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에세이]돈, 그거 가져서 뭐 하는데?
Pink Floyd 「Money」
돈, 이건 기체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쌓아 올려봐
새 차, 캐비어, 4성급 백일몽,
축구팀 구단주가 된다고 생각해 봐!
나는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에 있지
그런데 개인 전용기도 필요할 것 같아
돈, 그건 죄악이야. 공평하게 나누자고
하지만 내 파이는 단 한 조각도 가져가선 안 돼
Pink Floyd 「Money」 중
'머니'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1973년 발매한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수록된 노래다. 곡은 돈통이 쨍하고 열리며 동전이 짤랑이는 소리로 시작된다. 연주는 익살스럽다. 일렉기타엔 약간의 디스토션과 와우 페달로 '뽀까뽀까'하는 사운드를 입혔다. 곡 중간 나오는 색소폰 솔로는 간질간질 누군가를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핑크 플로이드 음악의 특징은 앨범 전체가 하나의 곡을 쪼개놓은 것처럼 일관성 있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곡들은 전반적으로 서정적이고 착 가라앉는 반면, 머니만 분위기가 다르다. 가사를 해석해 보면 느낌이 온다. 밴드는 이 곡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를 비꼬고 있는 것이다.
밴드는 돈을 기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쌓아보라"라고 지시한다. 밑 빠진 독처럼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물욕을 비유한 것일 테다.
그런데 정작 가사의 주인공은 곡이 진행되면서 점점 부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새 차를 사고 맛 좋은 캐비어를 즐기고 급기야 구단주를 꿈꾼다. 유럽의 프로 축구팀을 쇼핑하듯 사버리는 사우디의 기름부자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욕심이 아무래도 과하다.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에서 사치를 누리면서도 개인 제트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다니.
근데 별안간 물질의 덧없음을 깨우친 걸까, 아니면 갑자기 사회주의 이론에 심취하기라도 한 걸까? 화자는 가진 걸 서로 공평하게 나누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기 몫은 절대 가져가선 안 된다고 조건을 달았다. 겉으로는 균등 분배를 내걸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호위호식하는 지체 높은 위정자들이 떠오른다.
이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나? 하지만 현실은 씁쓸하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 노래 등 여러 명곡을 통해 엄청난 부자가 되어 버렸으니까! 물론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당한 노력과 재능으로 부를 거머쥐는 걸 욕해선 안 된다. 음악을 통해 근사한 사상을 전파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앎과 행동을 일치하며 사는 위인도 있다. 그중 한 명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아닐까 싶다.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서 홀로 지낸 2년 2개월 2일의 경험을 에세이로 엮어 책을 낸다. 바로 「월든」이다. 그는 고작 28달러 12.5센트를 들여 직접 집을 지었다. 음식은 콩이나 옥수수를 재배해 해결했다. 그는 하버드를 졸업한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믿고 행했다.
그는 인간의 집에 대한 욕망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은 이웃 사람이 가지고 있으니 나도 하나 가져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 때문에,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가고 있다. (45쪽)
'포모 현상(FOMO·Fear Of Missing Out)'이라는 말이 있다.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는 심리에 무리해서 빚내 집을 사는 모습을 일컫는 용어다. 소로의 시대에도 포모가 있던 것이다.
아니, 부동산에 대한 인류 욕망의 역사는 생각보다 매우 길다. 최초의 대도시를 건설한 고대 수메르에선 기원전 3000년부터 민간 주택 시장이 만들어졌고 주택담보대출도 존재했다. 그 당시에도 인간은 남의 돈을 빌려 이자를 지불하면서 집에 자신의 인생을 속박시켰다.
집에 대한 질투는 문명이 발전할수록 심화됐고, 지금 극에 달하지 않았나 싶다. 포모 현상을 극대화시킨 요인은 SNS다. 그중에서도 주범은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남과 자신을 비교게 된다.
한때 인스타그램에 '예비 부지점장'이라 자칭하는 일부 보험설계사 부류가 있었다. 이들은 고급 아파트에 살고 주말엔 슈퍼카를 몰며 팬시한 레스토랑에서 멋진 더블버튼 정장을 입고 비싼 술을 마시는 '것 같은' 사진들을 올렸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상담을 받거나 같은 회사에 취직하면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만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게 인증샷에 중독돼 있다. 카페에서 커피 사진을 찍을 땐 명품 가방을 걸쳐놓는다. 운전은 핸들 한가운데 붙은 삼각별이 잘 나오도록 꼭 왼손으로 해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내가 좀 괜찮게 산다' 뽐내고픈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런 사진들을 보며 명품 가방이 없고 차가 없는 지인은 소외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허세가 부질없다고 치부하면서도, 가능하다면 그 반열에 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돈을 열심히 모아 언젠가는 1000만원짜리 샤넬백을 사고 서울 신축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꿈을 꾼다. MZ 세대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에 빠져 골로 가는 이유다.
월든을 읽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소로가 1800년대가 아닌 지금 시절을 살고 있다면, 여전히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삶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