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신여성들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
드라마나 영화, 웹툰에는 사망 플래그라는 게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캐릭터들은 십중팔구 죽는다는 것이다.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생사를 건 사투 끝에 빌런을 쓰러뜨리고 "하아.. 하... 쓰러뜨렸나?"하거나, 전쟁 영화에서 펜던트 속 애인의 사진을 보며 "고향에 무사히 돌아가면 결혼하자고 옥순이한테 약속했어요." 하는 인물들은 십중팔구 죽는다.
나는 솔로에서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과신하는 게 사망 플래그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9기 옥순(86년생, 광고회사 재직)은 자기 자신을 을지로 김사랑이라고 했다. 또 13기 현숙(94년생, 롯데)은 스스로 플러팅의 귀재이자 공대 팜므파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둘의 결말은 썩 좋지 않았다. 9기 옥순은 정신과 의사 광수를 사이에 두고 영숙(94년생, 농협 근무)과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광수는 첫인상 선택을 했던 옥순이 아닌 영숙을 선택했다. 13기 현숙은 피부과 의사였던 영수와 커플이 되었으나 금방 헤어졌고, 나솔사계 한번 더 특집에서 역대 최강의 미남이었던 11기 영철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했으나 커플이 되지는 못했다.
이번 기수에서는 정숙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전 인터뷰에서 정숙은 자기는 외모를 중시하고, 키스할 수 있는 남자를 원한다고 했다. 촬영장에서도 자기가 키스하고 싶을 때 보내는 눈빛이 있다, 그 눈빛을 보내면 대부분 넘어온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실제로 방송에서 키스를 했다. 3년 가까운 나는솔로 역사상 최초의 쾌거였다.
그런데 자기가 원해서 접근했던 남자들에게는 매번 차였다고 했다. 결혼 정보회사에 1천만 원 이상을 쏟아부었는데도 원하는 짝을 못 만나서 여기에 나왔다고 한다.
왜 그런 걸까? 9기 옥순이나 13기 현숙, 그리고 이번에 나올 20기 정숙이 매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날씬하고, 예쁘고, 스타일리시하다. 그러니 그들의 매력은 90% 이상의 남자들에게 먹힐 거다. 물론 그 90% 안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 동호회에서건, 회사에서건, 대학에서건 그들에게 호감을 표하는 남자는 차고 넘쳤을 것이다. 그 남자들이 자신들 눈에 안 차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남자가 없어서 고민을 했던 적은 없을 것이다. 을지로 김사랑이라느니, 공대 팜므파탈이라느니 하는 게 아주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거다. 평범한 남자들의 대부분은 극심한 성적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90%이상의 평범한 남자들에게는 먼저 카톡을 보내서 밥 먹자고 하는 여자도, 내 안부를 물어주는 여자도 없다. 여자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번호를 물어본다거나 하는 건 평범한 남자에겐 평생 술안주거리로 삼을 정도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흔드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몇 번 눈웃음만 지어주면, 웃을 때 어깨나 허벅지를 한두 번만 터치해주면, 업무상 연락인지 사심인지 헷갈리는 카톡을 보내주면 나 같은 남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고 손주들 세뱃돈 주는 거까지 상상한다. 사랑에 빠져버리는 거다. 그건 플러팅의 귀재나 을지로 김사랑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상위 티어 남자들에게는 그게 안 먹힌다는 거다. 남자들은 성적으로 굶주려있다. 성욕은 강하나 여자들은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남자들은 눈을 낮춘다. 자기를 거들떠도 보지 않을 존예녀를 택하기보다 차라리 눈을 낮춰서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여자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온다. 일종의 낙수효과인 셈이다. 반면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자존심을 굽힐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 남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선택은 상위 10%의 남자들에게만 집중된다. 그래서 존잘남에게는 모든 게 쉽다. 쉬워서 권태롭고 재미가 없다. "주말에 뭐해요?", "근처인데 만날래요?"하는 연락들, 우연이나 친분을 가장한 스킨십들. 그런 건 너무 흔해빠졌다.
그래서 키 185cm의 근육질이거나, 금수저이거나, 전문직인 남자들에게는 이런 게 안 먹힌다. 속마음이 너무 빤히 보이고 감흥이 없다. 나 같은 평범한 남자들의 관심과 호의가 당신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진짜 인기가 있는 여자들, 상위 티어 남자를 만나는 여자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은밀하게, 교묘하게 남자의 신비감을 자극한다. 속마음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겉으로는 정숙하고 조신한 척이라도 한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남자든 유혹할 수 있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다.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있으면서도. 한 번 되짚어 보라. 남자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던 나는솔로 역대 의자녀들 중에 그런 말을 했던 여자가 있었는지.
그래서 나는 이번 기수에서 정숙이 자기가 원하던 결혼 상대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짜장면을 먹지는 않겠고, 잘하면 최종 커플까진 될 것도 같지만 방송이 끝난 후, 촬영으로부터 6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까지 그 남자와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