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진급에 떨어졌다. 신설된 영업팀의 팀장을 뽑기 위해 나를 포함한 고참급 실무자 몇 명이 물망에 올랐는데 떨어지고 말았다. 나보다 1년 선배인 K과장이 팀장을 달게 되었다.
아쉬웠다. 올해 나는 회사에서 영업 실적 1등을 찍었다. 매출뿐 아니라 신규 거래처 개척 같은 정량적 지표에서부터 유관부서 협조 같은 정성적 지표까지 모든 점에서 이견이 없을 1등이었다.
하지만 내심 납득이 가기도 했다. 팀장이 된 K과장은 과장이고 나는 아직 대리니까. 과장을 두고 대리가 팀장을 달 수는 없지. 특히 영업팀장은 팀원들의 매출 실적이 저조할 때 독려하는(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선배를 두고 후배가 그 역할을 맡기는 좀 불편하지.
현민아, 인색한 선배가 되지마.
그런데 회식 자리에서 이번에 팀장을 단 K과장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나 딱히 인색하게 군 적 없는데? 후배랑 밥 먹으면 내가 사줬는데? 내 실적 잘 나온다고 거들먹거리거나 실적 안 나오는 후배들 무시한 적 없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딱히 후하지도 않았다. 실적 안나오는 후배들을 무시한 적은 없었지만 그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요즘 일하기 힘들지 않은지 물어본 적도 딱히 없었다. 후배와 식사를 하면서 돈을 내게 한 적은 없었지만 사준 적도 딱히 몇 번 없긴 했다. 먼저 밥먹자 연락을 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사줬을 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어쩌면 내가 K과장보다 1년 후배라서, 아직 대리라서 떨어진 게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사 중에 한 명이 팀원들과의 트러블로 해임된 일이 있었다. 팀원들이 인사팀에 면담을 신청해서 인사팀이 조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몰랐다. 영업사원들은 1주일에 한 번 밖에 회사에 나오지 않고, 그나마도 한두 시간 회의만 하고 바로 외근 나간다. 서로 소통할 일이 별로 없다. 모든 영업사원들이 모이는 공식석상에서가 아니라면 그 상사가 팀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몰랐다. 그래서 일이 터지고 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난 몰랐어. 우리는 어차피 다 각자 일하니까.
그런데 그걸 몰랐던 게 나의 무능이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일은 할 만한지 물어보지도, 먼저 밥 한 번 먹자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내가 무엇을 해줘야 할 지도 몰랐다. 내가 팀장도 아닌데 뭘 그런 것까지 나서서 신경쓰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는 건 꼰대지, 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게 좋은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영업은 어차피 각자 하는 일이다. 팀장이 잘해서 팀 실적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못해서 못 나오는 것도 아니다. 팀장이 하는 일은 팀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일이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마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는 후배들을 사랑하는 선배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