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밸런스 게임, 전화 고백 vs 대면고백

연애의 우문현답

by 김선비

이들이 할 수 있는 연애라고는 ‘상상 연애‘뿐입니다. | 조밥 곽선생 EP.1 - YouTube


요즘은 조밥 곽선생이라는 유튜브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연애를 잘 못하는 연애 JB들이 연애에 대해 논하는 콘텐츠다. 유튜브 예능 머니 게임에 나왔던 논리왕 전기도 나오고, 환승연애에 나왔던 박원빈도 나오고, 나는 솔로 12기 모태솔로 특집에 광수로 나왔던 이희수씨(34세, 변리사)도 나온다.


전화고백과 대면고백, 뭐가 더 효과적일까?


토론 주제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질문을 받고 광수는 자기는 전화로 고백해본 적이 있다고 했고, 듣고 있던 논리왕 전기는 "그래도 대면 고백이 낫지 않나?"라고 의아해했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그래도 전기보다는 광수가 이성에 대한 경험이 조금이라도 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고백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대면 고백이 낫다. 그런데도 정답을 말한 전기보다 오답을 말한 광수를 조금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내가 대면 고백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면 고백은 얼굴 보고 직접하는 고백이다. 그걸 하려면 만나야 한다. 그런데 여자와 약속을 잡는 것,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면 고백을 하려면 일단 대면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관심 없는 남자를 대면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평균적인 남자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이성으로부터의 관심과 접근을 받는다. 번화가에서 연락처를 물어보는 남자도 있고, 술집에서 합석하자고 하는 남자도 있고, 교회에서 알게 된 오빠도 있고, 같은 회사 과장님도 있다. 이런 많은 데이터 베이스들을 쌓으며 여자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감별해내는 촉을 발달시키게 된다.


물론 연애에 능숙한 남자라면 그 촉을 우회할 수 있다. 여자가 내 마음을 간파해내지 못하도록 모호하게 행동하면서 여자를 피말리게 만들고, 관계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아무리 마음을 숨기려 해도 결국엔 들킬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다. "주말에 뭐해?" "너네 동네에 갈 일 있는데 커피 한잔 할까?" "나 이번에 영화 공짜표 생겼어."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건 결국 남자다. 남자는 여자보다 성욕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를 갈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자주 남자는 여자를 갈망하기에, 남녀 관계에서 아쉬운 건 늘 남자다. 그러니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티를 내면 여자는 도망쳐버린다. 연락을 하면 2시간 뒤에 답장이 오고, 간격은 2의 N승으로 늘어난다. 4시간, 8시간, 16시간. 마치 죽어가는 사람의 심박수가 잦아들다 결국에 꺼져버리듯 연락도 끊겨버린다. 사라진 건 노란 숫자 1이요, 남겨진 건 내가 보낸 노란색 말풍선 뿐이다. 대면을 해주지 않으니 마주보고 고백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전화고백, 카톡고백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 전화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바보라서, 전화고백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대면고백이 나은지, 전화고백이 나은지 하는 건 무의미한 질문이다. 어느 쪽이 낫다고 생각하건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란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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