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와 변한다는 것

by 지민

대개 저녁 시간. 엄마가 반찬을 해서 상을 차려놓으면 아빠는 식사를 끝내고 상을 치우기가 무섭게 반찬 뚜껑을 탁 탁 닫아 곧장 냉장고에 넣곤 했다. 그래야 오래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빠더러 그렇게 바로 한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버리면 맛이 없어진다며 타박했다.


보통 냉장고에 음식을 넣는 이유는 그것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까지 오래도록 먹기 위함이다. 갓 조리한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한다면 그 신선도가 되려 떨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정리해보면 냉장고에 보관하기 딱 적당한 음식은 막 따뜻하지도 심하게 차갑지도 않은 것이라는 걸까.


인간관계에도 냉장고가 있다면 우리가 조금 더디게 멀어졌을 텐데. 이제 막 알게 된 것도 그렇다고 당장이라도 등 돌릴 상황도 아니었던 그때의 우리. 관계가 소원해졌을 즈음 뚜껑을 탁 하고 닫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면 그 모습이 처음과 달라진다고 할지언정 보존 기간은 늘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모든 인간관계가 늘 신선하게 유지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관계 냉장고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맺고 있는 이 관계 또한 언젠가 변하겠지만, 그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까지 처음과 같은 상태로 머물고 싶은 건 욕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