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29기 영철, 해외 여행은 미친 짓 맞는데?

89년생이 본 91년생 남자가 해외 여행을 싫어하는 이유

by 김선비


나는 배우 김남길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다. 걸그룹 SES 멤버 출신 유진의 남편인 기태영 닮았다는 얘기도 들어봤고 박건형 닮았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일본 배우인 니노미야 카즈나리도 들어본 적 있고, 이선균은 제법 많이 들어봤다. 특히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욕이 나올 거다. 김남길은 무슨 김남길, 박명수 닮았다고 하고 싶을 것이다. 스펀지밥에 나오는 징징이, 진격의 거인에 베르톨트 닮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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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가 그렇다. 빠가 까를 양산한다. 무언가를 과도하게 올려치면 반대로 그걸 반박해 주고 싶은 심리가 생긴다. "4정수? 그냥 평범하게 생겼지. 딱히 잘 생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못생기지도 않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격 잘 맞으면 한 번쯤은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볼 법하지 않을까?" 이 정도로 했으면 굳이 욕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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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기 영철은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니라 생각했다 해서 욕을 먹고 있다. 여자 출연자들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 엠씨들은 구시대적 가치관을 고수하는 훈장님 취급을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자기 고집대로만 살 거면 평생 연애도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 살라며 악담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실은 나도 영철 같은 생각을 해봤다. 나도 20대 때는 해외 여행 다니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도 가끔 간다. 가까운 일본 밖에 못 가봤지만 그렇다고 유럽이나 인도, 미국에 가는 사람들을 욕하진 않는다. 겁쟁이에 짠돌이라서 비행기 푯값으로만 수백을 써야 하는 미국이나 유럽에는 못 간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땐 왜 그랬는지, 지금은 왜 바뀌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영철은 1991년생. 나보다 두 살이 어리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다. 2010년대 초중반에 그와 나는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던 20대 청춘을 보냈다. 이 시대의 특징은 과도한 낭만주의였다. 돈보다는 당연히 꿈이나 적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하기보다 현재를 즐기고, 정치적으로는 당연히 좌파를 지지해야 하는 걸로 여겨졌다.


해외 여행 열풍도 그중에 하나였다. 실은 그냥 돈 쓰는 재미, 페이스북에 예쁜 사진 올리는 재미로 해외 나간 거면서 마치 부국강병의 꿈을 품고 서구열강의 첨단 과학기술과 사회시스템을 배우러 떠났던 구한말의 유학생들이라도 된 양 유난을 떨었다. 유럽 여행 다녀오면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미술의 거장들이라도 만나고 온 양, 인도 여행 다녀오면 보리수 밑에서 니르바나의 경지에 든 부처님이라도 된 양 꼴값을 떨었고, 해외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좁은 세상에 갇혀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우물 안 개구리 취급을 당했다.


그게 존나 꼴불견이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자기에 대해 어떤 점을 알게 되었느냐고, 어떻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냐고. 하지만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는 사람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런 불순한 질문을 하는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할 뿐이었다. 그게 아니꼬워서 나는 20대 때 해외 여행을 안 갔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기를 찾겠다느니, 견문을 넓히겠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냥 좋은 데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예쁜 거 보고 기분 전환하러 간다고 다들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고 나니 해외 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해외 여행을 나갔다가 “어휴, 집이 천국이지. 어디 보자. 이거 4박5일 동안에 얼마를 쓴거야? 아이고, 이번 달은 하루에 만원씩만 쓰면서 버텨야겠네.”하면서 돌아오는 자신을 혐오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도 해외여행을 간다. 아마 영철도 비슷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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