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연애

손바닥이 안 마주쳐서 소리가 안 난다

by 김선비

나는 솔로 출연 경력이 있다보니 주변에서 관련한 것들을 물어볼 때가 있다.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나는 솔로 출연진 모임에 대한 것이다. 방송에서 커플이 되지 않더라도 출연진 모임에서 다른 기수 출연자와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하거나 하는 일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5기 정수와 1기 정순의 첫 커플링! I 나는 솔로, 그 후 : 사랑은 계속된다 I EP10 I ENA 채널 I 매주 목요일 밤 10시 30분 - YouTube


그런데 그런 일은 신기할 정도로 없다. 1기에 온라인 쇼핑몰 운영하는 정순과 5기에 공기업 다니는 정수가 만난 사례가 있긴 하나 그 외에는 내가 알기로는 전혀 없다. 두 사람도 출연진 모임에서 만난 게 아니고, 따로 연락해서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임이 고추밭이라서일 수도 있고, 방송에서 인기를 많이 끌었던 소위 핫한 출연자는 잘 안 나와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구성원의 주축이 30대 이상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축구에는 볼 점유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공을 누가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축구는 공을 골대에 집어넣는 스포츠다. 그러니까 일단 공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공을 골대 근처로 운반하고, 슛을 해서 골대에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양팀은 공을 잡기 위해 다툰다. 우리가 공을 갖고 있을 땐 지키려 하고, 상대가 갖고 있을 땐 뺏으려 한다. 그래서 볼 점유율은 합쳐서 100%가 된다. 공은 우리 편에게 있거나, 상대 편에게 있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런데 30대의 연애는 그렇지가 않다. 합쳐서 점유율 100%가 안 나온다. 여자들은 조심스러워진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말처럼 성적으로 끌리는 매력적인 남자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남자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력적인 남자는 대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안정감을 주지 않아서 매력적인 것일 수도 있다.), 안정적인 남자는 대개 재미가 없고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 어릴 때는 그걸 잘 모른다. 그래서 주저없이 매력적인 남자를 택한다. 그러다 데인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매력적인 남자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안정적인 남자를 택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나 아내로서의 안정적인 삶과 여자로서의 화려한 삶,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자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남자들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합쳐서 볼 점유율 100%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남자들도 20대 때만큼 적극적이지 않다. 20대 때는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꼬실 수 있는 여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알게 된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여자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넘어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노력을 안 하게 된다. 될 거면 뭘 해도 되고, 안 될 거면 뭘 해도 안 되는데 무엇하러 노력을 하겠는가.


더욱 심각한 건 좋은 남자, 좋은 여자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고 현재에 적용할 줄 모르는 여자라면 20대 때처럼 잘 생기고 키 크고 잘 노는 남자에게 주저없이 몸과 마음을 줄 것이다. 그러다 또 데일 것이고, 헌팅 포차나 나이트 클럽에 가서 한바탕 흔들어 재낀 뒤 잊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자기의 수준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성욕을 절제할 줄 모르는 남자라면 20대 때처럼 맹목적인 구애를 할 것이다. 그러다 차일 것이다. 그러면 친구들을 불러서 술을 마실 것이다. 친구들은 그년이 여우였네, 김치년이었네, 할 것이다. 그러고 노래방에 가서 가래 끓는 목소리로 임재범의 고해를 부를 것이다. 그러고 잊을 것이다. 다른 여자에게 또 똑같은 짓을 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20대 때 바보짓을 하면서 배운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다를 것이다. 내가 샤워하고 나서 거울을 볼 때만큼, 우리 엄마가 말하는 것만큼 내가 멋지지 않다는 걸 아는 남자라면, 그런 나 따위의 마음을 너무 일방적으로 들이미는 건 누군가에겐 폭력이나 강압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남자라면 여자에게 다가가기가 조금은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상식적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 여자라면, 훤칠한 외모와 그럴싸한 말빨이 아닌, 사람의 내면을 보고자 하는 여자라면 남자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30대의 연애는 어렵다. 다가오는 남자가 없고 마음을 여는 여자가 없다. 손바닥이 마주치질 않으니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쩌다 얻어걸리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멀쩡하지 않다. 20대 때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은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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