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옐로우나이프 여행 첫날
2026년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3박 동안 캐나다 옐로우나이프에서 오로라(Aurora)를 보고 왔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통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여행지다. 나는 그보다 전부터 오로라가 인생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고, 드라마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주저 없이 여행지를 캐나다로 결정했다.
오로라는 다른 말로 Nohtern Lights라고 한다.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에 끌려 극지방 상공으로 모이고, 태양풍의 전하 입자가 대기 중 산소 또는 질소와 충돌하여 그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될 때 보이는 자연현상이다.
북위 60도에 위치한 옐로우나이프는 북극을 중심으로 펼쳐진 '오로라 오벌(Auroral Oval)'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오로라가 나타난다. 또한 도시가 크지 않아 조금만 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도 빛 공해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여러 가이드들이 "옐로우나이프는 NASA가 인정한 '오로라의 수도'"라고 말한다. 실제 NASA가 저런 말을 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옐로우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높은 확률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여행 시기에 따른 기복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체험을 해보니 하늘이 맑고 달빛이 약할수록 좋다. 날씨가 흐릴 확률이 높은 여름은 피하고, 초승달이나 그믐달일 때를 노린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상기한 최적의 오로라 관측 요건을 모두 갖춘 옐로우 나이프... 달리 말하면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곳이란 의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캐나다 밴쿠버 또는 캘거리로 한 차례 장거리 국제선을 탄 뒤 옐로우나이프국제공항까지 국내선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환승 대기시간까지 치면 하루는 족히 걸린다.
'유럽 여행도 비슷한 거 아니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도착하기만 하면 여기저기 갈 데 많고 할 게 많은 유럽과 달리, 옐로우나이프는 사실 오로라 관측 빼곤 관광할 거리가 별로 없어서 여행에 변주를 주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국내선 비행기 티켓값도 경우에 따라 편도 백만 원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비싸다. 비행편을 운용하는 항공사가 많지 않아 공급은 적은 반면 오로라 관광을 위한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옐로우나이프로 갈 생각이라면 최대한 빨리 계획을 짜고 비행기를 보다 쌀 때 사놓는 것이 좋다.
옐로우나이프를 여행하면서 받았던 인상은 '여기는 오로라빌리지(Aurora Village)가 꽉 잡고 있구나'였다. 오로라빌리지는 옐로우나이프 선주민이 만든 업체라고 한다. 옐로우나이프 다운타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곳에 '티피(텐트)'를 쳐 놓고 오로라 관측(뷰잉)에 용이한 환경을 구축해 놓았다. 티피 안엔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커피·핫초코 등 따뜻한 차와 화로가 구비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항↔호텔 이동에서부터 호텔 예약, 낮 시간 관광, 심지어 방한복 대여까지 옐로우나이프에서의 일정을 비행기만 빼고 다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콜택시도 잡아준다.
다만 오로라빌리지는 차를 타고 오로라를 쫓아다니는 '헌팅' 상품은 운영하지 않는 걸로 보인다. 사실 옐로우나이프의 하늘은 어디서 봐도 같은 하늘이고, 오로라빌리지도 워낙 넓기 때문에 굳이 차를 다니고 번거롭게 돌아다닐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다만 며칠 내내 한 곳에만 있으면 지루할 수 있으니, 하루 정도는 다른 업체와 함께 헌팅에 나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옐로우나이프는 북위 60도에 있다 보니 매우 춥다. 비행기에서 내려 활주로로 내려오자마자 콧속이 바짝 어는 것이 느껴졌다. 이날 옐로우나이프의 온도는 영하 20도 안팎이었는데, 이 정도는 매우 '따뜻한' 날씨라고 한다. 추울 땐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고,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떨어진다.
옐로우나이프 공항은 매우 작았다. 수화물이 나오는 컨베이어벨트는 단 한 개뿐이었다. 마중 나온 오로라빌리지 가이드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가이드가 불러 놓은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렸다.
우리가 묵은 곳은 다운타운 중심에 위치한 Quality Inn이었다. 다운타운은 그리 크지 않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호텔은 없어서 어디서 묵든 대략 거기서 거기처럼 보였다. 다만 퀄리티 인 근처와 로비엔 노숙자들이 많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추측이지만, 여러 명이 방을 빌려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가라오케처럼 노는 현지인들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여행객들에게 직접 시비를 걸어오는 건 아닌 듯해서, 큰 불편은 없긴 했지만.
