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이나 법인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규모가 처음 공개됐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전체 신고 규모가 186조4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무려 130조8000억원이 가상자산으로 드러났다.
예·적금, 주식, 집합투자증권, 파생상품 등을 깡그리 합해도 55조6000억원뿐이 안 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신고 의무가 없어 이번에 드러나지 않은 5억원 이하 자산까지 치면, 해외 가상자산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세청 보도자료
우리 국민이 왜 이렇게 해외에 많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차근차근 따져보자.
가상자산 130조8000억원 중 법인(73개)이 신고한 자산이 120조4000억원 어치다. 올해 우리나라 세수 부족분 60조원을 두 번 메우고도 남을 금액이다. 국세청은 "발행사들이 자체 발행한 코인 가운데 유보물량을 해외 지갑에 보유하던 중 신고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체 발행한 코인?
주식을 상장하듯 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ICO(가상자산공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국내에서의 ICO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워낙 새로운 개념이다 보니, 사기 피해 등 사고가 많이 나는 탓이다.
그렇다고 ICO를 안 하기엔 기업 입장에선 너무 아쉽다. 코인만큼 투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쓴 게 해외 ICO다. 해외에서 코인을 발행한 뒤 국내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외에 발행해 놓은 코인이 자산으로 많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120조원은 너무 큰 금액이지 싶다. 코인 가치를 부풀려서 신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으로 가상자산 과세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단 떨어지는 쪽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한 건 상식이다. 가상자산을 부풀려 신고할 수 있는 이유는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폭이 크고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의심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10조4000억원을 가진 1359명의 개인 투자자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나이대별로 30대가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신고했는데, 평균을 내보니 1인당 123억8000만원을 갖고 있었다. 전 연령대 평균을 내도 77억원이다.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ㅠ
유독 큰손들이 해외에 많은 가상자산을 둔 이유는 해외에선 코인 선물거래나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코인 현물 거래만 가능하다. 이 또한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 방침 중 하나다.
여기서 또 하나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국내에서도 ICO나 다양한 투자가 가능했다면, 애초에 131조원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그도 일부 동의했다. 국내 코인 발행이 안 되다 보니 프로젝트가 죄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이런 와중에 국내 ICO 논의는 여태 잠자고 있다. 새 나가는 국부가 여기 있네? 얼른 잡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