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일곱째 날

이해와 공감

by 울타리

있는 곳은 6인 병실이다. 보호자까지 포함하면 12명이 생활한다. 모두 커튼을 닫고 있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 보호자는 제법 돌아다니기에 안면을 익혔지만, 환자는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으면 같은 병실인지 알 수 없었다. 대부분 병색이 짙고, 같은 환자복을 입고 있어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1인실에서 6인실로 오면서 걱정이었던 것은 유별난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무례한 사람이있다. 기본적인 공공질서조차 지키지 않는... 이상한 것은 어딜 가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정말 이상하다. 어쩌면 내가 특이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은 그냥 넘긴다. 어차피 며칠이 지나면 만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동병상련이라고 하지만, 6명 중 우리만 수술에서 탈락해 항암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한 편으로는 부러운 사람이었다. 그래도 수술을 받은 사람들. 완치에 대한 희망이 큰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아프다고 앓는 소리를 해도 마음속으론 '그렇게 앓는 소리라도 했으면 좋겠다'라는 부러움이 있었다. 부러움은 금새 시기와 질투가 되었다. 앓는 소리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았다. 잠을 깬 것도 그런데, 그 소리까지 듣고있으면 짜증이 커졌다. 가장 부러운 것은 퇴원이었다. 5일 동안 1명이 퇴원했다. 그 사람의 뒷모습이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고통 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한 번은 퇴원하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열이 나서 미뤄진 적이 있었다.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심 못 가게 된 것이 좋았다.

내 마음속에 새겨진 악이다. 누구는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고, 누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까. 나는 후자였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했다. 여기에서는 마지막 순간이 있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불공평했다. 가장 건강하게 보이는 아버지가 가장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못마땅했다. 세상의 모든 어려움이 나를 향해있었고, 그렇더라면 나는 조금 나쁜 마음을 먹어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만의 성을 굳건하게 세운 것이다. 황량한 벌판에. 우뚝 서있으니 누구에게나 보이기 마련이다. 관심도 받겠지만, 공격도 받을 것이다. 저마다의 잣대로 쳐다보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5일이 지나면서 서서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환자와 보호자와의 대화, 자식과 통화하는 소리, 의사와 간호사에게 물어보는 이야기 등. 그동안 나와 아버지 일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일 리가 없었다. 나에게만 집중했다. 그런데 무료함을 달래려 책을 보는 와중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부분이 노부부였다. 황혼에 그들은 참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말하기 전에 의도로 알아챘다. 목소리는 차분했으며, 대화는 부드러웠다. 긴 침묵 속에서도 의사를 교환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식과의 통화는 교훈적이었다. 자식은 효를 실천하고, 아비는 소탈하게 웃으며 걱정을 잠재워 주었다. 관계의 모범이었으며 전형적인 부모상이었다. 세상과 도덕이 바뀌어도 부부와 부자라는 가족 관계는 쉽사리 변하지 않나 보다. 그런 고유성은 내 안의 악을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뻔뻔하기 그지없던 얍삽한 내 질투와 시기는 사라져 버렸다.


전신마취 중 긴 수술이 진행되면 폐가 쪼그라든다.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폐를 펴주어야 한다. 이때 공굴리기를 한다. 긴 빨대 통에 비비탄 같은 공이 3개 들어있고, 빨아들이면 공이 위쪽으로 올라간다. 긴 호흡으로 이 공을 높이 빨아올리는 것이 공굴리기 운동이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보통 보호자와 함께한다. 어디선가 공이 빨대통에 부딪히며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환호를 지르는 것이 들렸다. "와!~ 오늘 기록 최고야~" 회복이 더딘 것을 염려했던 한 보호자가 냈던 소리였다. 점차 늘어가는 기록은 회복의 신호이다. 퇴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전이었으면 신경질이 났을 법한 상황에 내 마음은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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