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책 세 권을 내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아무 일도 안 생기지.

by 김선비


세번째 책도 폭망했다. 아니, 이전에 출간했던 어떤 책보다도 더 폭발적으로 망했다. 이전에도 책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손해를 보진 않았다. 책을 만드는데 내 돈을 쓰진 않았으니까. 물론 그 책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시간과 노력까지 고려한다면 명백한 참패지만 적어도 금전적인 영역에 한정한다면 지난 두 권의 성적은 본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특정 시점까지 300권을 팔지 못하면 나머지를 내가 30% 인하된 가격에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나는 책이 출간되자마자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문화 상품권 만원씩을 보조해줄 테니 나머지만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100명 정도 연락을 돌렸다. 100만원을 써서. 결혼을 하게 되어서 모바일 청첩장을 돌린다 해도 그만큼 절박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 출판사로부터 판매량을 전달받았다. 70권. 30명은 상품권만 먹고 튄 것이다. 세상을 향한 나의 세 번째 도전은 그렇게 끝났다. 팔리지 않은 책 230권을 우리집 창고에 남긴 채.



나에게 재능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세상을 놀라게 할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직장 생활은 그 때까지 굶어죽지 않게 해주는 연료 탱크 정도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직장 생활을 한지 9년이 지났다. 앞으로 9년을 더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낮지 않은 확률로, 내 직장 생활은 후반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지금껏 이룬 게 무엇인가.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말과 저녁 시간을 갈아넣어 쓴 글들이 나에게 가져다준 것은 무엇인가. 만약 그 노력으로 부동산 임장을 다니거나 해외 주식 공부를 했으면, 아니면 전문직 시험 공부를 했더라면 지금쯤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얼마전에 책을 읽은 전 직장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무 재밌었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읽어버렸다고 했다. 언젠가 이 글이 유명해질 날이 있을 거라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창고에 쌓여 있는 책 230권을 잠시 잊을 수 있을 만큼. 그래, 10년 전에 누군가가 비트코인이라는 것에 투자를 하겠다 했을 때도, 엔비디아나 테슬라 주식을 샀다 했을 때도 그런 반응이었겠지. 그런 듣도 보도 못한 회사에 뭘 믿고 투자를 하냐고 했겠지. 내 글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겠지. 한강의 글이, 브레이브걸스의 음악이, 고흐의 예술이, 테슬라나 엔비디아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그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확률에 내 삶을 베팅하는 게 옳은 투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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