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하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us x maus Apr 20. 2016

USER FRIENDLY

친근한 디자인인가? 익숙한 디자인인가?

우리는 흔히들 user friendly라는 표현을 듣습니다.

특히 새로운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홍보하는 경우 "user friendly"라는 표현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데 "사용자 친화적" 표현 참 좋은 표현인 거 같습니다.


그 뜻을 고대로 풀어보면 누구든 인터페이스 이용에 어려움 없이 이용/제어가 가능하다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제품이나 화면을 설계할 때 한 번도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보지 않은 사용자가 바로 기능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느냐?"입니다.



2차 세계대전 독일군 잠수함 내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user friendly가 어쩌면 사용자에게 친화적이라기 보단 사용자에게 익숙한(familiar) 거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User friendly가 수식어로 포장된 제품이라면 누구나 쉽게 제품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그러한데 사실 사용자 관점에서 우리는 예를 들어 구글 크롬 브라우저가 처음 등장 시 아무도 "사용하기 어렵다. 복잡하다.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망설여진다" 등 기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자에게 있어 크롬은 단순히 형태가 조금 다른 하나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에게 한 번도 사용해 본적 없는 엑셀이라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사용해 보라고 하면 이건 분명 다른 얘기가 될 것입니다. 하단의 탭이란 게 뭐고 쎌이란 개념이 뭐고 함수를 어떻게 넣고... 적어도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학습이 필요한 인터페이스임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엑셀 사용자에게 구글 스프레드시트(구글에서 만든 엑셀의 웹 버전)를 사용하라고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의도한 대로 잘 이용합니다.   :-)


그리고 아무리 사용자 친화적이라 할 지라도 사용자의 학습 레벨, 인지력, 응용력, 지식 레벨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보일 수 있거나 혹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인터페이스라 할 지라도 사용자 조금만 경험해 보면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예)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 스케치, XD 등


십 년 전 어도비 플래시가 웹을 장악하고 있을 때 많은 개발자들이 플래시를 시작하려다 프리미엄과 같은 타임라인이 있고 일러스트 같은 화면에서 "코딩하는 건 무리다!!!"라고 외치며 포기한 걸 많이 보아왔습니다. ㅎㅎ

그렇다고 개발자들이 똑똑하지 못해서 플래시를 영접 못한 게 아닐 겁니다. 단지 익숙하지 못해서 혹은 기존의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이 그들에게 새로운 환경의 학습이라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 듭니다. 자동차 운전을 잘하는 거와 비행기 조정 잘 하는 거와 상관없듯 경우에 따라 경험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또 한 예로 모바일 앱의 경우 햄버거 ≣ 버튼을 클릭하면 숨겨진 요소들이 튀어나온다는 걸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알고 있지만 그러한 행태는 햄버거 버튼이 주는 (리스트 형태) 메타포가 아닌 이전에 다른 앱을 통해 경험한 익숙함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 친화적이란 표현은 바로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움"

입니다. 



마치 마우스처럼 왼쪽으로 움직이면 커서가 왼쪽으로 움직이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오른쪽으로 움직이듯 사용자 친화적이란 사용자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뜬금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인터페이스 중 핀치 줌 제스처가 가장 직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사용자를 추측 혹은 학습하게 만들고 더러는 복잡한 매뉴얼이 동반된 경우도 자주 봅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디바이스와 앱을 통해 다양한 인터페이스 경험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어하는 지식을 자신도 모르게 경험하고 몸으로 익히게 되고 우리(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는 그러한 사용자의 이용행태 패턴에 맞게 디자인하기 때문에 좋은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하고픈 말은 사용자가 이전 경험을 통해 익숙해(familiar) 진 것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인데 컴퓨터 마우스를 예를 들어 보시죠. 


아무리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우리는 마우스를 이용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어떠한 새로운 마우스가 출시되더라 좌클릭, 우클릭, 중앙 스크롤 등의 위치나 기능 등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마우스가 등장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 마우스가 제공하는 기능이 의심스럽거나 이용하기 어려울 거 같아 사용하기를 망설이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초기 컴퓨터 마우스가 발명되었던 한 번도 마우스를 사용해 보지 않은 핀라드인 교육자에게 매킨토시 컴퓨터를 보여주고 마우스를 이용하여 게임 실행해 보라고 얘기했더니 그는 재일 먼저 마우스를 허공에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볼 포인트를 돌려 보고 흔들어보고 하다 결국 오른손으로 클릭하고 왼손으로 마우스 볼 포인트를 움직여 게임을 실행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핀란드인 실험자가 지능이 낮거나 학문적으로 무지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도 컴퓨터 관련 교육 자였으니깐요.

단지 그에게 마우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인터페이스였고 오늘날 유치원생도 사용하는 마우스 역시 누구한테는 user friendly가 아닌 user unfriendly 였다는 것입니다.



우주 왕복선 조종석 내부



사진을 통해 아시다시피 50년대 2차 대전 독일군 잠수함과 90년 대 우주 왕복선의 제어하는 인터페이스를 보시면 기술력은 혁신적으로 개선되었으나 '복잡함'이라는 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잠수함 승무원이나 우주선 승무원에게는 사진과 같은 인터페이스는 친근해서 사용할 줄 아는 게 아닌 익숨함이란 경험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좋은 인터페이스,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기 위해 인터랙션, 그래픽, 모션 등 다양한 요소들이 개선되고 발전되고 있지만 그 보다 우선적으로 사용자가 인터페이스를 인지하고 수행(action)을 하기 옮바른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입니다.


제가 드리고픈 말은 사용자에게 매뉴얼이 없을 정도로 쉬운 인터페이스를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그럴 경우 불필요한 화면이 많이 생성되거나 생산성을 단축시키는 부작용 혹은 당장은 인지 못하는 문제가 나중에 반듯히 발생할 것입니다. 








*본 포스트는 제프 래스킨 저서 "humane interface"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이상용: 

UX 디자이너입니다.

ultra0034@gmail.com


페이스북 '디자인'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에서 UI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블로터 아카데미에서 가끔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uxdseoul

매거진의 이전글 I/O 인터페이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