 인생의 대부분을 점령당했다고 느끼기 쉽지요. 그 때문에 아무 일도 없이 '평범하게 사는 인생'의 가능성은 희박하게 여겨집니다.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 미야노 마키코, 이소노 마호 -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의지를 다진 아버지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혼란을 겪었다. 20%의 가능성(종양이 줄거나 유지될 가능성)을 선택했고 주체로서 진료실 문을 열었지만, 사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실험 대상이라는 객체였다. 의사는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아버지는 위험성으로 받아들였다. 그 위험성은 항암 부작용이나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 수 없다'는 절망감이었다. 그 후로 말씀이 없으셨다. 문을 열고 나와 수납을 했다. 간호사는 다음 진료일을 예약해 줬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갈림길 속이었다.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인터넷을 뒤지고, 누군가에게 물어보며 판단에 신중을 기했다.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원한 것이었다. 항암의 기로에서 결정적 근거는 20%의 가능성이었고, 80%의 위험은 무시했다. 결정에는 희망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 보인 것도 있었지만 선택의 부담에 따른 회피도 있었다. 선택이 정말 무서웠다. 80%의 위험을 따랐다면, 촘촘한 선택의 갈림길을 끊임없이 걸어야 했다. 선택도 무서웠지만, 끝이 없다는 것 역시 공포에 가까웠다.

일단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항암의 결과를... 3사이클(1사이클은 일주일 간격으로 2회 주사 투여하고, 다음 일주일은 휴지기를 갖는다.) 후 CT를 찍고 경과를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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