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말로 '금융채무 불이행자'라고 부르는 신용불량자는 90일 이상 대출 이자를 연체한 사람을 뜻한다. 신불자가 되면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2030 신불자가 23만명이라고 한다(진선미 의원실 자료). 29세 이하는 9만5000명, 30대는 13만5000명이다. 1년 전보다 1만7000명이 증가한 수치다. 전 연령대에서 2030 연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까지 올랐다.
잔여 대출 원금도 느는 추세다. 29세 이하는 2021년 말 1500만원(평균)에서 2022년 말 2150만원, 2023년 6월 말 2370만원으로 증가했다. 30대는 같은 기간 3420만원, 3460만원, 39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럼 2030은 왜 대출을 이리도 받는가?
생계곤란으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예전에도 있었을 텐데, 최근 계속해서 2030 신불자가 많아진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원인은 일단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2년 사이 3% 포인트(p) 이상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치솟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기준금리 탓만 해선 안 된다. 애초에 대출을 받지 않았다면 이자가 오를 일도 없었을 테니까.
주변 지인 직장 동료의 일화를 들어보자. 그는 얼마 전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고 한다. 온갖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해버린 것이다. 빚이 십수억원에 달한다나?
일확천금, 아니 일확억금에 목을 매는 이유는 미친 집값 때문이다.
몇백 따리 월급 받아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고, 수중에 지닌 현금으로 투자해 운 좋게 수천만원을 번다 한들 아파트값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결국 다들 남의 돈을 빌려 크게 한 탕 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집을 살 때도 수억씩 담보대출을 받는다.
그런데 다들 이런 식으로 투자하고 집을 사면 내집마련의 꿈은 팽창하는 우주마냥 계속 멀어진다. 돈을 번 사람들이 '오늘 사는 아파트가 가장 싸다'는 말에 집을 사대기 시작하면 또다시 가격이 치솟는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형성되니까. 집값은 양의 되먹임으로 자산에 거품을 끼게 만든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퍼준 온갖 재정지원금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상당수가 자본시장으로 쏟아졌다. 중앙은행은 경기침체가 두렵다며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정말 온 사회가 빚내서 투자하길 권유하는 것 같았다. 서점에 가면 '레버리지 투자로 얼마 벌기' 식의 빚투를 조장하는 재테크 서적들이 넘쳐났다.
허나, 자산 인플레이션 끝엔 반드시 '붕괴'가 온다.
시기의 차이일 뿐. 그리고 이번엔 운도 나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원자재값이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끈적한 괴물이 지구를 집어삼키려 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유럽연합 중앙은행, 한국은행 등 인플레이션 파이터들은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이 때문에 변동금리로 대출을 크게 일으켰던 사람들이 큰 고충을 겪게 된 것이다. 수익을 크게 내려다 오히려 이자 폭탄이라는 레버리지 역풍을 맞은 것이다.
투자는 가진 돈으로만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