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all dying

자취 일주일만에 깨달은 것

by 김선비

일주일 전에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를 하면 글도 열심히 쓰고 유튜브도 열심히 찍어보겠다고 다짐했건만 일주일 동안 손도 못댔다. 인터넷이 안 돼서 그랬다. 창피하게도 인터넷을 '신청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부모님과 30년 넘게 살다보니 인터넷은 신청 안 해도 그냥 되는 건 줄 알았다. 랜선이 있길래 그냥 꼽으면 되는 건 줄 알았다. PC용 랜선이라 노트북에는 안 꼽히길래 다이소에 가서 젠더도 사고, 하면서 헛짓거리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인터넷이 안 되는 집에 있는 건 퍽이나 지루했다. ASL(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 시즌이라서 중계를 보려 했는데 데이터를 다 써버려서 가장 낮은 화질로 해도 재생이 안 되고, 유튜브는 144p로 밖에 안 나왔다. 웹툰도 로딩이 한참 걸릴 정도였다. 책이라도 읽던지, 글이라도 쓰면서 고요하게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는 그냥 싫었다.


뜬금 없게도, 남은 생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환갑이 넘으셨다. 부모님을 볼 날은 앞으로 30년, 1만 밤 정도가 될 것이다. 생각보다 짧다. 그런데 실은 1만 밤도 아니다. 부모님과 한 집에 살면서 매일 봐야 1만 밤이고, 나는 집을 나왔으니 부모님을 매일 볼 수 없다. 매 주말마다 집에 내려간다면, 금요일 저녁부터 이틀 반 나절 정도를 부모님과 보낸다면 3분의 1, 3천 밤 정도가 될 것이다. 자취 생활에 익숙해지면 아마 3주에 한 번쯤 가게 될 것이고, 결혼을 하면 또 3분의 1이 될 것이다. 지방에서 결혼 생활을 하게 된다면 또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고, 유산 상속이나 부모님의 건강 등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인해 가족 사이에 금이 가 버린다면 그것도 안 될 수도 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면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했다. 부모님 역시 하나의 세계다. 나 역시 성장하기 위해서 그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인터넷 설치하는 법, 기본적인 요리를 하는 법, 아파트 관리비를 내는 법 하나 하나 배워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짐 빼고 집으로 내려간다면 앞으로 부모님과 남은 나날들을 모두 함께 할 수 있겠지만, 그딴 마마보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남자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려 드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후회가 된다. 이사하던 날 싱크대에 기름이 많이 끼었다며 분주하게 움직이던 어머니에게 그냥 적당히 대충하고 쉬자며 짜증을 낸 게, 집에서 해온 반찬그릇을 냉장고에 넣어주려하자 이런 거 먹지도 않고 짐만 되니 가져가라고 한 게 후회가 된다. 물론 개버릇 남 못준다고 다음번에도 또 그럴 것 같긴 하지만 내일 집에 내려가서는 좀 살갑게 해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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