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위워크는 세계 33국 주요 도시에 610개 지점을 둔 데다 서울, 부산에도 19개 지점이 있다. 위워크가 정말 파산하면 우리나라 업무용 부동산 시장도 파장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워크는 왜 어려워진 것일까?
유니콘은 초저금리를 먹고 자랐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 한국은행 자료 가공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는 2008년 금융위기를 양적완화(QE)와 초저금리로 대응했다. 금리란 돈을 빌릴 때 치르는 대가, 달리 말해 '돈의 값'이다. 위 그래프를 보자.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그래프가 x축에 거의 붙어있다. '제로(0) 금리'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0.00%~0.25% 이런 식으로 범위로 정해지기 때문에 중간값으로 그래프가 그려지다 보니 살짝 떠있을 뿐이다.
제로금리란 남의 돈을 빌릴 때 이자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지머니(easy money)의 시대였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거품이 꺼지면서 침체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지머니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아 헤맸다. 그중 하나가 실리콘밸리였다. 이들 스타트업들은 서로 '혁신'을 내세우고 그럴싸한 내러티브를 만들어 투자 유치에 혈안이었다.
이 가운데 10억 달러(대략 1조 3000억 원) 이상 가치가 있는 신생 기업을 '유니콘'이라고 불렀는데, 2015년엔 유니콘 기업이 150개에 이르렀다. 실리콘밸리가 이지머니를 쭉쭉 빨아들인 것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금리가 낮을 땐 더 먼 미래의 성과를 약속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고금리라면 못했을 투자다. 단기간에 수익이 날 수 없는 사업들이었으니.
2008년 만들어진 위워크도 초저금리를 먹고 쑥쑥 컸다. 그리고 2019년 첫 기업공개 이전 기업 가치가 무려 470억 달러(대략 60조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전까지 일단 돈을 쏟아붓고 봤던 월가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400억 달러가 사라져 버렸고, 위워크는 혁신이 아닌 실패의 아이콘으로 몰락했다.
이후 위워크는 새로운 경영진이 부임하고 특수목적법인(SPC)과 합병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21년 증시에 상장했지만, 운명을 바꿀 순 없었다. 상장 첫날 11.78달러에 마감한 주가는 최근 종가는 현재 98% 넘게 떨어졌다. 그야말로 '동전주'가 된 것이다.
위워크 주가 / 네이버증권 갈무리
2019년 8월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위워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위워크는 이지머니와 경제성장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위워크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경제 회복기, 돈이 사실상 공짜인 시대를 대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