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에세이] 가우디, 건축에 목숨 건 남자

Music + essay

by 정준영

누가 알까요?

이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바보만이 말할 수 있겠죠


누가 알까요?

그 길에서 우리가 만날지.


가장 밝은 별을

용기 있게 따라가 보세요.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할까요?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中

출처: https://www.the-alan-parsons-project.com/gaudi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는 '건축의 신' '건축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스페인 건축가다. 가우디 건축물 투어는 바르셀로나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힌다. 국내엔 '비열한 거리' 주제곡 <Old and Wise>로 잘 알려진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도 적잖은 감명을 받았나 보다. 그들의 열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에 가우디의 인생을 담아내기로 한 것이다. 바로 앨범 'gaudi(1987)'다.


그렇다고 가우디에 대한 찬양 일색은 아니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우디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가우디는 일에 집착하느라 평범한 가정을 꾸릴 가능성을 배제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대성당) 건축이다."


그들은 가우디 인생의 아이러니를 조명한 것이다.

남들보다 불편하기에 더 많은 것을 본 가우디


바르셀로나 서쪽 소도시 '레우스' 출신 가우디는 태어날 때부터 폐병과 류머티즘을 알았다. 다리가 불편한 탓에 걸음이 느렸다. 하지만 그 덕에 주변 자연을 유심히 살필 수 있었고, 이때 빛과 곡선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됐다. 이는 훗날 그의 건축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카사 바트요(Casa Batllo)와 그 옆집(카사 아마트 예르)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카사 바트요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창문을 큼지막하게 내서 채광을 극대화했다. 건물 중심부엔 도넛의 가운뎃 부분 마냥 중정을 크게 뚫어놨는데, 그 덕에 건물 안쪽으로도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온다. 반면 주변 집들은 칼로 자른 듯이 직선으로 딱딱 떨어진다. 건물 외부는 알록달록한 도자기 조각으로 장식했는데, 멀리서 보면 수채화 물감으로 칠해놓은 것 같다. 발코니는 해골을 연상시킨다.

카사 아마트 예르(왼쪽 사진에서 왼쪽)와 카사 바트요 / 직접 촬영

Money talks? No


가우디는 신실한 가톨릭 신자면서 다소 괴팍한 성격을 지녔다. 카사 바트요에서 카탈루냐 광장 반대편으로 세 블록만 걸어가면 카사 밀라(Casa Mila)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casa'는 집이란 뜻이고 밀라는 사람 이름이다. 밀라의 의뢰로 받아 가우디가 지은 집이다. 가우디는 카사 밀라 옥상에 십자가상과 성모 마리아상을 올리려 했다. 그런데 당시는 1909년, 부패한 종교에 반발한 바르셀로나 노동자들이 성당과 수도원 등 가톨릭 건축물을 부수고 다닐 때였다. 밀라는 괜히 조각상을 설치했다가 시위대에게 봉변을 당할까 두려웠다.


집주인과 건축가가 맞섰다. 보통은 전주의 뜻을 따르는 것이 보통일 텐데. 결과적으로 고도제한 때문에 성모상은 올리지 못했고, 십자가상은 워낙 두툼하게 생겼다 보니 십자가처럼 보이지 않아 화를 피했다고는 한다. 이것만 봐도 가우디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짐작할 수 있다. 그저 돈 때문에 집을 짓지 않았다.

카사 밀라 / 직접 촬영

Closer to Heaven


가우디는 사람이 아닌 일과 결혼했다. 자신의 후원자 구엘의 의뢰로 최고급 전원주택단지인 구엘공원을 건축할 때엔 아예 공사 현장에 자신의 집을 지어 밤낮으로 작업에 매달렸다. 그리고 1925년, 대망의 성가족대성당을 지을 땐 심지어 지하 작업실에 침실을 마련했다. 성당 건축은 그저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자신의 인생과 사재를 모두 쏟아부었다.


성당을 외부에서 보면 4개의 면(파사드)으로 구성돼 있다. 가우디는 먼저 탄생의 파사드를 세우기 시작했다. 중심 주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이다. 동방박사 세 사람은 어느 날 밤하늘에 눈부신 별이 새롭게 나타났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별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그 길 끝에 영광스러운 존재가 있으리란 믿음을 갖고. 별이 인도한 자리엔 말구유가 있었고, 메시아 아기 예수가 있었다. 동방박사들은 소중히 가져온 황금과 유약 그리고 몰약을 예수에게 선물했다.


성당을 하늘 높이 올리면서 가우디는 점차 신과 가까워져 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분수를 아는 사람이었다. 첨탑의 높이는 172.5m. 몬주익 산보다 조금 낮은 높이다. 인간의 건축물이 신이 창조한 산보다 더 높아선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유약한 인간 한 명이 완성해 내기엔 엄청난 대업이었다. 결국 그는 필생의 업을 다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탄생의 파사드. 밝게 빛나는 별 아래에 아기 예수가 있고 동방박사들이 경배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중간 아래). / 직접 촬영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노래 가사는 표면적으론 아기 예수를 찾아 떠나는 동방박사들을 묘사하면서, 중의적으로 평생을 성당 건축에 바친 가우디의 맹목적인 열정도 담고 있다. 이후 성당은 그의 제자들의 손에 의해 아직까지도 지어지고 있다. 가우디는 그토록 공경하던 주님의 곁에 서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어떤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을까. 마치지 못한 성당 건축에 대한 아쉬움일까, 아니면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