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차 유튜버의 깨달음
이제 유튜브를 한지 두달이 지났다. 구독자는 450명. 그 동안 영상을 70개 넘게 올렸다. 하루에 하나씩 올린 셈이다.
나름대로 내 색깔도 생겼다. 나는 솔직하되 무례하지는 않은 채널을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나는 솔로 리뷰가 주된 컨텐츠다보니 타인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와 맞을 수 없듯 출연자들 중에서도 내 마음에 드는 출연자가 있다면 안 드는 출연자도 있다. 그러면 비판을 하게 된다. 심지어 누군가를 칭찬하더라도 그와 대비되는 사례를 들어야하니 결국 누군가에 대해서는 싫은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원색적인 비난은 하지 않으려 한다. 당사자 입장에서 불쾌하게 느낄 정도의 희화화, 신상에 대한 비하 같은 건 하지 않으려 한다.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면 그냥 말을 말겠다는 주의다. 나는 무례한 솔직함보다는 차라리 가식적인 친절이 좋다. 자신에 대한 솔직함은 미덕이지만 솔직하다는 수식어가 타인에 대한 무례함을 정당화하는데 쓰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되는 색깔을 가진 채널들도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출연진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자기가 나가면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처럼, 누가 자기한테 그렇게 막말해도 웃어넘길 수 있을 것처럼.
솔직히 재밌긴 하다. 씹선비처럼 말 가려가면서 하는 내 채널보다 자극적이고 시원하다. 그런데 보다보면 불쾌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뒤로 가기를 눌르게 된다. 지금도 알고리즘에는 자주 뜨지만 나는 그 채널을 누르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던 어느날 그 채널의 댓글창을 봤다. 그 무례함을 지적하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다. 출연진들도 당신과 같은 일반인이다, 누가 당신에게 그렇게 막말하면 좋겠냐, 라고 한 사람이라도 말을 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다들 말 너무 재밌게 한다고, 팩트 폭격기라고 찬사를 쏟아부었다.
아, 여긴 부족 사회구나.
그때 알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을 찾아보고, 알고리즘은 그와 비슷한 영상을 계속해서 추천해준다. 결국 내 알고리즘은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으로 가득차게 된다. 물론 가끔 내 성향에 안 맞는 영상이 뜰 때도 있다. 하지만 보통 그건 안 본다. 보더라도 댓글은 안 단다. 결국 내 유튜브 댓글창은 내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 내 말에 동의하고 나를 칭송하는 사람들로만 가득차게 된다.
그래서 좋은 점은 하나. 나는 내 스타일대로 계속 가면 된다는 거다. 나도 색깔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조금 더 말을 험하게 해야 하나, 출연자들의 신상을 파야 하나, 검증되지 않은 찌라시들을 진실인양 퍼날라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조곤조곤 대화하는 투의 영상들이 채널에 쌓였고, 그런 화법을 좋아하는 구독자들이 모이게 되었다. 그 때 알았다. 거친 말투와 오버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대다수이긴 하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이런 재미없는 화법에도 다 수요가 있구나. 굳이 나를 바꿀 필요는 없겠구나.
그리고 나쁜 점도 하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채널에 모이다보면 채널의 주인인 나는 자연스럽게 동조와 칭찬에 익숙해진다. 그러다보면 내가 남보다 우월하고, 내 말은 다 맞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내 이야기는 세상의 수많은 일리있는 이야기들 중 하나일 뿐, 진리가 아니라는 걸 잊게 된다. 그렇게 자기만의 왕국 속에서 살다가 나락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니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네 말이 틀렸다,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 물론 500명도 안 된 나에게는 그렇게 나락에 갈 수 있다는 것도 꿈 같은 이야기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