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으로도 서른 살이 되어버렸다

by 지민

“Why, God, Why?”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날이 왔다. 만으로도 서른 살이 되어버렸다. <프렌즈>에서 조이가 서른 번째 생일을 맞고 하늘을 바라보며 외치던 말이 머릿속에 슥 스쳐갔다. “왜요, 하나님, 왜!”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5살의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때쯤이면 깰 때도 됐는데. 왜 난 자꾸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가, 왜!


레이첼이 벙 찐 표정으로 종이 왕관을 쓴 채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장면과 조이가 하나님을 향해 터무니없는 투정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는 이 에피소드는 <프렌즈>의 200개가 넘는 이야기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몇 년 전과 몇 달 전 이 에피소드를 다시 보며, 만 서른이 되면 이 ‘짤’을 꼭 써먹어야지 생각했다. 생일이 됐고, SNS 프로필 사진을 레이첼로 바꿨고, 스토리에는 조이 사진을 올렸다. 하하.


서른이 되면, 아니 서른 하나가 되면 뭐 엄청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그즈음 일상의 풍경이 뒤집어진 건 내 생일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19 때문이었다. 밖에서 하는 생일 파티 같은 건 꿈도 못 꿨지만, 덕분에 친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준 ‘파티룸’에서 손수 차려준 ‘생일상’에 행복할 수 있었다. 5살 아이가 꿈에서 생각했던, 꿈이라고 믿어온 현실에서 그려왔던, 서른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서 서른이 싫으냐고, 다시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아니. 내 이십 대는 몹시도 고단했고 우매했다. 남들의 채찍질과 나의 바보짓들로 깎고 또 깎아낸 삼십 대를 버리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프렌즈>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오지 않길 바랐던 서른의 터널을 지나며 그들의 인생은 이십 대 보다 더욱 활기를 띤다. 이렇게 되니 10년 후 마흔이 조금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땐 이렇게 외칠 수 있을까.


“Yes, God,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