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에어팟을 잃어버렸다. 얼마 전 퇴근하던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넷플릭스를 켜고 에어팟을 귀에 꽂으려는데, 없다. 주머니에도, 가방에도, 아무리 찾아도 없다. 급하게 회사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한데 아직 사무실이세요?ㅠㅠ 제 책상에 에어팟 있는지 봐주실 수 있을까요?” 한 분은 이미 퇴근하셨다고 했고, 다른 한 분이 보시곤 “없네요” 하셨다. 내 초조한 마음을 읽었는지 “한 번 더 볼게요” 하시곤 책상 사진까지 찍어 보내주셨다.
하지만 없는 건 없는 것이었다. 그게 월요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찾기는 했다. 일회용 수저 뭉텅이들 속 감쪽같이 숨겨져 있어 꼼짝없이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어쨌든 그걸 모르던 그때, 월요일 퇴근하던 저녁부터 목요일 출근하는 아침까지 에어팟은 내게 없는 것이었다. 집에 도착해선 거의 포기한 상태로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두었던 이어폰을 꺼냈다. 새 에어팟을 다시 살 생각은 없었으니,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틀 반 동안 이어폰을 썼다. 이어폰을 쓸 땐 몰랐는데 에어팟을 쓰다 이어폰을 쓰니 불편한 점이 여럿 튀어나왔다. 먼저 이어폰과 충전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두 번째,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꼭, 반드시, 핸드폰도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최근에 국한된 이슈이지만, 이어폰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벗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
분명 대체할 수 있는 것임에도 온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에어팟과 이어폰은 줄의 유무를 제외하고는 모양도, 기능도 제법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차라리 모르고 살았더라면 이전의 것에 대한 불편함도 몰랐을 텐데, 이미 알아버린 이상 다시 모르던 때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어떤 것은 다른 무엇의 빈자리를 대신 채울 수 없다. 아무리 비슷해도 대체 불가한 어떤 것. 그것이 새로운 것이든 오래된 것이든 전혀 상관없이 그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그 어떤 것. 그건 평범한 것으로 태어나 내 곁에 머물며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바뀐 것일까 혹은 처음부터 대체 불가한 것으로 만들어져 내게 온 것일까.
모르겠다. 이런저런 결론 없는 단상들과 함께 시간이 후루룩 지나고, 대망의 목요일 아침 난 수저 더미 사이에서 그립던 이 친구를 다시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보니 왜 이리 반갑고 어찌나 소중한지. 그저 이어폰과 에어팟 하나에 '대체할 수 없는 자리에 대한 것'을 깨달은 이틀, 그리고 반나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