호텔 방 옷걸이엔 오로라빌리지가 대여해 주는 방한복이 걸려 있었다. 전문가용 캐나다 구스 점퍼와 방한 바지, 벙어리장갑, 방한화, 페이스 마스크 등이다. 이 가운데 페이스 마스크는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거라 가져가도 되고, 나머지는 반납해야 하니 잘 간수해야 한다. 아무래도 겹겹이 껴입어야 하다 보니 너무 딱 맞는 사이즈보다는 조금 넉넉하게 입는 것을 추천한다. 사이즈를 바꾸고 싶다면 다운타운의 오로라빌리지 사무실에 방문해 교환하면 된다.
오로라 관측은 보통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진행된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좀 시간이 남아서 간단히 동네를 돌아보려 나갔다. 다운타운에서 딱히 할 것 볼 것은 없다. 중앙에 있는 YK Center Mall 외부에 달린 온도계 전광판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면 족하다. 장은 Independent에서 보면 되고, 기념품은 아마도 Nothern Souvenirs && Gift가 가장 규모가 클 것이다.
참고로 캐나다는 마트에서 주류를 팔지 않는다. 호텔에서 맥주를 한 잔 하거나 아이스와인을 사고 싶다면 Liquor Store에 방문하자.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옐로우나이프의 팀 홀튼은 테이크아웃 전문이다. 테이블이 있는 곳은 수도 많지 않을뿐더러, 보통 오후 4시쯤 문을 닫았던 것 같다.
이날 저녁은 A Taste Saigon에서 쌀국수와 분짜를 먹었다. 워낙 작은 도시라 별 기대를 안 하고 갔지만 웬걸, 살면서 먹어본 쌀국수 중 가장 맛있다고 느꼈다. 고기는 실하면서도 야들야들했고, 국물은 얼큰하면서 진했으며 깔끔했다. 아마도 추운 날씨가 한몫했을 수도 있겠다. 군대 혹한기 훈련 중 야영지에서 먹는 컵라면이 제일 맛있는 것처럼.
저녁 8시~9시 사이 호텔에서 여행업체 차량을 타고 오로라빌리지로 향한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인 오로라 관측, 하지만 첫날 날씨가 좋지 않았다. 구름이 낀 것도 모자라 눈까지 온 것. 그래도 워낙에 캐나다 북쪽 날씨가 변화무쌍한 만큼 날씨가 걷힐 거란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오로라의 'ㅗ'자도 구경하지 못했다. 기념품 가게에도 그다지 볼 것은 없었고, 다이닝홀에서 맥주나 마시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바로 전날엔 오로라가 대단했다던데, 이렇게 3일 전부 공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이 엄습했다.
그렇게 자정이 넘었을 즈음, 오로라를 뒤져(?) 보기로 마음먹고 분연히 홀로 언덕에 올라 하늘 여기저기를 찍기 시작했다. 그러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카메라엔 희미하게 ‘오로라 같은 것’이 찍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로라를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눈에 보이지 않으면 뭔 소용인가 하는 실망감이 찾아왔다. 그래도 모래밭에서 바늘 찾듯 하늘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터졌습니다! 얼른 나오세요"
희미한 초록색 한 줄 띠에 만족하며 티피로 들어와 몸을 녹이고 있을 때, 갑자기 가이드가 외쳤다. 헐레벌떡 밖으로 나가 고개를 들어 올리니 아주 선명하진 않지만 누가 봐도 분명한 오로라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심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른바 '오로라 댄싱'이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 모두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오로라는 마치 연녹색의 실크 원단이 살랑거리는 느낌이었다. 흔히 상상하던 선명하고 쨍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도 오로라와 땅 사이에 눈구름의 막이 껴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로라는 경이로웠다. 우주는 어려서부터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간 인지능력으로서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우주라는 광활한 스케일과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가능해진다.
오로라를 만난 건 불과 복귀까지 30분 정도를 남겨놓고 있을 때였다. 만약 자포자기한 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면 놓쳤을 찰나의 순간이었다. 기다린 3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눈이 내리고 있음에도 댄싱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 여겼다. 끈기를 가지고 인내하면 언젠가는 때가 오게 되어 있는 법이다.
남은 이틀은 날씨가 더 좋길 바라며 생애 첫 오로라를 두 눈과 마음 그득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