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백종원 메타로 간다
어쩌다 옛날 메일함을 뒤져보게 되었다. 첫 책을 내기 위해 수백 군데에 메일을 보냈던 흔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귀하의 옥고를 알아볼 출판사가 있길 바랍니다.'라는 형식적인 인사로 끝나는 거절의 말들이었지만,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출판사들은 그런 말조차 하지 않았지만, 간혹 원고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들도 있었다. 누군가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한 번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보내주신 글과 링크 넣어주신 블로그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투고해주신 원고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네요.
중견 작가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풋내가 오히려 신선했어요. 많이 쓰고 다듬어 나가신다면 곧, 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답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저도 누군가의 평가 메일을 기다려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신 확인을 여러 번 눌러 보고 발신함을 쥐방울 드나들듯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지 알기에 지나칠 수 없었네요.
당장의 출간은 조금 어렵겠지만 계속 써나가시길 바랍니다. 대개의 출판사가 브런치에서 글 깨나 쓰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는데 현민 님의 글이라면 곧 승산이 있어요.
다만 하잘것없는 조언을 하나 드린다면 활동을 많이, 꾸준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짧아도 괜찮으니 매일 꾸준히 쓰고,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신다면 금방 좋은 결과 얻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책을 낼 때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사람의 홍보력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곧 책으로 만날 수 있길 응원하겠습니다. 맑은 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그중 이런 메일이 있었다. 결론은 거절이었다. 흥미로운 원고이나 출판 시장의 불황과 경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출간을 하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내 글에는 승산이 있다, 다만 그 글이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는 자주 써야 한다, 하는 조언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나는 정말로 작가가 되었다. 책을 냈고, 몇 군데에서 인터뷰를 했으며 칼럼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나는 찾아보려면 찾기 어렵지만 알고 보면 수 없이 많은 무명 작가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
그 동안 뭘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 한 순간도 책과 글을 놓은 적이 없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건 언제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어쩌면 생업보다도. 하지만 그의 조언대로 했던 건 아니었다.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서 시간을 지체할 때가 많았고, 스스로 글의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서 썼다가 지워버린 것들도 많았다. 나는 혼자 골방에서 도자기를 굽고, 마음에 안 든다며 화로에 던져 버리는 장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저잣거리에 그릇을 들고 나와서 팔고, 아낙네들과 한담을 주고 받는 상인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되었다.
방향을 바꿔보려고 한다. 매일 쓸 것이다. 잘 쓴 글이 아니더라도, 남들과 다른 통찰력이 담겨 있지 않더라도, 아무나 쓸 수 있는 신변잡기적인 글이라도 최대한 자주 올릴 것이다. 열심히 저잣거리에 돌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눈에 띌 것이다. 많이 알려지는 글, 잘 팔리는 글을 쓸 것이다. 백종원의 음식처럼, 미슐랭 별3개짜리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어디에나 있는, 부담없이 쓰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