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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ul 02. 2023

결혼정보회사에서 까였을 때 멘탈잡는 법

나만 30만 원 날린 거 아니다

3번째 소개팅이 실패로 돌아갔다. 10번 중에 3번 날렸으니 이제 7번 남았다.


슬슬 똥줄이 타기 시작한다. 처음 회원 가입할 땐 설마 10명 중에 내 짝이 하나도 없으랴 싶었는데 이쯤되니 정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소개팅을 한 횟수는 10번을 훌쩍 넘는다. 아마 30번은 넘었을 거고 어쩌면 50번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중에 내 짝은 없었다. 그런데 10번만 더 하면 될 거라고? 과연 그럴까? 30번이 안 됐는데 10번하면 될 거라는 낙관주의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건가, 고칠 점이 있나 싶어 지난 세 번의 만남을 복기해보았다.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천생연분이다, 드디어 내 반쪽을 찾았다, 하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 번 더 만나서 알아볼 정도의 가치는 있다 생각했다. 상대방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애프터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거절이었다.


업체에도 물어보았다. 혹시 여성들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 게 있었는지. 그런 거 없었단다. 매너도 좋았고, 대화도 잘 통했고, 젠틀하다는 평이었다. 근데 왜? 그럼 한 번쯤 더 만나볼 순 있는  거 아냐? 누가 내일부터 1일 하재?


그러니까 더 답답하다. 내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안 하면 되고, 외모가 문제라면 잠깐 회원 정지 시켜놓고 운동을 해서 몸이라도 만들던지 하련만 아무 문제도 없는데 인연은 아닌 것 같다는 말 뿐이니 뭘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10번 다 날려먹으면 어때, 어차피 나 혼자 날린 거 아니잖아."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번에 만남에 다 실패한다면 꽤나 현타가 올 것이다. 정녕 이 땅에 내 짝은 없는 건가, 국제결혼을 알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내가 300만원에 10번을 소개받기로 했으면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300만원을 냈을 것이다. 그 중 하나인 이번 만남의 가치가 내게 30만원이었다면 저쪽에게도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쪽도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분위기가 썩 이상하지 않았다면 저쪽에서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업체에라도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안했으면 그래도 나쁘진 않았던 거다. 다만, 피차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까, 이번에 만난 사람과는 결혼을 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가볍게 시작할 순 없는 것일 게다. 이건 30만 원짜리 만남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7번 남았으니까, 그 중엔 뭐라도 되겠지. 10번 다 못채우고 세 번 만에 장가가면 나머지 일곱 번이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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