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계획 짜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계획을 짜면 괜히 기분이 좋다. 네모 반듯한 달력 속 날짜를 메모장에 세로로 촤르르 펼쳐놓고 매일 해야 할 일을 꼬박 적으면 어찌나 뿌듯하고 희열이 밀려오는지. 누군가는 변태 같다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손사래를 칠지 몰라도 나는 그게 참 좋다.
이왕 시작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더 해보자면, 과거의 언젠가는 해가 바뀔 때마다 신년 계획을 아주 거창하게 세우곤 했는데, 당시에 연간계획을 달 별로, 주 별로, 일 별로 아주 세세하게 짜기도 했었다. 시간대별로 일정을 정하고 적어놓는 것은 더 좋아한다. 해야 할 일을 죽 늘어놓고 그 앞에 시간까지 정해 넣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투 두 리스트가 된다.
수능이 코앞에 바짝 다가왔던 고3 수험생 시절엔 공부하는 것보다 공부 계획을 짜는 게 더 재미있었고, 당연히 그것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했다. 어떤 과목을 언제 공부할 것인지, 중간중간 쉬는 시간엔 무엇을 할 것인지, 더 나아가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 다이어리 빼곡히 버킷 리스트를 주단 마냥 늘어놓았다.
계획 짜는 것이 뭐가 그리도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다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아니, 이만큼 정해놓은 것만으로도 내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실행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목표 설정 그 자체가 근거 없는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요즘 많이 즐겁다. 이래저래 계획을 짤 일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출근을 주에 한 번만 하는 대신 일주일에 6일이나 자유시간이 생겼으니, 이는 계획쟁이를 위한 신의 선물이 분명하다고 느껴질 정도. 다만, 대개는 계획이 계획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이번엔 달성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작은 욕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