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아닌 감각으로 기억된 것들
담요가 있었다. 가로 세로 1m정도 되는 담요일 것이다. 하늘색이었고, 산과 햇님, 그리고 초가집이 수놓아져있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사주신 거라고 한다.
그 담요는 놀라울 정도로 보드랍고 따뜻했다. 그걸 덮고 있으면 나는 세상 모든 걸 가진 것만 같았다. 엄마가 방에 없어도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았다. 그 담요를 만지고, 빨면서 놀면 외롭지도, 무섭지도, 심심하지도 않았다.
그때 나는 스스로 걷지도, 머리를 가누지도 못할 만큼 작고 약했다. 당연히 말도 할 줄 몰랐다. 초가집이 뭔지, 햇님이 뭔지도 당연히 몰랐다. 1m가 어느 정도 되는 크기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기억이 난다. 가로 세로 1m쯤 되는 담요에 햇님과 초가집이 그려져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런 기억들이 있다. 언어가 아니라 감각의 형태로 기억된 것들. 그땐 그걸 뭐라고 표현하는지 몰랐지만 내 몸이 기억하는 감각들이 있다. 나를 안아주던 어머니의 따뜻한 품, 처음 먹어본 소보로 빵의 맛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 기억들은 행복이라는 개념어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한, 하늘색 담요처럼 보드라운, 그리고 소보로 빵처럼 달콤한 감각을 행복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