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3

아버지의 뜻

by 울타리

어제 아버지와의 대화를 기록합니다.


막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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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뜻은 교육적으로 우리 후손들이 잘 커나가는 것이다. 우리 손주들 중에서 교수라도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니. 퇴직하고 선산에 작물도 심어보고, 나무도 키워봤으나 재미를 못 보았단다. 그래도 마지막에 한 태양광 발전(광주 누구의 도움으로)으로 달마다 얼마씩 나오니 잘해놓은 것 같다.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아이들 뒷받침해 주거라. 달마다 너희에게 주는 용돈은 저축하지 말고 건강 지키는데 써라.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단다. 아버지를 보거라. 후회되는 것은 없지만,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데... 상상이나 해봤겠니? 뭐가 착착 도와줘야 하는데, 운이 없다.

산은 크게 가꿀 필요 없다. 풀 좀 베주고 군데군데 나무를 심으면 된다. 봄이 오면 위쪽 고속도로에 지난번에 주운 도토리 심어라. 그게 무슨 나무냐? 상수리예요. 그래. 상수리나무 키워서 숲을 만들어라. 절대 재산 가지고 형제들끼리 싸우면 안 된다. 그런 것을 수없이 봤다. 싸우지 않게 처음부터 형과 상의해서 잘해놓아라.

할머니가 시집와서 아무것도 없으니 외할머니가, 외할머니댁은 부자셨다, 달마다 쌀을 퍼 나르셨다. 그 돈으로 앞 밭(버스 정류장)을 샀다. 그때는 많이 컸단다. 교회도, 버스 정류장 자리도 밭이였다. 거기서 고구마를 심어 배부르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억척스럽게 일하고 돈을 아껴 산, 논, 밭을 사서 지금 여기까지 왔단다. 후손은 모두 그분들에게 빚이 있다고 봐야지. 그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기 바란다. 또 네가 교육하는 일을 하니 아이들 모아서 방학 때 보고 배울 수 있는 여행을 다녀오면 좋겠다. 견문을 넓혀 해외 유학하는 놈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


아빠는 이제 마음 준비를 다 했단다. 어제는 연명의료 중단 동의까지 했다. 고통 없이 지내다가 가는 것이 소원이다. 절대 살린다고 이것저것 하지 말아라. 할머니를 보내고 가야 하는데, 그게 제일 걸린다. 세월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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