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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an 22. 2024

나솔사계의 남자 1호, 왜 인기있는 걸까?

마성의 남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는 솔로 사랑은 계속된다. 지금 나솔사계에서 가장 핫한 남자는 남자 1호다. 1983년생 40세이며, 방배동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솔로의 전신인 짝에 세 번이나 출연했으며, 이번 나솔사계까지 합치면 네 번째 데이팅 예능 출연이다.


이 남자가 핫한 이유는 소위 말하는 "마성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자 출연자들은 여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거기에 맞추려 노력을 한다. 다정다감한 남자가 좋다고 하면 다정한 면모를 보여주려 하고, 안정적인 남자를 원한다고 하면 자가가 있다거나, 전문직이라거나 하는 점을 내세우고, 장거리는 싫다고 하면 자기가 매번 집 앞까지 가겠다며 여자를 설득한다. 키가 큰 남자가 좋다거나, 자기보다 연상인 남자가 좋다거나 하는, 애초에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조건에 걸려버리면 시작도 못해보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다르다. "감히" 여자들에게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키는 165cm가 넘어야 하고, 집순이여야 하고, 술을 마시면 안 된단다.


아니나 다를까 유튜브 댓글창에는 악플이 빗발쳤다. 

"꼴깝떤다." 

"그 따위니까 짝 때부터 연애 예능에 네 번을 나와도 솔로인 거다." 

"이래서 마흔 넘어 시집장가 못간 사람은 걸러야 한다."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웃긴 거. 네 명의 여자 모두가 그에게 빠져버렸다. 모태 솔로 7기 옥순도, 총 연애 기간이 한 달이 안 된다는 11기 옥순도, 골드 미스 특집의 인기녀였던 14기 옥순도, 지난 시즌에서 나솔사계 엠씨를 맡았던 9기 옥순도 모두 가장 알아보고 싶은 남자로 그를 꼽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옥순"들은 방송 분량을 뽑으려고 가장 빌런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간 걸까? 저렇게 남자 보는 눈이 없어서 마흔이 다 되도록 시집을 못가고 있는 걸까?




"It is the time you have wasted for your rose that makes your rose so important"
"너의 장미꽃을 특별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꽃에 들인 시간이야."


소설 [어린 왕자]에 나왔던 아름다운 구절이다.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막대한 부나 특별한 재능, 사람들을 일순간에 얼어붙게 할 정도의 매력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사랑이 있기에, 우리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인 누군가에게만큼은 우리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구절에서 시점을 바꿔볼까? 장미꽃으로 말이다. 그러면 이렇게 될꺼다.


"사랑받으려면 상대방이 너에게 시간을 쓰게 만들어야 해."




남자 1호가 마성의 남자인 이유는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전을 뽑으려는 심리가 있다. 에버랜드에 가서 자유이용권을 끊었다면 아무리 다리가 아프고, 날씨가 춥고, 사람이 바글바글하더라도 놀이기구를 최소 10개는 타야 한다. 결혼식장에 가서 축의금을 10만 원 냈으면 최소 세 접시 이상은 먹어야 한다. 속이 더부룩하다며 집에 가서 후회할지라도, 살을 빼기 위해 러닝머신 위를 죽도록 뛰어야 할지라도 그래야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소개팅을 나가서 돈을 많이 썼다면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도 한 번은 더 봐야 한다. 만나던 여자한테 정나미가 떨어졌더라도 그녀에게 비싼 선물을 했다면 왠지 아까워서라도 더 만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일단 많이 쓰게 만들어야 한다. 돈이건 마음이건. 그러면 상대방은 나에게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자기가 다 감당하려고 든다. 

"서울에서 부산이 너무 멀다고? 괜찮아. KTX로 두 시간이면 되는 걸." 

"1차는 내가 냈으니 2차는 네가 사겠다고? 아냐, 됐어. 마음에 드니까 내가 더 쓰고 싶은 거야. 신경쓰지 마."

"집은 내가 준비해뒀어. 너는 몸만 들어와."

라고 한다.


그러니 여자들은 아쉬울 게 없다. 남자에게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뽑을 본전이란 게 없다. 그냥 돌아서도 아까울 게 없다.


그런데 이 남자는 다르다. 여자에게 조건을 건다. 

"키가 165cm 이하면 안 돼." 

그러면 165cm가 안 되는 여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뭐? 165cm이하는 안 된다고? 지가 뭔데? 어이 없네? 나도 너 싫거든? 느끼하게 생겨가지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감히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해? 무슨 생각으로 그딴 소리를 했는지 한 번 대화나 해봐야겠다."

말려든 거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이다. 옥순과 영숙, 두 여자 사이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나는 솔로 9기의 주인공이 되었던 정신과 의사 광수도, 여자들의 캐리어를 들어주지 않는 행동으로 오히려 여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솔로지옥의 덱스도, 다 그렇게 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못하는 걸까? 대부분의 남자들은 대부분의 여자들보다 을이다. 첫 만남에서는 남자가 당연히 밥을 사야 하고, 차를 가져왔다면 여자를 에스코트 해줘야 하고, 데이트 코스도 당연히 짜와야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불만이 많다. 여자들은 왜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냐고 볼멘 소리를 한다.


그런데 그걸 안 해도 된단다. 여자한테 먼저 돈을 쓰고, 마음과 정성, 시간을 쓰게 만들면 오히려 우리에게 더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단다. 그런데 그 좋은 걸 왜 안 하는 걸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스스로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벤츠에 8천만 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모닝을 8천만 원에 판다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덱스처럼 생긴 남자가 캐리어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남자 1호처럼 188cm에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가 165cm이하는 안 만나겠다는 조건을 건다면 저 남자가 뭘 믿고 저렇게 행동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지지만, 척 보기에도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남자가 그렇게 행동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슬프게도 우리 중 대다수는 후자에 가깝다. 여자에게 시간과 돈, 노력, 순정까지 다 퍼주고도 거절당한 경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차마 저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저 남자 1호, 그리고 소수의 알파남들은 어떻게 그 어려운 걸 할 수 있는 걸까? 아는 거다. 자기가 잘났다는 걸. 잘났으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는 걸. 아니, 그렇게 할수록 오히려 더 여자들이 빠져들 거라는 걸. 


그럼 어떻게 알까? 겪어봤으니까 아는 거다. 남자 1호는 188cm에 근육질이다. 근육은 후천적으로 만들었겠지만 키는 타고나는 거다. 그는 스무살 때 이미 188cm였을 것이다. 그러니 어딜 가서도 주목받았을 거다. 대학에서나, 클럽을 가서나, 애정촌에서나. 수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났을 것이다. 그걸 통해서 알았을 것이다. 나, 좀 먹히는걸?


그러니까 마성의 남자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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