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후배 수습기자가 서울 모 경찰서에서 민원인 한 명을 만나 흥미진진한 얘기를 듣고 왔다. 자신이 일하는 주상복합 건물 한 공실에 중년 남녀들이 숨어 모여 주기적으로 마약을 하고 있어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사용한 주사기를 화장실 변기로 흘려보냈는데, 그것들이 고스란히 지하 정화조에 쌓여있다고 했다. 관심 있으면 직접 와서 정화조를 퍼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으..." 신음이 나오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대단히 재밌는 기사가 될 터였다. 후배에게 날을 잡고 정말 정화조를 파보자고 했다.
다음날 새벽처럼 X을 푸러 간 후배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시커먼 분뇨 더미를 들추니 얇은 주황색 주사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두 개가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더럽게' 많았다. 마약 투약 혐의자들의 평소 모습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백주대낮에 약에 취해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행인에게 시비를 걸거나 도로에 드러누웠다. '마스터 오브 퍼펫'노래 가사처럼, 그들은 마약에 복종당하고 있었다.
정말 마약이 일상에서 널리 이뤄지고 있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검찰이 단속한 마약류 사범은 1만25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한 수치이자, 상반기 규모로 역대 가장 많은 건수다. 밀수도 증가 추세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밀반입 마약 총 329kg을 적발했다. 관세청이 1990년 마약 단속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 들어선 한 번에 마약 1㎏을 넘게 들여오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마약 수요자가 많으니 밀수도 대범해지는 것이다.
더 빨리 기어 주인에게 복종해
너의 생명은 더 빨리 타들어가
네 줄을 쥐고 있는 주인에게 복종해
너의 정신을 휘젓고 꿈을 뭉게 버릴 거야
넌 내게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해
그저 나를 찾기만 해, 네 절규를 들어줄게
Metallica(메탈리카) <Master of Puppets> 중
메탈리카는 마약 중독자를 꼭두각시 인형(puppet)에 비유했다. 앨범 재킷을 감상해 보자. 공동묘지에 비석이 수도 없이 늘어서 있고, 그 위엔 실을 쥔 거대한 손이 있다. 마약에 중독되면 삶에 대한 열정은 메마르고 오로지 약에 의존하며 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성이 생기고 더 많은 약을 찾는다. 생명은 타들어가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이다. 생물학적으로 심장이 멎는 것만 죽음이 아니다. 삶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약에 의존하는 존재를 살아있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메탈밴드 치고(?) 꽤나 곡이 교훈적이지 않은가! 그럼 이제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을 하러 가보자. 음악이라는 마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