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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Sep 21. 2023

해외에 가상자산이 131조원이나 있다는데, 왜?

국내 개인이나 법인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규모가 처음 공개됐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전체 신고 규모가 186조4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무려 130조8000억원이 가상자산으로 드러났다.


예·적금, 주식, 집합투자증권, 파생상품 등을 깡그리 합해도 55조6000억원뿐이 안 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신고 의무가 없어 이번에 드러나지 않은 5억원 이하 자산까지 치면, 해외 가상자산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세청 보도자료

우리 국민이 왜 이렇게 해외에 많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차근차근 따져보자.


가상자산 130조8000억원 중 법인(73개)이 신고한 자산이 120조4000억원 어치다. 올해 우리나라 세수 부족분 60조원을 두 번 메우고도 남을 금액이다. 국세청은 "발행사들이 자체 발행한 코인 가운데 유보물량을 해외 지갑에 보유하던 중 신고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체 발행한 코인?


주식을 상장하듯 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ICO(가상자산공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국내에서의 ICO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워낙 새로운 개념이다 보니, 사기 피해 등 사고가 많이 나는 탓이다.


그렇다고 ICO를 안 하기엔 기업 입장에선 너무 아쉽다. 코인만큼 투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쓴 게 해외 ICO다. 해외에서 코인을 발행한 뒤 국내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외에 발행해 놓은 코인이 자산으로 많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120조원은 너무 큰 금액이지 싶다. 코인 가치를 부풀려서 신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으로 가상자산 과세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단 떨어지는 쪽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한 건 상식이다. 가상자산을 부풀려 신고할 수 있는 이유는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폭이 크고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의심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10조4000억원을 가진 1359명의 개인 투자자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나이대별로 30대가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신고했는데, 평균을 내보니 1인당 123억8000만원을 갖고 있었다. 전 연령대 평균을 내도 77억원이다.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ㅠ


유독 큰손들이 해외에 많은 가상자산을 둔 이유는 해외에선 코인 선물거래나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코인 현물 거래만 가능하다. 이 또한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 방침 중 하나다.


여기서 또 하나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국내에서도 ICO나 다양한 투자가 가능했다면, 애초에 131조원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그도 일부 동의했다. 국내 코인 발행이 안 되다 보니 프로젝트가 죄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이런 와중에 국내 ICO 논의는 여태 잠자고 있다. 새 나가는 국부가 여기 있네? 얼른 잡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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