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정보 회사에 가입하다

소개팅 한 번에 30만원이라고?!

by 김선비

얼마전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사실 결혼정보회사까진 아니고 결혼 전제한 진지한 연애를 목적으로 이성을 소개 해주는 업체인데, 주위 사람들에겐 그냥 편의상 결혼정보회사라고 한다.


비용은 300만원이고, 소개 횟수는 10번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한끼 식사에 5만원 정도를 쓴다고 했을 때 300만원이면 50번 이상의 소개팅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냥 주위 친구 50명에게 졸라서 50번의 소개팅을 받는 게 더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내가 300만원을 쓰기로 한 건, 어쩌면 50명에게 50번의 소개팅을 받아도 그 중에 나랑 맞는 사람이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동안 연인 관계에서 나는 늘 을이었다. "오빠가 날 좋아해주는 만큼 나는 오빠한테 연인으로서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아." 하는 이야기를 수십번은 들었다. 원망스러웠다. 네가 뭔데? 내가 뭐가 빠지는데? 내가 너보다 못한 것 같아? 좋아해주니까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만 만나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 나는 주제 파악을 할 줄 아는 남자니까,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절대 서운하게 하지 말아야지 했다. 그게 안 된다면 차라리 데리고 놀면서 마음껏 갑질이라도 해서 여자 대하는 경험치라도 쌓아야지 했다.


그런데 막상 그게 잘 되지가 않았다.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여자가 나한테 이만큼 표현해준 일이 평생에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러니까 앞으로도 아마 없을 텐데, 그렇다고 그녀가 뭐가 부족하거나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닌데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저냥 어장관리하면서 심심할 때만 불러내서 데리고 놀자니 그것도 못할 짓이었다. 내 성격이 그 정도로 모질지도 못했고, 솔직히 좀 귀찮기도 했다. 어장관리도 일종의 관리다. 가끔씩 사료를 주되, 너무 많이 주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도 다 품이 들어가는 일이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그 정도의 공을 들이는 건 너무나 귀찮다.


마음의 온도는 늘 그렇게 조금씩 어긋났다. 취준생 때는 나를 뽑아주는 회사가 있다면 정말 목숨바쳐 일해서 이 회사를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야지 하지만, 막상 어느 회사에서 오라고 하면 "나를? 얼마나 허접한 회사면 나 따위한테 아쉬워해? 알고보면 별 거 없는 회사 아냐?"하는 생각이 들듯,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그 사랑이 너무나 간절하지만, 사랑받을 땐 너무나 쉽게 느껴졌다.


내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그리고 나에게 사랑에 빠져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긴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0분의 1? 2%? 그 정도는 너무 관대한 수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명 중에 1명, 어쩌면 1000명 중에 1명도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것만 해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나까지 그녀를 좋아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문가를 믿어보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평생을 함께 갈 사람을 만난다는데 까짓 300만원이 대수랴, 싶었다. 그냥 취업 한 달 늦게 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앞으로 10번, 10명 중 한 명의 여자로부터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길, 그리고 그녀도 그러길, 바라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자들이 극혐하는 카톡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