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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Sep 14. 2023

'개인 투자용 국채' 마냥 좋을까?

최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단 인식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 열풍이 불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을 26조원 이상 사들였다. 지난해 전체 채권 순매수액 20조원을 이미 넘어선 데다 역대 최대치다.


그럼 지금 채권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환경 덕분에 채권 이자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편이다. 만기가 짧은 채권(단기채)으로 짧게 짧게 먹고 빠질 수 있어 매력적이다. 10년, 20년 만기짜리 장기채는 더 기대감이 크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향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면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때 팔아 매매 차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금리 4.5%짜리 10년 만기 국채를 들고 있다고 치자. 지금 예적금 금리가 4%대인 상황에선 이자율만 따졌을 땐 별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처럼 1%대 예적금 시대로 돌아가면, 내가 들고 있는 10년 만기 4.5% 국채 인기는 치솟을 거다. 채권 시장에서 값이 비싸진다는 말이다.


즉 채권은 은행 예적금보다는 짭짤한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면서 금리 하락기엔 매매 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주식처럼 크게 위험하지도 않다. 다만 국채나 한전채 은행채 등 우량 채권이 아닌 신용등급이 낮은 일반 채권에 투자할 땐 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채권에서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법칙은 당연히 유효하다. (내가 경험자다ㅠ)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개인 투자용 국채'도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을 통해 전용 계좌를 개설한 뒤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으로 투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10년물, 20년물 두 가지로 나올 예정이다. 1인당 연간 매입한도는 10만원에서 1억원이다.


표면금리를 연 3.5%로 가정하면, 20년간 돈을 꾸준히 넣으면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난다(세전 기준). 일시불이 아닌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도 있다. 월 50만원씩 넣으면 20년 뒤엔 월 100만원을 받는다는 계산이다(세전 기준). 


또 매입액 2억원까지는 이로 발생한 이자소득을 면제해 준다. 사실 이게 개인 투자용 국채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절세 효과가 없다면 예금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우위를 점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서 연금 수령 나이가 늦춰질 거란 얘기가 나오다 보니, 노후대비용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만기 전에 증여하거나, 사망할 경우 상속도 가능하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비시장성 저축성 국채'이므로 중간에 팔아서 매매 차익을 낼 순 없다. 중도 환매하면 원금과 표면금리에 단리 적용된 이자만 받게 된다. 10년, 20년 장기간 자금을 묶을 수 있는 사람만 신중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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