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2

전북대 병원에서.

by 울타리

큰형과 보호자 교대를 하고 병실에 들어섰습니다. 웃으면서 인사드리기로 마음먹고 커튼 막 안으로 들어선 순간, 아버지는 곤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입을 벌리신 채로.

들숨보다 날숨이 거칠고 큽니다. 숨결에서 그동안의 고단함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고통은 없어 보였습니다. 지난밤, 한 평 남짓 공간에서 처음 겪는 고통을 혼자서 견뎌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를 악물고 참지만, 점점 소리가 커집니다. 아버지가 깰까 봐 얼른 눈물을 훔치고 창문 밖을 내다봅니다. 온통 삭막한 시멘트 건물에 가뜩이나 대기오염이 심한 처량한 겨울 날씨가 을씨년스럽습니다.

얼마나 나가고 싶어 하셨을까요? 퇴원을 하고 싶다 하셨을 때 여러 이유를 들며 말리기만 했습니다. 응급 상황이 오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삶의 연장선이 끝이 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 삭막한 병실의 분위기를 보니 하루빨리 나가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길이 영원한 이별을 재촉한다 할지라도요.


지난주까지는 솜털 같은 희망이라도 있었습니다. 스탠트 관리만 잘하면 몇 달이고... 일 년이야 넘길 수 있겠지... 추운 겨울은 지나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정한 계절을 한 껏 누리며 찬란과 평화 속에 잠이 드시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어제부터 아버지는 이별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10년은 더 함께 하셨으면 좋을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 아니 한 시간이 아쉬울 때가 오겠죠?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또 치밀하게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고향만 다녀오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몇 번은 가벼운 마음일 때도 있었죠. 아버지가 흐뭇해하실 때, 집 안팎이 정리가 되고 깔끔해졌을 때,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었을 때. 그러나 그런 일은 몇 번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집을 나설 때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지난 주도 뭐가 못마땅한지 큰형 댁에 모셔다 드리고는 바로 돌아서서 집으로 와 버렸습니다. 그런 이유는 오늘 다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변명에 변명만 늘어놓을 게 뻔하거든요.

다만,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버지의 입장이 한 번만이라도 되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버지가 흐뭇해하지 않으셔도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을 나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다만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져 오고, 또 나의 마음이 아버지에게 닿는다면 가는 길이 편할 것 같습니다. 너무 큰 욕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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