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은 기업이나 법인의 투자금을 모아 대출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나누는 구조다. P2P금융(Peer-to-Peer lending), 개인 간 대출이라고도 부른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대출을 신청하면 온투업자는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은다. 그리고 대출을 실시하고, 차입자가 갚는 원리금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는 식이다.
더 쉽게 말하면 남이 필요한 돈을 내가 빌려주고 그 이자를 얻는 투자다. 이걸 중개하는 것이 온투업자고.
온투업 구조 / 출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종합기록관리기관
서울시 노원구 아파트 담보 대출에 투자하는 상품. 12개월 돈을 넣어두면 12%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 출처 A사 홈페이지
위 투자상품을 한 번 보자. 12개월만 맡겨도 15%의 수익을 준다고 한다. 15%면 예·적금으로는 턱도 없고, 투기등급 회사채 금리가 지금 8%대라는데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정말 이렇게 돈을 쉽게 벌 수 있을까?
P2P금융은 기본적으로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입자가 빚을 못 갚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돈을 못 갚으면 담보든 채권이든 매각해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나쁘다. 온투업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70% 수준인 만큼 타격을 입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부동산 시장은 왜 얼어붙었을까? 인플레이션(고물가)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금리가 치솟았다. 돈 빌려 쓰는 걸 무섭게 만들어야 소비가 줄면서 물가상승률이 잠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차입 없인 투자가 거의 불가능한 종목이다. 이 때문에 고금리 상황의 장기화는 필연적으로 부동산 거래 절벽을 초래한다. 우리가 빚내서 투자하는 이유는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보다 아파트값이 더 오를 거란 확신 때문인데, 지금은 그 부등호가 반대로 돌아선 상태다.
대출 이자 부담 > 부동산 가치 변동 이익
부동산 수요가 줄어드니 건설업도 침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도 쪽박을 찬다.
B사의 공시자료 일부. 대출 연체율이 약 27%다. / 출처: B사 홈페이지
실제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52개 온투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9.5%에 이른다(6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경우엔 연체율을 0.5%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업권이 다르니 단순비교는 어렵더라도, 9.5%라는 건 '열 중 하나'라는 거다.
차입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투자자도 수익을 얻을 수 없고 심할 경우엔 투자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은 온투업자들도 약관이나 홈페이지 등에서 명시하고 있다. 물론 아주 작은 글씨로. 너무나도 당연히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다.
실제로 내가 만난 인터뷰이는 투자 만기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콜센터에 상담해 봐도 "현재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원금 회수는 어려울 것 같고 일단 기다려달라"라고 했다고 한다.
유동성이 고갈돼 투자자에게 줄 돈이 모자란 것으로 보인다.
온투업의 붕괴를 막고 투자자 손실을 예방하려면 말라가는 논바닥에 물(현금)을 대야 한다. 그 마중물 역할을 기관투자자들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온투업에 대한 기관투자는 지난 3월부터 허용된 상태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왕에 허용했다면 업계가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것이 당국의 역할일 것이다. 온투업을 무조건 되살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게으름 탓에 '불필요한 붕괴'를 초래해선 안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