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
내가 일하고 있는 메디컬 에스테틱(보톡스, 필러, 레이저시술 등 미용을 목적으로 한 의료 활동) 분야에서 요즘 핫한 제품은 엘라비에 리투오다. 체내 콜라겐 형성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여타 콜라겐 부스터들과 달리 리투오는 동종진피(사람의 피부) 콜라겐을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더 빠르고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수가가 꽤나 높은데도 이 제품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다. 시체에서 떼어낸 진피를 직접 이식한다고? 아무래도 좀 찝찝하지 않나? 당장에야 피부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인 부작용은 없을까? 이런 우려 때문에 이 제품을 쓰지 않는 병원들도 많다.
요즘 유행하는 비혼과 딩크라는 트렌드도 비슷한 것 같다. 연애하고 결혼하는 삶에는 분명 많은 리스크가 있다.
지금은 나 없이 못살 것 같은 저 남자가 평생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요즘 아이 키우려면 한 달에 얼마씩 든다고 하던데?
서울 집값이 얼마인데 그 돈을 감당할 수나 있나?
이혼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결혼한다고 동네 방네 떠들어놨는데 무슨 개망신이야?
부모님 얼굴은 어떻게 보고? 애라도 있으면 또 어떡해?
그럴 바에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이 리스크들은 수천수만 년의 인류 역사 동안 정체가 충분히 검증된 리스크들이다. 무수히 많은 세대를 거쳐오면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결혼을 했고, 배우자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을 테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끝까지 갔다. 메달은 못 땄지만 완주는 했다. 군생활은 분명 힘들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멀쩡하게 군대에 가서 멀쩡하게 돌아오듯이 말이다.
왜 꼭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로서 살아가야 해?
나는 우리 엄마처럼 남편 뒷바라지나 하면서 재미없게 살고 싶지 않아!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겠어!
한편 비혼과 딩크는 말로는 그럴싸해보지만 실상 레퍼런스가 없다. 물론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강민경이나 기안84 유튜브 보면 혼자서도 재밌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긴 하니까. 개그우먼 김숙이나 송은이처럼 나이 들어서도 어울려 지낼 단짝 친구만 있으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은 돈이 많다. 강민경에게는 미모와 성공한 가수로서의 커리어가 있고, 김숙이나 송은이에게는 재력과 명성, 유머러스함이 있다. 그들은 정말로 결혼을 안해도 되니까 안하는 것이다. 평생 동안 세상의 온갖 진기한 즐거움들을 다 누릴 정도의 돈이 있으니까 굳이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뻔하고 재미없는 길을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런 게 있나? 그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기준이 된다 생각하는가?
물론 우리 주변에도 결혼을 하지 않고 재밌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형이나 누나, 선배들이 있을 것이다.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몇살인가? 아마 사십대, 끽해야 오십대일 것이다. 그때까지는 할만할 거다. 아직 젊고 건강하니까. 아이한테 쓸 돈을 아껴서 해외 여행도 가고 호캉스도 다니면서 평생 연애하는 감정으로 같이 늙어가면 좋겠다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까? 지팡이 짚고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도 해외 여행이나 호캉스가 즐거울까? 나머지 50년은 무슨 재미로 살아갈 것인가?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안티에이징 시술을 열심히 받아서 평생 동안 건강하게 재밌게 살다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모른다는 게 진짜 문제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비트코인에 천만 원을 투자할 수 있는가? 당연히 하겠다고 할 것이다. 10년 전에 30만원이었던 비트코인이 지금은 1.5억이 되었으니까. 그때 천만원을 투자했으면 지금 50억이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지금 비트코인이 1.5억이 된 걸 아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아마 10년 전에 누군가 그런 짓을 했다면 분명히 미친 놈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결혼과 비혼이라는 문제도 비슷하다. 결혼도 위험하지만 그나마 결혼은 뭐가 위험한지 정도는 안다. 하지만 비혼의 리스크는 정체조차 알 수 없다. 당신은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그 전인미답의 땅에 발을 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당신 스스로가 그 정도로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