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의 글
요즘은 유튜브에 열심이다. 브런치에 비해 댓글도 더 많이 달리고 구독자도 빨리 늘어난다. 1달 만에 구독자 200명을 만들었고, 조회수도 평균 1,000 이상씩 나온다. 피드백이 빠르니 콘텐츠를 만들 맛이 난다. 하루에 하나씩 찍어서 올리고 있다.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요즘 핫한 화제 중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나는 솔로를 택했다. 나는 솔로 전 출연자가 말하는 나는 솔로. 매 주마다 12명의 남녀가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가져다주니 나는 그걸 보고 어땠는지 썰만 풀면 된다.
유튜브를 하면서 글을 쓰는 것도 더 쉬워졌다. 원 소스 멀티 유즈. 재탕하면 된다. 유튜브 스크립트를 조금 다듬으면 글이 된다. 반대도 성립한다.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꾸면 유튜브 영상이 된다. 그러니까 같이 하면 더 이득이다. 브런치가 유튜브보다 사용자가 적고, 피드백도 적긴 하지만 결국에 내가 가야할 길은 작가다. 유튜브는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일 뿐,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유튜브를 하면서 글 쓰는 게 재미가 없어졌다. 이미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싶지가 않아서다. 꼬박 8년 동안 글을 썼다. 최소 1주일에 1편, A4 한장 이상씩 썼다. 그 글들이 모두 책으로 나왔다면 5권이 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한다. 내 글에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서 한 가지 일을, 심지어 돈도 안 주는 걸 8년 동안 꾸준히 해온 끈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나도 궁금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내 글은 배설의 글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똥 마려운 걸 참다가 집 현관문을 열고 화장실에 들어가 변을 볼 때처럼 사람들앞에서 풀어놓기 힘든, 아무도 들어주려하지 않는 응축된 감정들을 이곳에 풀어놓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나라는 사람보다 훨씬 더 솔직하다. 현실에서 나는 누군가에 대한 호감도 증오도 쉽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어차피 다들 모르는 사람이니, 내가 무슨 말을 한들 당사자에게 전해질 일이 없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유튜브로 한 얘기를 글로 또 재탕하면 훨씬 쉬운데도 굳이 그렇게 안 하려 드는 이유는 그것이다. 방금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또 갈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