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위해서 살아온 거구나, 하는 순간

by 김선비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솔로에 나갔을 때도 그랬다. 꼭 결혼 상대를 찾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젊었을 때 한번 해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이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바람 좋은 곳도 놀러가고, 같이 넷플릭스도 보고, 집 앞에 산책도 나가고 싶다. 아이도 꼭 낳고 싶다. 물론 내가 낳을 건 아니지만, 누군가는 여성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 가부장주의자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아이는 꼭 갖고 싶다. 내 절반,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를 절반 닮은 작은 생명이 첫 울음을 내고, 걸음마를 떼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러주고, 학교에 들어가고, 언젠가는 나보다 더 크고 똑똑하고 강해지는, 그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 그 작은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싶다.


분명 많은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한 때는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게 인생의 전부라 생각했고, 또 언젠가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게, 평생 배우고 성장하면서 사는 게, 사람들을 놀라게 할 글을 쓰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무언가 싶다. 결국 행복하려고 사는 인생이다. 그리고 사랑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없다. 다른 모든 것들은 곁가지다. 만약 나에게 원하는 누구의 마음이라도 얻어낼 수 있는 마법의 힘 같은 게 있었더라면 공부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고 세상에 어떤 걸 남길지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내가 진짜로 원했던 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SNS에 한 장의 가족 사진을 올리기 위해, 그 반짝이는 한 순간을 위해 그들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인내해왔을 것이다. 다른 여자를 만날 기회도, 이루고 싶었던 꿈도, 싱글일 때만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화려함도, 다 버렸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그리울 때도, 후회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한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거였구나, 하는 순간. 그런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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