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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un 05. 2023

매너 있고 사람 좋고 말도 잘하지만 안 끌리는 남자

결혼정보회사썰 EP4

두 번째 미팅에 실패했다. 별 일은 아니다. 두 번 만에 내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그런 기대가 있었다면 2회짜리 패키지로 결제했겠지, 10회가 아니라.


그런데 아무래도 돈을 주고 하는 소개팅이다보니 민감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한 번 한 번의 만남을 돈으로 환산하게 된다. 300만 원에 10번 소개를 받기로 했으니 소개를 한 번 받을 때마다 30만 원씩 차감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업체에 물어봤다. 혹시 앞서 만난 두 명의 여성분들꼐서 나에 대해 부정적인 코멘트를 한 게 있느냐고. 여자에게 연락해서 네가 뭔데 날 그렇게 평가하냐 따지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알고 싶었다. 혹시 내가 고칠 점이 있다면 고쳐야 하니까. 그래야 남은 8번 안에는 연애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 테니까.


없었다고 했다. 외모나 스타일도 괜찮았고, 매너나 배려심도 있고, 대화도 재미있게 잘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냥 이성으로서 큰 끌림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뿐이라고 했다. 그냥 지금 하던 대로만 하면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라며 담당 코디네이터가 안심시켜주었다.


그런데 안심이 되지 않았다. 멋지고, 매너 있고, 말도 잘하지만 남자로서는 이상하게 안 끌리는 사람이라는 말을 수십 번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축에 속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고, 경우있게, 개념있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백 명의 여자에게 나를 소개해준다면 백 명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자신이 있다. 그런데 끌리는 남자가 된다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제 멋대로 구는 남자, 소위 말하는 양끼가 있는 남자, '좋은 사람'이 아닌 남자가 인기를 끄는 걸 많이 봐왔다.


그래서 불안하다. 좋은 사람이지만 남자로서 끌리지는 않는 것 같다는 답변만 내리 10번을 듣게 될까봐 걱정된다. 코디네이터가 여자라서 더 불안하다. 코디네이터 역시 나 같이 좋은 남자가 왜 연애에 실패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할 것 같아서다. 남자였으면 스타일을 바꿔라, 말투를 바꿔라, 하는 현실적인 조언이라도 해줄텐데 말이다. 


그래도 일단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남은 8번의 결말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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